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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특집] 제19대 문재인 대통령 홈리스 관련 공약 되짚기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특집]

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쓰라린 아픔을 겪은 후 맞게 된 대통령 선거였다. 향후 5년의 대한민국, 아니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위해, 확고한 철학적 기조와 신념하에 나라를 일구는 일은 중요한 과업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이 글에서는 19대 대통령 문재인의 홈리스 관련 공약들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네 삶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의지를 지켜보고자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문재인 캠프의 정책공약집에는 ‘노숙인 등’을 지칭하는 정책을 찾아볼 수 없었다. 따라서 여기서는 저소득층과 노년층,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공약들을 각 부문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주거분야

주거분야의 주요 공약은 ▲사회취약계층에게 장기 공공임대주택 우선 공급, ▲지원주택 확대, ▲주거급여 확대 등이다.

문재인 정부는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매년 13만호(임기 동안 총 65만호)씩 공급하여,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OECD 평균(8%)보다 높은 9%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사회취약계층과 관련하여 우선 공급만을 명시, 대기자 명부 제도의 도입을 제시하고 있을 뿐, 그에 대한 건설·운영·예산 등에 대한 부분은 부재하여 보다 구체 계획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의 부족은 현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에서도 나타난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에 따르면, 2014년 10월 기준으로 공급주택은 총 2,880호로 전체 공급대상 가구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원주택의 경우, 공공임대주택 등에 복지와 의료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매년 1만호씩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였으나, 장애・고령・정신과적 질환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홈리스에 대한 보다 다각적인 시각에서의 정책 수립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원주택 부족 문제와 관련, 홈리스는 중앙정부 차원의 개입이 절실히 필요한 정책대상이라 할 수 있는데, 현재 홈리스 지원주택은 전국을 통틀어 38호(정신질환 여성 18호, 알코올 중독 남성 20호)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재정적 여력이 있는 서울시에서만 시범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안정된 주거유지’의 측면에서 주거급여의 확대 및 액수의 현실화는 중요한 주거공약 중 하나이다. 현재 주거급여는 부양의무자 제도로 인한 높은 진입장벽과 낮은 기준임대료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데, 서울역과 영등포역 등지의 고시원 및 쪽방의 월세가 22~25만원인 반면, 2016년 서울지역 1인 가구 기준임대료는 19만 5천원으로 주거의 유지 및 상향을 기약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의료분야

의료분야의 주요 공약은 ▲소외계층을 배려한 맞춤형 안전복지 실현,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 ▲간병서비스 등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홈리스를 비롯,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병원의 증가・강화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몇몇 공공병원들이 메르스 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되면서 몸이 불편하고 주거가 불안정한 홈리스들이 대거 전원 조치되는 사태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 무용지물이 된 영리병원과, 그로인해 공공병원의 주요 환자들이었던 홈리스 및 저소득층 사람들이 병원에서 내쫓기는 한국의 극빈한 의료현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계층 간 ‘공기 불평등’ 문제 역시 더욱 심해지고 있어, 고가의 마스크 비용을 지불하기 힘든 홈리스는 더욱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고 있다. 따라서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 지원, 안전지대 확보 등 소외계층에 대한 맞춤형 안전복지는 속히 이행되어야 할 공약이라 평가된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1년간 비급여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현재 의료급여 수급자라 하더라도 주사제, MRI 검사 등은 비급여 항목으로 되어 있어 검사조차 받지 못하는 홈리스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특히 고비용이 발생하는 치과 치료의 경우에는 진료조차 받기 힘든 실정이다. 그로인해 타 지원제도를 알아보지만, 긴급복지지원제도(의료지원)의 경우, 2년마다 지원이 되며 해당사항이 없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급성기병원에서 퇴원하거나 고령 홈리스의 경우, 요양병원 입원이 필요해도 간병비 부담으로 인해 입원하지 못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적절한 요양이 불가한 상황이다. 이에 본인부담금은 상한선을 더 낮추고 공공 및 요양병원의 간병서비스 제공, 건강보험 적용 등의 공약 개선 및 확대가 필요하다.


노동분야

노동분야의 주요공약은 ▲자활사업 대상자 및 자활근로 종류 확대와 자활급여 인상, ▲어르신 일자리 확대 등이다.

워크페어(복지 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일정한 근로를 요구하는 제도) 성격이 강한 한국의 자활사업 특성상, 자활사업에 관한 한 줄의 공약은 자활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및 개선을 고려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특히 주요 서울시 홈리스 일자리 사업인 ‘노숙인특별자활근로’와 ‘일자리지원사업’은 몇 해 동안 그 수가 변함이 없었고, 홈리스의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일자리였다. 뿐만 아니라, 노숙인특별자활근로는 1일 5시간, 연 최대 6개월을 근무한다고 해도 급여는 58만 2,300원에 불과하였으며, ‘주거지 진입’을 전제로 하는 사업으로써 25만원의 월세를 지출하고 나면 탈노숙 및 중산층으로의 재진입은 생각하기 힘든 초 저임금의 일자리였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너무 버거워 폐지라도 줍게 되면, 급여가 삭감되거나 수급에서 탈락되기까지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에 보다 체계적인 노동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회복지분야

사회복지분야의 주요공약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기초연금 인상, ▲‘찾아가는 동 복지센터’ 확대, ▲노역 및 회생신청에 대한 지원제도 확대 등이다. 그간 부양의무자 제도로 인해 많은 홈리스들이 수급신청을 꺼리거나, 신청을 해도 탈락되어 국가의 마지막 공공부조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마저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시설을 나와 생활하고 싶어도 수급신청 단계에서 탈락하여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없게 되거나, 사회복지제도 특유의 신청주의로 인해 본 제도를 인지조차 못한 이들까지 있는 실정이었다. 이는 국가의 사회복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국가가 국민의 빈곤을 방치한 것과 같다. 특히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수급을 받는 노인에게 지급된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환산해 생계 급여에서 삭감함으로써, 얼마 되지 않는 기초연금마저 앗아가기도 했다. 즉 기초연금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오른다고 해도, 수급을 받는 가난한 노인들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약속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기초연금 인상 및 ‘줬다 뺐는 기초연금’ 폐지, 더불어 찾아가는 동 복지센터의 확대 등의 공약을 조속히 이행하여 사회복지제도의 마지노선인 공공부조의 강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로써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의 홈리스 관련 주요 공약들을 살펴보았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정책이기도 하고 더욱 개선되어야 할 정책이기도 하지만,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빈곤이라는 끝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버리기 위해, 공약의 이행을 지켜보고 목소리를 높이는 일일 것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앞으로의 활보를 지켜보고자 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