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원의 엇갈린 판결이 나오면서 ‘양심적병역거부’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지난 9일 비종교인으로서는 최초로 병역거부를 한 바 있는 유호근(28) 씨를 신촌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비난과 논쟁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이라고는 쉽게 생각되지 않을 만큼 청바지에 가방을 맨 수더분한 보통의 청년의 모습이 그의 첫인상이었다.
평화를 위해 총을 들 수 없어..
도대체 남들 다가는 군대를 왜 거부하는 것일까? 병역거부를 쉽게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들의 당연스러운 물음일 것이다. 편안히 얘기하자며 책상 앞에 앉은 그는 먼저 자기 얘기를 털어놓았다. “대학 때 학생운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면서 같은 민족에게 총을 들 수는 없다고 생각했죠. 지금 생각하면 선택적 병역거부라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지금은 보편적 평화주의자로서 강제적인 징병에 반대해요. 사실 인간이 인간에게 총을 드는 행위는 모두 거부되어야 마땅하죠.” 실제로 그는 군대를 연기하면서 병역특례를 가기 위한 자격증까지 획득했다고 했다. 하지만 병역특례역시 4주간의 군사훈련을 받아야만 하는 지금의 병역특례 제도는 총을 들 수 없다는 자신의 신념에 위배되는 것이었고 결국 그를 험난한 병역거부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누가 양심을 탄압할 수 있는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헌재 1996.3.27, 96헌가11.)]
헌법재판소는 양심을 위와 같이 정의 내리고 있다.
“양심은 법보다 더 넓고 본질적인 부분이에요. 헌법적 의미에서 보았을때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만의 양심을 가지고 있죠. 이 양심을 짓밟는 순간 그 개인은 개인으로서 의미를 상실하게 되요. 사회가 최대한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당연하죠. 그것은 정부의 의무이기도 하구요. 양심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개인의 양심이 타인에게 해를 준다는 결정적 근거가 있을 때만 가능해요.”
그는 양심을 얘기하면서 준법과 양심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양심은 ‘그’가‘그’이도록 만든 본질이며 침해당할 수 없는 권리라는 것이다.
대체근로제를 도입하라
이들은 병역대신 대체근로를 주장한다. 군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사회에 봉사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다른 병역거부자들과 함께 이라크 사회봉사단으로 가기 위해 국가에 허가를 요청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국방부는이들의 출국을 불허하였다. “저희는 군대에 속하는 것만 아니라면 지뢰 제거라도 할 용의도 있습니다. 이라크에 가서 구호활동을 할 생각도 있구요” 라며 유호근 씨는 대체근로에 있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체근로를 하면 누가 군대가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우리한테 할말이 아니라 국가에 말해야 해요. 군대를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도록 해야지요. 아시다시피 한국의 군대는 인권의 사각지대일 뿐만 아니라 권위주의와 군사문화를 재생산하는 장소가 되고 있어요. 군대의 민주화가 이뤄져야 해요.보통 젊은이들이 가고 싶은 군대를 만들어야죠”
그는 대체근로가 도입되면 한국사회의 복지증진은 물론 군대도 급속도로 민주화되고 좋아질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양로시설이나 복지시설등등에서 일하는 대체근로가 군대보다편할 거란건 대만 등 대체근로가 시행되는 나라를 봐도 큰 오산이라고 덧붙혔다.
원한다면 감옥이라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15일에 있다. 이 판결은 향후 양심적 병역거부 여론에 큰 파장을 미칠 것이다. 기자는 유씨에게 대법원과 헌재의 판결에 대해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물었다.
“별달리 기대하지는 않아요. 아마 유죄가 나오겠죠. 법이란건 기껏해야 사회의식의 반영일 뿐이에요. 아직 한국 사회의 의식 정도가 병역거부를 인정할만큼 성숙되지는 않았거든요.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옥이라도 가야지요.그것이 먼저 병역거부한 이들의 의무란 생각이 들어요.” 그는 자신들의 희생이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에 이바지 한다면 어떤 희생이라도 각오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앞으로 어떤 일 하고 싶냐는 기자의 말에 유씨는 “우선은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이후에는 평화운동가의 길을 걷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현재도 ‘사랑나눔 동작 네트워크’라는 빈곤 계층을 위한 봉사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병역거부로 감옥을 거쳐 간 이는 1만 명에 이르고 지금도 약500여 명의 병역거부자들이 수감 중에 있다. 이는 단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며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함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있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더욱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