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설의 고향'에 따르면 참나무, 참꽃, 참새를 일러 삼참이라 전한다.(믿거나 말거나)
참나무는 재목이 매우 단단하여 쓰이는 곳이 많고, 특히 술통 재료로 유명하다. 나무 중에 나무라 으뜸나무로 친다.
참꽃은 진달래꽃을 이르는데 그냥 따먹기도 하고, 화전을 부쳐먹기도 하고, 두견주라 해서 술을 담궈 먹기도 한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진짜꽃이라는 뜻이다.
참새는 도시, 교외, 농경지, 구릉, 숲속, 새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 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한 새다. 곡식을 쪼아먹어 농가에 약간의 피해를 주는 흠만 제외하면 민중에게 가장 친근하고 정겨운 새라 할 수 있다. 죽어서도 음식이 되어 민중의 품으로 돌아오는 몇 안 되는 귀한 새로 닭, 오리 따위와 비교하는 것은 큰 결례가 아닐 수 없다.
참나무통에 숙성시킨 참꽃술을 참새구이와 함께 내놓는다면 이를 마다할 절주가가 세상 어디에 찾아볼 수 있겠는가.
2.
참새는 잘 번식하고 잘 적응하며, 암수가 짝지어 생활하면서 동시에 무리(공동체) 생활을 한다. 온 종일 일정한 지역을 돌아다니다 저녁때가 되면 꼭 나무숲에 모여 함께 지저귄다. 지저귈 때는 소리 높여 지저귀지만 끊고 맺음이 분명하다. 저녁때만 되면 술집에 모여 밤새도록 술을 푸는 활동가들한테는 좋은 귀감이 아닐 수 없다.
참새는 텃새로 자기 생활공간을 중시하면서도, 농작물 수확기에는 먼 거리를 오가기도 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생활을 지키되 전국적인 시야와 리듬을 놓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무릇 지역과 현장에 발 딛고 서있지만 전체 민중운동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활동가의 품세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참새가 줄어들고 있다. 국립환경연구원이 올해 3월 펴낸 '2004 야생동물 실태조사'에서는 지난 8년 동안 참새, 제비 등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또 진한 갈색등짝을 가진 토종 남생이는 녹색등짝을 짊어진 외래종 붉은귀거북에게 집터를 빼앗겼다고 한다.
참새는 1982년에 100㏊당 468마리를 기록했다가 2004년 105마리로 줄었으며, IMF가 터진 1997년 184마리였던 점을 감안해도 42%나 줄었다. 산업(독점)자본주의의 폐해에다 신자유주의 처방이 더해지면서 숫자가 급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장 큰 원인은 번식터. 참새의 주요 번식터인 농촌 초가집과 기와집 지붕이 80년대 슬래브 주택으로 바뀌고, 다시 90년대 아파트로 바뀐 데다, 환경을 파괴하는 각종 신자유주의 개발정책인데 이로 인해 절대 다수 참새들은 설 자리를 하나씩 둘씩 빼앗겨버린 것이다. 또 한-칠레FTA 등 농업개방정책으로 농촌이 붕괴하자 번식기에 많이 먹던 해충이나 애벌레, 잡초 종자들도 사라져 최소한의 먹이(생존권)도 구하지 못하는 현실이 심화되었다. 결국 삶의 터전인 집과 생존 수단인 먹잇감을 잃어버린 참새는 생존권, 생활권, 노동권을 빼앗겨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제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번식터였던 초가집이나 기와집 대청마루가 사라지고, 딱정벌레, 매미, 하루살이 등과 같은 곤충도 사라져 참새 수준으로 감소했는데, 제비의 감소 원인은 비단 국내적 요인만 있는 게 아니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제비의 월동지인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생태환경 변화도 제비 밀도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했다. 말하자면 제비,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쇠오리 등 국경을 오가는 철새들은 우리 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생태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즉 신자유주의 문제가 일국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이고,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자본의 세계화 공세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참새만 지키면 된다는 주장은 운동권 일각의 민족주의적 경향과 연결될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하며, 신자유주의 공세로부터 위협받는 아시아와 세계 모든 새들이 공동의 대응을 모색하는 것이 절박하게 요구된다.
한편, 놈현정권의 무분별한 개방통상정책 강행에 따라 외국에서 건너온 외래종들이 토종을 잠식하는 심각한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외래 어종인 블루길스와 베스는 토종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면서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불교의식인 방생용으로 수입한 외래종 붉은귀거북은 토종 남생이를 내몰고 주인 행세를 하고 있으며, 중남미산 왕우렁이도 벼를 갉아먹는 등 생태계의 골칫거리로 알려졌다. 초국적물고기의 횡포는 지금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3.
때가 도래했다. 참새들, 이제 긴 잠에서 깨어나 날갯짓을 준비할 때다.
저녁이 되면 무리를 지어 숲속에 모이듯 하루도 걸르지 말고 참새네트워크에서 만나자. 제비, 남생이,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쇠오리와 함께 모여 참나무통에 잘 숙성된 참꽃술을 나누자. 삶의 보금자리와 먹잇감을 빼앗아간 잡것들에 맞서 치밀한 반란을 도모하자. '전선위의 참새'를 통해 품고 있던 모든 이야기를 펑펑 쏟아내자.
이제 저 어설프기 짜이 없는 뉴스게릴라의 시대는 마감하고, 참새시대를 열자. 그리하여 시나브로 참새들의 세상, 참새가 주인되는 세상, 우리 모두의 참세상을 활짝 열어보자.
전선위의 참새들! 이제 반란의 날갯짓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