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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24호-다림질] 홈리스를 혐오하는 사회에서홈리스를 혐오하지 않는 법

[다림질]은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확대하는 문화를 ‘다림질’해보는 꼭지입니다.

무엇이 안타까웠던 걸까?
얼마 전 한 신문기사에 중구청장의 인터뷰가 실렸다. 중구에 역사가 담긴, 스토리 있는 관광명소들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중에는 서소문 공원을 역사문화공원으로 만드는 사업도 있었는데, 기사를 읽다가 ‘뜨악’했다. 사업이 추진된 배경 때문이다.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은 원래 한 추기경이 제안한 것이었다고 하는데, 기독교의 성지인 서소문 공원이 ‘노숙인들의 잠자리로 전락’해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였다고 한다.
안타깝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무엇이 안타까웠던 걸까? 머릿속에 두 가지 경우가 떠올랐다. 달리 갈 곳이 없는 노숙인들의 처지? 아니면, 본래 ‘성지’라는 곳이 노숙인들에게 개방된 곳은 아니라서? 후자의 생각이었다면 정말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노숙인의 처지를 안타까워한다고 그들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숙인들을 ‘허락받지 않고 들어온 불청객’ 정도로 규정한다면, 노숙인을 냉대할 수밖에 없다. 공원에서 내쫓아야 할 존재들에게 예수님이 말한 사랑을 베풀 이유가 있겠는가?
물론 둘 중 어느 쪽인지는 단지 추측만 해 볼 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홈리스의 삶을 비웃고 경멸한다. 모두가 홈리스를 너무도 쉽게 ‘패배자’로 낙인찍고, 아이들은 그걸 보면서 자란다. 아이가 크면 아마 보고 자란 어른과 똑같은 어른이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저렇게 되는 거야.”와 같이 훈계하는.

공원의 비둘기와 같은
우리는 홈리스들을 혐오스러운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건 아닌가? 말로는 같은 ‘사람’이고, 같은 사회 구성원이자 ‘시민’이라고 하지만, 실은 공원의 비둘기들을 무섭다고 피하거나 더럽다고 쫓아버리듯이, 그들을 ‘혐오’하는 건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흔히 홈리스 상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눈앞의 홈리스를 안 보이는 곳으로 ‘치우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2011년에 서울역 노숙인들에게 퇴거 조치를 내렸던 것처럼.
하지만 홈리스들을 피하거나 쫓아버려도, 어딘가에 여전히 홈리스는 존재할 것이다. 누군가 홈리스 상태에 놓인 건 그 사람만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라고 태어날 때부터 홈리스였던 것은 아니다. 홈리스들의 가정환경, 직업군, 주거형태, 학력을 보면, 그들이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기회를 받지 못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거리노숙인 중 18세까지 양친이 모두 사망하거나 부모 한명이 사망한 경우는 40%, 부모가 가출하거나 이혼한 가정에서 자란 경우는 9%, 보육원에서 양육된 경우가 8%에 이른다. 18세 이하의 나이에 최초로 취업한 경우가 50%, 심지어 14세 이하에 취업했던 경우가 17%이다. 이들이 노숙 이전에 종사한 직업은 자영업 9%, 주방 15%, 건설일용 기능직 11%, 사무관리 2% 등 비교적 기능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 37%인 반면, 나머지 63%는 저임금 노동(일용잡부, 주방보조, 머슴, 경비, 판매서비스 등)이었다. 노숙 이전의 주거형태는 자가와 전월세를 제외한 불안정한 주거생활을 한 경우가 4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의 학력은 평균 8.0년이며, 무학자가 2%, 초졸 이하가 28%, 중졸이하가 23%, 고졸이하가 32%로 나타났다. 홈리스 대책을 마련함에 있어서 ‘홈리스 상태’라는 현상만 볼 게 아니라, 홈리스 상태에 놓이게 된 배경과 원인을 고려할 필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제는 이웃의 문제로 함께 고민하자
어제까지 홈리스가 있던 길거리에 오늘 홈리스가 보이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된 것인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대신에, 이제는 이웃의 문제로 함께 고민하자. 우선 ‘홈리스’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더 이상 홈리스를 게으른 낙오자로 보지 않기. 사회 안전망에 뚫린 ‘구멍’으로 떨어진, 사회의 취약성에 희생된 사람들로 정의하기. 그것이 홈리스를 혐오하는 사회 속에서, 홈리스를 혐오하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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