교육희망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고?

집단해고로 427일째 싸우는 울산 급식조리원 아줌마들 이야기

427일이다. 최정란 씨가 정들었던 일터에서 쫓겨난 날수다. 최 씨가 일했던 곳은 울산 남구에 있는 제일고등학교 급식실이었다. 이곳에서 최 씨는 조리원으로 2007년부터 급식을 만들어 1200여명의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30여개 되는 학교비정규직 직종이 있다. 지난 2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창립총회를 열고 15만 학교비정규직 노조를 공식출범했다. 안옥수 기자


지난 달 30일 제일고 정문 앞을 찾은 최 씨는 "아무런 잘못이 없기에 금방 돌아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 길어졌네요"라며 쓰게 웃었다. 학교 앞은 지난 2월 말까지 공공노조와 함께 천막을 치고 시린 겨울을 지낸 곳이기도 했다.

 

최 씨는 비롯해 길게는 9년 동안 급식실에서 일한 조리원과 조리사, 영양사 등 25명이 한꺼번에 해고 날벼락을 받은 것은 지난 해 1월말이었다.

 

지난 2007년 7월 시행된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무기계약을 앞둔 시점이었다. 비정규직보호법은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을 전환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측은 법 시행일인 7월 1일 이후 최초 계약일 기준 2년 이상이라는 조항을 악용했다. 이들을 2008년 3월 1일 계약일로 해서 2년이 되기 전에 해고 통보를 한 셈이다.

 

최 씨는 "새벽같이 출근해 옷이 땀에 젖으며 일해도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는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너무 억울했다. 노동부와 법률구조공단에 구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차가웠다.

 

9년 동안 급식실을 지킨 하영희 씨는 "노동부에 제일 먼저 전화를 했는데 '억울하겠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법률구조공단도 같은 답이었다"고 전하며 "뭐, 이런 데가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그 뒤에 알았다. 제일고(동신학원)를 세운 김 아무개 설립자가 직영이던 것을 위탁을 바꿔 조카에게 그 운영권을 넘겼다는 것이었다. 현재 이사장도 아닌 사람이 자신의 인척 이권을 위해 25명의 일터를 빼앗은 것이다. 당시 김 설립자는 교육위원이기도 했다.

 

하 씨는 "설립자가 울산 교육에 주요 인물이어서 위생도 더 열심히 점검해 항상 상위권이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깡그리 무시하고 아이들에게 질 낮은 급식을 주고있다"고 비판했다.

 

제일고 학교급식소위원회가 지난 해 9월 1200여명의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급식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서 80%이상이 불만이라고 나타낸 바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울산시교육청은 "사립학교의 재량권"이라며 팔장만 끼고 있다. 오히려 '부당해고 철회,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울산교육청에서 농성을 벌인 조리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강경희 씨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줄 알았는데 고소를 하더라. 이 때문에 출두라는 것도 처음 해 봤다"고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것이 없어요. 왜 쫓겨나고 고소를 당해야 하나요. 꼭 돌아가야죠. 설립자가 자기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 생존을 결정하는 게 잘못됐다는 걸 알려줘야겠어요. 그리고 2년마다 되풀이될 악순환을 막아야죠." 이들은 생전 처음인 '투쟁'을 끝까지 하고프다.

 

최 씨는 "이 싸움은 우리뿐 아니라 학교 비정규직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며 "전국의 전교조 선생님들도 귀 기울여 학교 비정규직 분들과 함께 하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태그

해고 , 급식조리원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최대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