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사회연대반빈곤 프리즘

[반빈곤프리즘2호-2] 주택바우처 도입방안의 문제점

임대료 상승 부추기는 졸속적 제도 시행 중단해야

‘주거빈곤’에 대한 정책 목표도 없이 주택바우처를 도입?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체계 개편이 준비되고 있다. 수급자 범위를 넓히고 맞춤형 욕구별 급여체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라지만, 낮은 급여 수준, 개별적 제도 쪼개기로 권리성 후퇴 등 수많은 문제점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 개편안 내용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가 기존의 주거급여를 분리해 주택바우처 형태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주택바우처 도입에 관한 검토는 2007년경부터 이루어져 왔다. 도입 논의 초기에도 공공임대주택이 전무한 한국의 주택 공급체계, 지역별 주거 현실의 극단적 차이 등 해결해야 할 전제들이 있다는 것이 여러 차원에서 제기되어왔고, 많은 우려가 예상되었던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별급여 체계개편을 통해 전면화되고 있는 것이다.

- 정부가 도입 검토 중인 주택바우처 논의의 가장 큰 문제는 주거복지의 기본 목표인 ‘주거빈곤 해소’의 정책적 근거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임차인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왜곡된 주택, 부동산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도 전혀 없다. 주거빈곤이란 일차적으로 ‘빈곤의 결과와 원인으로서 주거문제가 작용하는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주거빈곤을 정의하는 기준으로는 ‘최저주거기준’과 RIR(소득대비 주거비 부담 수준 : Rent to Income Ratio)을 들 수 있다. 주거비 부담이 월 소득의 30%를 초과하는 경우를 주거빈곤으로 정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소득 하위 20% 민간 임차가구의 RIR(소득 대비 임대료)은 41.7%에 달하는 등 임대료 부담이 막대하다.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저소득층(중위소득 50%이하)의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 비중은 64.5%로 심각하게 높은 수준(전세 27.8%, 월세·보증부월세 64.5%, 무상 7.7%(2012년 주거실태조사)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3년 법제화된 최저주거기준은 면적, 시설, 구조․성능․환경 기준의 세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면적, 시설 기준도 논란이 많거니와, 구조․성능․환경에 대해서는 분명한 기준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주거빈곤’이 어떤 상태이며, ‘주거빈곤층’이 누구인가에 대한 정책 목표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적절한 주거 수준에 대한 기준도 없이 주거비를 일부 보조하는 것으로 주거복지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주거급여제도의 한계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주거급여는 1999년 기초법 제정과 함께 분리, 신설되었다. 이는 수급자의 주거실태에 따른 적정급여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수급자가 보다 나은 주거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제도적 의의를 갖고 있다. 한편 주거권 운동에서 제기되었던 요구를 공공부조제도로 흡수하여 정부가 주거권은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인정하고 이를 구현하려 노력했던 첫 걸음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거급여는 생계급여와 통합방식으로 운영되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기준인 소득인정액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계급여와 함께 현금급여로 연동되어 보충성 원리의 방식을 취하고 있어 수급자의 주거안정을 꾀하겠다는 목표에 부합하지 않았다. 또한 수급자의 실제 현실에 따른 주거욕구가 고려되지 못하는 비합리적인 선정기준, 주거급여액의 산정, 지급 방식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기에, 올바른 제도 개선은 필연적인 상황이었다. 주거급여제도가 안고 있는 핵심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낮은 급여 수준 문제
- 2009년 기초생활권리찾기행동이 쪽방 등 빈곤층 밀집지역 수급가구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가구 중 58%가 월 소득 대비 20% 이상의 주거비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수급가구의 경우 월평균 소득 중 50%이상을 주거비로 부담하는 가구가 26.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가구가 대부분 쪽방지역 주민임을 감안하면 주거비부담비율에 더해 최저주거기준을 고려해 보면, 이들의 주거빈곤 실태는 상당히 심각함을 알 수 있다.

