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공청회무산 관련' 논평을 하는 자리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잘못을 범했다. '물리적 충돌 어쩌구...'하는, 사실을 전혀 왜곡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수사 요청'의 빌미를 주었다. 정부에서는 '노/노 갈등'으로 몰고가려는 술책에서 '수사 요청'이 더 급물살을 탔을 것이다. "저 사람들은 잘못을 저질렀고, 본부에서는 그렇게 지침을 준 바가 없다(그러니까 잡아가더라도 우리는 팔짱 끼고 있겠다()"는 메시지가 사회적으로 전파되었기 때문에 이해찬총리는 '전교조 때려잡기/분열책'에 나선 것이다.
지금 전해 듣는 바로는, '노/노 갈등'으로 비춰질 염려를 지우기 위해서, 전교조 입장발표가 다소 수정되었다고 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 여기고, 그래서 사태 초기에 당신이 범했던 과오들에 대해 (그로 인해 모욕당한 사람들의 분노가 아직 가라앉지 않았겠지만) 더 길게 거론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분을 삭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말리고 싶다.
그런데 '지침이 어쩌구...그 지침은 따라야 하는데 어쩌구...'하는 이야기를 당신쪽에서 앞으로도 계속할 요량이면 우리는, 아니 나는 '자제심을 철회하고픈 충동'에 휘말릴지도 모른다. 쉬운 말로 설명하겠다. "그래, 그런 정도로 '지침'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지침과 '무산행동' 사이는 불과 한발짝 차이다. 서울지부 등등에서도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공청회장에서 항의발언하기 등등'으로 압박을 가하는 이야기가 많이 거론되었다고 한다. '욕설/ 신체적 충돌은 피하라'는 당연히 옳은 이야기들이 되었겠지. 그날은 그렇게 비교적 신중하게 행동하는 가운데에서 '무산'이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당신은 사건날 한겨레논평에서 "우리는 '불참'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무산이 이루어질 것이라 보았다. 그런데 돌발사태가 생겼다. 어쩌구..."하고 말했다. 그러니까 "무산시키는 것은 전교조 방침이 아니었다"고 말하면 아주아주 우스꽝스런 말이 되는 것이다. 무산시키면 좋은 것인데 왜 무산을 안 시키나? 조심할 문제는 '너무 억지로 무리하게 항의행동을 벌이다가 많은 부작용을 빚으면서 무산되는 경우"인데, 거기 나가서 항의행동한 사람들이 철부지가 결코 아니니 그렇게 걱정할 것이 없지 않은가. 만약에 교육부가 집요하게 '강행'에 나섰더라면 아마 그날 행동자들은 '항의행동을 계속할 것이냐, 그쯤 접을 것이냐"하는 곤란한 선택에 직면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면 그날 행동을 놓고 '논란'이 더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일찌감치, 마치 전교조의 반대행동을 기다렸다는 듯이 철수했다. 이는 이미 교원3단체가 '불참'한 마당이기 때문에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까 결과로서 확인하는 바는, '불참 기자회견으로 절반쯤 교육부를 후퇴시켰기 때문에 '무산시키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본부와 서울지부는 '자연스러운 무산'에 나서는 것을 그렇게 꺼렸다는 말인가.
'단지 불참하는 것'만으로 무산되지 못했다/못한다는 것은 이미 사실로서 입증되지 않았는가. '불참'에 플라스 알파가 필요했다. 현장조합원들은 이 '플러스 알파'를 했다. 한만중동지에게 충고하는데, 중국의 능숙한 외교에서 배우라. 중국 당국은 중국민중이 '반일 시위' 벌이는 것을 아주 적극적으로 대일 외교에 활용한다. "우리는 할 생각이 없었지만... 간절한 생각을 품은 국민들이 저렇게 너희를 반대한다. 그러니까 우리 국민들이 두려우면 군국주의 짓거리는 당장 그만두라!" 왜 교육부에 대고, '우리 조합원들, 되게 무서운 사람들이다. 우리 지도부가 말리지 못한다'고 톡톡히 위협의 수단으로 쓰지 않는가.
앞으로 '지침 어쩌구'하고... 자기 자존심 세우는 옹색한 발언들은 삼갔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잘 된 일이고, 그러니 당신이 '행동한 조합원들'을 곤경에 빠뜨린 잘못도 '지나간 일'로 잊을 용의가 있다. 그런데 혹시라도 자신이 범한 현명하지 못한 발언들에 대해 계속 발뺌하는 이야기를 계속한다면, 그리고 '남 탓'으로 돌리고픈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이 피곤한 소모적인 시비를 좀더 벌일 수밖에 없다.
한만중 동지, 앞으로는 '교원평가 반대투쟁, 어떻게 더 힘을 받을 것인가' 건설적인 방향으로 전교조의 생각이 모아지도록 서로 힘썼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