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주 서울 서초초 교사(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대표)는 지난 해 4학년 담임반 학생 30명한테 교과서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고 한다. 나온 답변은 "짜증, 지겨움, 싫음, 지옥"과 같은 것이었다. "이것은 공부를 싫어하는 몇몇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교과서에 대해 이 정도 표현까지 나온다는 사실에 자못 놀랐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교과서 느낌은 "짜증, 지겨움, 싫음" 등이다. 교과서와 학생들은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 지난 달 19일 서울 신월초. 안옥수 기자 |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기 위한 교과서가 학생은 물론 교사들에게도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전교조, 좋은교사운동, 참교육학부모회,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평등교육실현학부모회 등이 함께 연 '초등 교과서와 교육과정, 어떻게 바꿔야 하나?' 토론회에서는 교과서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다. 중·고교 위주의 학문중심교육과정 속에서 초등 교과서가 희생양이 된 결과라는 것이다. "교육과정 개발과정에서 초등 교육과정 연구자와 초등교사가 홀대를 받아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이날 발표자로 나온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소속 초등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어른도 풀 수 없는 수학교과서, 생활과 동떨어진 개념으로 가득 찬 사회교과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교사들이 모여 전교조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을 만들고 최근 '교과서를 믿지 마라'는 책을 냈다. 교사와 학부모의 반향은 무척 컸다.
이날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연 토론회에도 이 책을 쓴 교사들이 직접 발표자로 나섰다. 초등교육과정과 교과서만을 놓고 교육시민단체가 함께 공개 토론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현주 교사는 '사교육과 부진아를 조장하는 교과서의 비밀'이란 제목의 발표에서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초등교과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일침을 놓았다.
"걸음마 떼자 달리라고 하는 1학년 교과서, 아이들의 자신감을 갉아먹는 2학년 교과서, 사교육의 유혹을 부추기는 3학년 교과서, 열등생을 만들어내는 4학년 교과서, 성장의 반란을 야기시키는 5학년 교과서, 누덕누덕 기운 듯한 6학년 교과서."
정 교사는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는 학습할 대상을 고교생으로 착각해 만든 것처럼 어렵다"면서 "게다가 영어까지 새로 배우게 되어 어려운 교과서를 본 학부모들은 사교육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조성실 서울 도봉초 교사는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재미를 돌려 줄 수학교과서를 만들자'란 발표에서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문제풀이 중심의 과도한 학습량을 반드시 줄여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개정 교육과정에서 상향 조정된 내용은 7차 교육과정 내용으로 원상복귀하고 초등학교 수학경시대회와 학년, 학교, 전국 단위 일제고사를 없애야 한다"고 제안했다.
"졸속 2009 개정 교육과정 개편부터 멈춰라"
신은희 충북 비봉초 교사는 '초등교과서 시작부터 다시 해야'란 제목의 발표에서 "우선 2007 개정 교육과정과 2009 개정 교육과정 졸속 개편으로 뒤엉킨 학교 현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운영방안에 대한 것이고 교과서는 2007 개정 교육과정 것을 그대로 쓰기 때문에 당장 중단해도 학교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 뒤 "2007 개정 교육과정을 학년발달수준에 맞춰 성취기준을 낮추고 교과서까지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교육과정 개발기구에 아동과 청소년 발달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적어도 교과서를 배우기 위해 사교육이나 선행학습을 해야 하는 상황을 근절해야 하고, 학생들이 전국 어디에 살든지 교과서 내용에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내용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교과서 느낌은 "짜증, 지겨움, 싫음" 등이다. 교과서와 학생들은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 지난 달 19일 서울 신월초. 안옥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