― 한편 위 조사에서 가구원수별 평균주거비(순수임대료)를 계산한 결과 1인가구의 경우 17.4만원, 2인가구 17.1만원, 3인가구 20.9만원, 4인가구 21.3만원으로 나타났다. 본 조사의 분설결과는 거주지역이나 점유형태를 고려하지 않았고 광열수도비를 제외한 월 순수임대료만을 계산한 금액이므로, 조사대상가구의 가구규모별 평균주거비에 현행주거급여(최저주거비)는 실제 월임대료 수준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수급자격 기준의 문제점
- 기초생활보장제도 주거급여는 주거안정을 목표로 함에도 불구하고 급여자격기준을 소득인정액에 두고 있다. 주거상태가 열악하고 주거비 부담이 높더라도 소득인정액에 따라 수급자가 되지 못하면 주거급여를 수급받지 못하게 된다. 더군다나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인정액도 수급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므로,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양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가구 특성, 지역별 개별 욕구 전혀 반영되지 않음.
- 주거급여 기준선이 되는 최저주거비는 중소도시 전세 아파트에 거주하는 4인가구를 표준가구로 하는 최저생계비 계측에 의해 결정된다. 지역 및 가구특성을 반영하는 주거비 수준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이유다. 예컨대 2010년 최저생계비 계측조사과정에서 결정된 중소도시 4인 표준가구의 최저주거비는 234,085원인데, 이에 1,2인 가구에게 불리한 가구균등화지수를 계산하여 계측한 1인가구, 86,982원, 2인가구 148,104원이 최저주거비로 산정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시에 몰려있고 1,2인가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빈곤가구의 주거 현실이 반영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급여 수준을 정할 때 수급자의 연령, 가구 규모, 거주지역 기타 생활여건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기초법 제 4조 2항의 개별성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4)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부재
- 이른바 ‘비주택’으로 분류되는 고시원, 쪽방, 여관 등에서 살아가는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특화된 계획이 부재하다. 기초생활 수급자가 최저주거기준을 훨씬 미달하는 주거환경에 처해있음에도 이에 대한 비현실적인 주거급여 지급 말고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내에서의 다른 대책은 없었다. 게다가, 노숙인은 주소지 불명으로 수급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취약계층에 대한 특별보호 대책을 지침 상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노숙인에 대해서는 시설 거주자에 한해서만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며, 이들 주거나 없어나, 주거 상태에 열악한 이들에 대해서도 일반 수급자와 마찬가지로 주거급여만을 지급할 뿐, 주거안정을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주거급여에서 주택바우처로 무늬만 바꾸겠다?

- 국토연구원에서 밝히는 주택바우처의 도입 목적은 임대료 부담을 완화하고 선택권을 보장하여 주거상향을 유도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주거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택바우처 도입과정에서는 현재의 높은 주거비 수준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가, 저렴하고 질 높은 주거 선택지가 보장되느냐가 제일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의 주거급여제도 및 주거복지정책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종합적인 주거빈곤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6월 28일 보건사회연구원과 국토연구원이 개최한 공청회에서 제시된 주택바우처 안은, 이러한 문제의식은 실종된 채, 오히려 기존 제도를 쪼개 사회복지적 차원으로 수행되던 것을 국토교통부로 이관해 주거빈곤계층의 권리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1) 소득인정액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선정기준으로 한다고?
- 기존 주거급여를 점유형태, 임대료 수준 등을 종합 고려하는 주거비 지원제도로 확대하겠다지만, 대상자 선정 기준은 여전히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소득인정액 45% 이하 가구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안이다. 중위소득 45% 수준이면 현행 주거급여 수급자보다 10% 이상 포괄범위가 넓어져 169만 5천 가구이지만 여기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해 108만 5천 가구가 대상이 된다고 한다. 현재 기초생활 수급 가구 수는 83만 가구라고 볼 때, 20여 만 가구가 추가적으로 주거비 지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언뜻 보기에는 기존의 제도를 대폭 넓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주거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구는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주거비 지원을 별도의 급여에서 보장한다고 하지만 소득인정액 수준에 따라, 부양의무자 기준에 따라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그대로 안고 출발하는 셈이다.

