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은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미국의 에이즈 퇴치기금을 받는 나라의 기관이나 개인들은 ‘성매매를 비난한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을 해야 이 기금을 받을 수 있게 했는데, 브라질 당국은 미 국제개발국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브라질 에이즈 프로그램 책임자인 페드로 셰케르는 '브라질의 에이즈 예방 및 대처 프로그램은 성매매 여성과 마약 중독자, 동성애자 등의 단체와 함께 하고 있다. 우리는 에이즈를 신학적이거나 근본주의적인 방식으로 다루지 않는다' 고 했다. 브라질은 현재 성적 순결보다 콘돔 사용을 중요시하는 에이즈 퇴치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부시가 거액을 미끼로 권유하는 ‘성매매 반대 서약’ 은 에이즈를 ‘금욕과 순결'에 기반한 기독교적 도덕주의로 퇴치하겠다는 전근대적인 발상으로 보인다.
부시의 성(性)적 보수주의를 간단하게 물리친 브라질의 룰라(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선반공 출신이다. 그는 첫 부인이 출산중 의료 혜택을 못받아 죽어야 하는 아픔을 겪었으며, 철강 노조위원장에서 브라질 노동당 창설을 거쳐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서민 빈민층의 지지로 57세에 당선된 인물이다. 미국 부시 정부의 이번 제안을 거부한 것은 그의 이러한 민중적 이력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반면에 부시는 기독교 근본주의인 침례교인이며 그의 이러한 종교적 배경이 이라크 침공 등 현대판 십자군 전쟁을 촉발하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부시가 ‘성매매 반대서약’ 을 에이즈 퇴치 정책으로 국제사회에 들고 나온 것은, 마치 한 손에는 미사일을 다른 손에는 성경을 들고 '오직 예수'를 외치는 우스꽝스런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한국이 OECD 가입국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이라면 미국이 제공하는 거액의 에이즈 보조금 지원과 관련하여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부시의 ‘성매매 반대 서약’ 요구에 맨 먼저 쌍수를 들고 뛰어가 서명하려 줄서는 사람들이 누구일까. 두말할 나위 없이 대한민국의 여성계(여성단체와 여성부)일 것이다. 한국의 여성계 다수는 기독교적 근본주의에 익숙한 신자들이며 따라서 굳이 부시의 ‘금욕과 순결’을 마다 할 이유가 없다. 수백억과 금욕을 동시에 챙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고 게임이 되지 않겠는가. 여성계가 그렇지 않다고 막무가내로 우긴다면 이렇게 한번 되물어보자.
대한민국 정부와 여성계는 현재 에이즈 퇴치를 위해 '성적 순결'과 '콘돔 사용' 중에서 어느 쪽을 중요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나요? 그리고 성매매 특별법은 어느 쪽에 기여하는 법인가요? 한국에는 에이즈 퇴치운동이 있기나 하나요?
대체 한국의 여성계는 부시를 닮았을까요? 아니면, 룰라를 닮았을까요?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세요.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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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성노동운동민중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