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행동홈리스 뉴스

[홈리스뉴스 19호-기고]손가락이 부러지다

[기고]는 홈리스 상태에서 겪게 되는 일상사나 느낌, 의견들을 보내 온 글입니다.

저는 홈리스야학 학생입니다. 지금은 공공근로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작년 말에 손을 다치면서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동주민센터 공공근로 신청
작년 12월말, 구세군을 통해 다니던 일자리도 끝나갈 때쯤 아는 형이 공공근로 모집한다는 소식을 전해줘서 동주민센터에 가서 공공근로 신청을 했습니다. 신청이 끝나자 담당자가 한 마디 합니다. “1월 28일날 문자나 전화가 안 오면 떨어진 줄 아세요” 그 말에 전 “일단 기대는 해 봐야죠” 하구 나왔습니다. 방심하구 지내다가 방세도 3개월째 밀리고, 한 가닥 실타래를 부여잡는 기분이었습니다.

좀 부은 거 일주일 참으면 되겠지
그날 저녁에는 노숙인 추모제 준비를 도와주러 참여했다가 뒷풀이 자리에서 술을 한 잔 먹었습니다. 한 잔 또 한 잔 먹다보니 술에 취했습니다. 그렇게 뒷풀이가 끝나구 집에 가는 길에 보도블록 경계석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구 집에 와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깨어보니 손등과 손가락이 많이 부어 있었습니다. 홈리스 야학에 왔더니 사람들이 병원에 가보라고 했습니다. 돈도 없었고, 좀 부은 거 일주일 참으면 되겠지 하구 말아버렸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도 손가락은 전혀 붓기가 빠질 기미가 안 보였습니다.

좀 일찍 오시지, 너무 늦었네요
불안한 생각이 들어 친한 형님과 같이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네 번째 손가락이 부러져 있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한 마디 합니다. “좀 일찍 오시지, 너무 늦었네요”
의사선생님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당장 치료비도 없는데 수술이라니, 엄두가 안나 일단 병원을 나왔습니다. 한참 고민하다가 다음날 홈리스행동에 찾아갔습니다.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구세군을 통해 노숙인 진료의뢰서를 끊어줬습니다. 그 다음날 아침에 국립의료원으로 갔습니다. 국립의료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은 수술할 건지 안 할 건지 결정하라고 합니다. 수술한다고 하구, 입원 수속하고 병실에 입원했습니다. 수술을 받고나서 5일 정도 입원해 있었습니다.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퇴원해서 집으로 오니 은근히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하루하루 날짜는 지나가구 방세며 핸드폰요금이며 밀린 거 생각하면, 잠이 안 올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1월 28일은 공공근로 발표하는 날이었는데, 오후 4시 반이 되도 소식이 없구 해서 동사무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공공근로 신청했는데 소식이 없어서 전화했는데요.”하니 “잠시만 기다리세요”하며 구청 공공근로 담당하는 분이 “됐구요, 2월 3일 9시까지 구청 푸른 도시과로 오세요” 그러는데 “네, 알겠습니다!”하구 전화 끊구 얼굴이 활짝 피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병원 갈 때 주위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었습니다. 친한 형님이 치료비도 내주었습니다. 어렵게 사는 나를 이해해주고 도와줘서 고마웠습니다. 빨리 나아서 많은 일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태그

홈리스야학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종언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