2) 생계비 보조 수단에 불과한 주거급여 수준을 벗어날 수 없는 낮은 기준 임대료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의 보충급여 성격을 띠고 있던 주거급여는 수급자 가구에게 실질적인 주거비로 인식되기 보다는 생계비 보조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 주택바우처 안에서도 대상 선정 이후 차등적인 주거비 산정식을 적용해, 보충급여의 한계를 그대로 안고 있다. 주거빈곤계층에 대한 확대된 주거비 지원 제도로 기능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로 작용한다.

  (기준임대료를 토대로 자기부담분(소득의 일정비율) 공제)

-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안을 설명하는 위의 표에서 의하면, 소득인정액이 생계급여보다 큰 가구에 대해서는 기준임대료에서 자기부담분을 제하는데, 자기부담분은 자기부담율에 소득과 생계급여 기준금액의 차액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도시에서 60만원의 소득을 벌며 살아가는 1인가구의 경우, 생계급여 개편안에 따르면 425,894원이라는 생계급여 기준 금약을 약 17만 원 가량 초과하므로, 기준임대료 13만원에서 자기부담분 8만 5천원을 제하고, 지급받을 수 있는 주택바우처의 금액은 4만 5천원 가량이 되는 셈이다. 중소도시에서 150만원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4인가구의 경우, 생계급여 기준선인 1,151,064원에 비해 소득이 약 35만원 가량 초과하므로, 기준임대료 24만원에서 자기부담분 17만 5천원을 제해, 6만 5천원의 주택바우처를 지급받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만일 부양의무자 가구의 재산과 소득이 높다면 이마저도 받을 수 없게 된다. 기준 임대료가 과소 책정되어 있기도 하지만, 현재 정부에서 논의 중인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안에서는 생계급여 지급 기준선을 현행보다 오히려 낮아지는 중위소득 30% 수준으로 검토하고 있고,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계획도 없기 때문에, 지금과 마찬가지이거나, 오히려 더욱 열악해지는 생계급여가 지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생계급여를 지급받는 수급자들은 주택바우처 지원 금약이 불충분함과, 생계급여의 불충분함으로 주택 바우처 지원금액을 생계비 보충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주거급여가 갖고 있던 한계를 고스란히 반복하는 것이다.

3) 자가가구 배제, 공공임대 거주 가구의 급여액 감소

- 개편안에 따르면 공공임대 주택 가구는 현재 실제 임대료를 적용, 나머지는 급지별 가구원수별 기준임대료를 적용. 분석대상 수급가구(53.6만 가구) 중 30%에 해당하는 161,750가구가 급여가 평균 2.9만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 근거로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는 저렴한 임대료 수준, 주거의 안정성 확보 등 혜택이 민간부문의 저소득 임차인에 비해 높다는 것을 들고 있는데, 공공임대주택 주민들의 임대료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가구의 경우, 주택바우처 보조금 산정이 생계급여와 연동되어 있으므로, 전체적으로 급여가 깎일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시적으로는 급여 총액이 깎이지 않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지원책일 뿐, 급여 총액이 감소하는 것에 대해 생계급여 수급도 연동되어 있는 수급가구의 선택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주거 조건 상향을 가로막는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또한, 국토연구원 안에 따르면 민간임대 중 4급지 거주 8만 가구의 급여 감소가 예상되는 바, 이 역시 수급가구의 급여총액 감소를 불러와, 기초생활 수급가구의 생계를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기본 안 설계가 소득인정액과 지역적 차이에 따라 일률적인 급여를 받도록 규정하는 데서 비롯하는 것으로, 급여가 이전에 비해 줄어드는 수급가구가 생계비 보충을 위해 좀 더 열악한 주거로 이전할 것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 실제 주거비 수준이 반영되지 않고, 적정한 주거 수준을 임대인이 확보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전무하므로,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다.

- 게다가, 기존 집수리 사업 등으로 현물 지원을 받던 저소득 자가가구에 대책이 별도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 하에서 수급권자의 주거용 재산 적용한도는 대도시 1억 원, 중소도시 6.800만원, 농어촌 3,800만원 수준인데, 현재 시세를 고려해볼 때 이는 대단히 열악하고 노후한 주택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현재 기초생활수급 가구 중 집수리 사업 등에 대한 평가와 열악한 주거조건에 놓여있는 자가가구에 대한 대책 제시가 부재한 점도 평가해야 할 것이다.

주택바우처 안이 지닌 근본적 한계

주택 바우처는 저소득층의 임대료 부담을 지원하기 위한 저소득층 주거안정 프로그램의 하나로 도입될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장점과 특징을 지닐 수 있다고 한다.
[국토연구원 등이 제시하는 주택 바우처의 장점]
· 주거이동이 용이하고 직장위치, 자녀 교육, 대중교통수단 접근성 등을 고려하여 원하는 지역을 선택할 수 있음.
· 본인의 경제능력에 부합한 부담 가능한 주택에 거주 가능
· 공공임대주택이 지닌 문제(비효율성 등)를 최소화할 수 있음.
· 임차인이 필요로 하는 적정 수준의 주거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 시장 기제적 접근으로서 민간임대주택 산업 육성
·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정부재정의 효율적 집행


- 주택바우처 도입을 주장하는 자들은 공급자 간 유효한 경쟁을 위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가를 하나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하는데,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지역 간 불균형이 막대하고, 주택이 재산증식수단으로서 기능하며, 주거환경이 적정한 수준인 저렴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가 불공정하며, 주거복지가 불충분한 조건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택바우처는 도입되더라도 시장 기제적 원칙을 통한 경쟁과 선택보다는 주거복지 측면의 임대료 부담 완화로 접근되어야 하며, 주거격차의 해소, 주거지원의 형평성이 그 정책 활용 목적이 되어야 할 것임에도, 그러한 정책적 목표는 이들의 안에서 보이지 않는다.

- ‘바우처(Voucher)’제도의 중요한 목적은 선택권에 있다. 수요자에게 관련 서비스의 구매력을 보장함으로써 다양한 공급자 간 유효한 경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택의 경우 이런 바우처 제도가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는가? 더군다나, 한국사회의 민간임대시장이 과연 수요자에게 유리한 유효한 경쟁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는가? 기본적으로 전월세 시장 자체가 이사철 등 계절적 혹은 단기적인 주택시장 요인에 따른 지역별 품귀현상 및 막대한 지역 간 격차 확대 양상을 보이는 것이 한국사회의 모습이다. 역대 정부가 추진해왔던 개발사업과 투기조장 정책이 임대시장의 가격상승을 부추겼으며, 뉴타운 개발 등 광범위한 개발사업으로 특히 대도시를 중심으로는 규모가 적고 저렴한 주택을 구하기가 어려워진 조건이다. 수급자에게 임대료를 보조하는 주택바우처 제도는 전세의 월세 전환과 임대료 상승을 부추겨, 주거빈곤계층이 더욱 열악한 주거로 몰릴 가능성을 높이고 주거 불안정성이 심화할 것이다.

- 박근혜 정부는 위 그림과 같은 주거복지 구상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추구하는 주택시장 정상화란 공공주택 축소와 주택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주택을 살 여력이 있는 투기세력을 지원하고 민간임대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과 더불어 바로 쌍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주택바우처제도다. 주거빈곤층에 대한 주거비 지원보다 민간임대시장 활성화를 위한 주택바우처 도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 임대료 보조제도를 시행한 경험이 있는 외국 사례를 보면, 그 도입배경이 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민간의 주택공급 유도를 위해 임대료 통제를 완화, 폐지하면서 저소득츨의 임대료를 보조해주는 것이었다. 또한 1970년대 복지국가 위기 이후 소비자 선택과 시장기능을 중시하는 자유주의 정책기조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소비자보조정책인 임대료보조제도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확산된 측면이 있다. 신자유주의 도는 보수주의 정부의 집권으로 소비자 선택 기회 확대, 정책의 준거로서 시장에 대한 강조가 이루어지면서 생산자보조정책의 비효율성이 부각된 것이다. 그나마 이들은 최소한의 공공주택을 확보한 가운데 민간임대시장이 적정 주거요건을 갖추도록 강제한다는 점에서 공공주택 비중이 5%에 미치지도 못하며 민간임대시장 통제방안이 전혀 없는 한국의 상황과 판이하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사례를 보았을 때, 주택바우처 지급이 임대료 상승을 유발하고 이것이 정부 재정지출 증대로 연결되었다는 점, 도입 이후 10년 이상 본격화하기 위한 장기간의 혼란스러운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 발견된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 국가들(4개국 찾아보자)은 저소득임차가구의 임대료 지원을 공공부조에 의한 소득보장과 주택정책수단으로서 임대료 보조라는 이원체계로 운영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사회에서 도입 검토 중인 주택바우처제도는 이 두 가지를 무리하게 혼합하여, 공공부조의 소득보장적 성격과 주택정책수단으로서의 임대료 보조라는 양자 모두에서 불충분하기 짝이 없는 제도를 담으려는 위험한 안이다. 무리하게 기존 제도를 흔들어 놓기 보다는 공공부조의 사각지대나 공공부조 수급가구의 차상위층에 초점을 맞춰 지원대상을 설정하고 충분한 도입 초기과정을(시범사업 등) 거쳐야 하는데, 이렇게 졸속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 더구나 저렴주택 재고가 충분하지 않은 조건에서 이런 안이 도입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미국을 제외하면 유럽국가들은 임대주택정책이 발달하여 저렴주택 재고가 충분하며, 그에 따라 임대료보조제도가 비교적 원활히 추진된 것인데, 미국의 경우 저렴주택의 신규공급 소홀로 공가율 감소 및 임대료 상승이 야기되어 주택바우처 수급가구의 주택확보 성공률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주택 수 자체가 부족하고 양질의 저렴주택이 부족한 실정이므로, 공공임대주택 공급정책 등을 통해 저렴주택 재고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인 상황이다. 국토부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주택바우처 제도의 경우도, 바우처 대상 가수가 살게 되는 주택에 대한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수급가구가 주택을 찾으면, 그 주택의 질이 일정 수준 이상인지를 확인하는 주택검사철자가 이루어지고, 주택의 임대료도 연방주책청에서 제시하고 있는 지역별 주택규모별 공정시장임대료 수준 이하여야 한다. 임대인이 주택바우처 프로그램의 요구사항에 준수하고 매년 주택검사를 받는 등 일정한 규칙을 준수할 것을 전제로 매월 일정액의 임대료가 임차인에게 지급되는 것이다. 한국의 고시원, 쪽방, 여인숙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단신자 숙소들에 대해서도 일정한 주거로서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며, 임대보조금 지원제도 등을 매개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검토 중인 주택바우처 안에서는 적정한 수준의 주거에 대한 기준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적정한 주거에 대한 정의도 없다. 기존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처럼, 뚜렷한 정책목표 없이, 공적 재정지출을 통해 민간시장을 부풀리는 방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 임대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수단 없이 졸속적으로 추진되는 상황인 것이다.
  미국 주택바우처 프로그램 개요도

주택 바우처 도입 시 예상되는 문제점과 우리의 요구

- 임대료 상승을 부추긴다
; 현재 정부가 검토, 추진 중인 주택바우처 제도는 공공주택이 턱없이 부족하고 민간임대시장 통제방안이 전무한 한국사회에서 민간임대시장의 임대료의 상승을 야기할 것이다.
; 바우처 지급 방식으로 임대인에게 직접 지급되는 방식도 검토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임대료 전액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므로, 임차인에게 지급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정작 주택바우처 수급자는 주거비에는 불충분한 수준인 생계비를 보충적으로 지급받는다는 인식이 강한 데 비해, 임대인들에게는 수급자에게 좀 더 많은 임대료를 뜯어낼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 점점 더 열악한 주거로 내몰린다
; 주택바우처 이외에 생계급여를 함께 지급받는 수급자의 경우에는, 주택바우처를 통한 임대료 지원이 생계 보충적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다. 게다가 생계급여와 통합되어 보충급여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수급자들은 현금급여의 하락을 우려하여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욕구를 더욱 억누르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점점 더 열악한 주거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 공공주택정책의 발전을 가로막고 이를 요구하는 주거권 운동의 후퇴를 낳는다
; 한국사회에서는 공공주택의 확보가 대단히 불충분한 조건인데, 주택바우처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그 근거 중 하나의 서구의 공공주택 정책의 폐해들을 든다. 이들이 말하는 공공주택정책의 폐해 중하나가 비효율성과 게토화라고 주장하는데,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아무런 통제력을 갖추지 못한 시점에서 주택바우처를 도입하는 것은, 더욱 큰 비효율을 낳는다. 또한, 이미 대도시를 중심으로 서울역, 남대문, 영등포 등지에 형성되어있는 쪽방-고시원-여인숙 등의 불안정한 거처들을 중심으로 열악한 주거환경이 이미 조성되어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 소위‘비주택’에 대한 공공의 정책적 개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인데, 최소한의 주거환경으로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열악한 민간임대시장을 그대로 두고, 게토화-사회적 배제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1) 기초생활보장제도와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급여를 현실화하라
공공부조 정책 내에서 소득보장 성격을 갖는 주거급여는 유지되어야 하며, 급여는 시급히 현실화되어야 한다. 현재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내 주거급여를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되, 급여를 실질화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주거빈곤층에 대한 추가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 공공주택을 확보하라
; 박근혜 정부는 공공임대주택도 지속적으로 공급할 것이라며, 행복주택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부 주민 반발에 부딪히자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강력한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행복주택의 안도 철도부지를 활용하겠다는 등,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드는 정책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의 공공주택 비중은 전체 주택의 5% 수주에 불과하다. 기본적인 공공주택 확보 없이, 민간 임대시장을 위주로 한 주택바우처 제도 도입은 임대료 상승, 공공주택정책 퇴보를 불러올 것이다.

3) 주거빈곤에 대한 제도적, 정책적 내용 마련, 실태파악에 나서라.
; RIR, 최저주거기준 등 제도 정비하고 정책 목표와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비주택거주민(홈리스)에 대한 지원대책, 주거권 보장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4) 실태파악에 근거한 주거빈곤층 지원대책을 마련하라
; 공공부조 사각지대, 차상위계층 중심으로 주거빈곤 현황 파악하여 추가적인 지원제도 마련하라.
; 주택바우처를 도입하려면, 오랜 시범사업,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 주택바우처를 도입하려면,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규제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주택바우처를 도입하려면, 중앙정부-지방정부로 이어지는 전달체계, 운영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주거복지적 기능보다는 주택공급사업에 치중해 왔던 기존의 국토부가 주택바우처를 온전히 담당하는 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덧붙이는 말

반빈곤프리즘 2호. (2013.7.24) 2013년 6월 28일에 진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방안> 공청회 자료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주택바우처 도입방안]을 분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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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 기초생활보장 , 빈곤사회연대 , 부동산 ,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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