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주머니에 돈은 있어요...

학교 무상급식 지원 확대를 바라며...

몇일전, 동학년 샘들과 무상급식지원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분이 흥분하여 말씀하셨지요.
급식비 정도는 낼수 있을텐데, 무상급식 신청하는 부모가 있다고...
아니,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요즘 세상에 자기 자식 점심 한끼를 못먹이냐고...

문득, 몇 년전 가르쳤던 한 아이가 생각납니다.
전학온 3학년짜리 경호는 실내화 없이 맨발로 학교에 왔습니다.
"경호야, 왜 실내화 안가지고 왔어?"
하고 물으면,
"아차, 잊었어요. 엄마보고 내일은 사달래서 가지고 올께요."
그러는 것이, 몇 일을 넘겼고,
그러는 항목도 공책, 지우개, 연필, 수두룩 했습니다.

왜 그러는지 사정이 뻔한지라,
가끔씩 남겨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며,
필요할 학용품들을 하나 하나 챙겨주었습니다.

무상급식을 신청하시라고,
경호 어머니께 안내해 드렸더니,
하루는 교실을 방문하셨습니다.

고향에서 남편과 사별하고
서울 올라와 이 악물고 사는
힘든 이야기를 눈물 글썽이며 합니다.

재봉틀일을 하고 있는데,
일이 많아 하루 종일 쉬지 못하고 박아 옷을 만든다고,
그런데, 돈은 밀리고 나오지 않는다고...

듣다가 물었습니다.
"요즘 집에 돈이 없어 힘드신가 봐요?"

경호 엄마는 정색을 하며 답했습니다.
"아니예요. 항상 주머니에 돈은 있어요."

나는 돈이 있다는 말에
왜 경호를 배려해 주지 않는지 의아해서
다시 경호 엄마를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재봉틀 바늘 부러지면 바늘사야 하기 때문에
그 돈 1000원은 쓸수가 없어요~.
바늘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어서,
경호에게 그 돈을 줄수가 없어요."

순간, 나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머니의 돈이 1000원이었구나.
이집의 전 재산이 1000원이었구나...

그날, 경호 어머니와 약속을 했습니다.
"경호어머니, 경호 무상급식 꼭 신청해드릴께요.
그 대신, 무상급식비 만큼은 생활비에서 빼내
꼭 집에서 경호한테, 경호를 위해 써 주세요."

경호어머니는
나와 약속을 하고 가셨습니다.

경호도
그 나이 또래들마냥 과자도 먹고 싶을 테고,
그 과자 한 조각에 행복해 질
어리디 어린 아이니까요.

올해 우리반에서는 무상급식을 7명이 신청했습니다.
상담을 해보니, 모두 양부모 실직가정입니다.

지역 교육청에서는
무상급식 신청자가 너무 많다고
지원을 줄이겠다고 한답니다.
중간에서 입장이 곤란해진 영양사샘은
아이들 가정상황을 묻고 또 물으십니다.

학력신장방안을 위해 몇십억을 쓰는 서울시교육,
그 도시에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자식
점심값도 못내주는 학부모가 살고 있답니다.

로비자금이 사과박스 몇개에 담겨져 전달되는 대한민국,
그 나라에는,
전재산을 다 넣어도 헐렁한 주머니로
오늘도 쉬지않고 일하고도
자식 점심값도 못내는 학부모가 살고 있답니다.

경호에게,
엄마가 열심히 일하시니,
너도 열심히 노력하면
이다음에 엄마와 행복하게 살수 있다고
거짓말 쳤습니다.

올해 우리반 아이들에게도
그런 거짓말 칩니다.

그러나, 이것이 거짓말 만은 아니겠지요?
우리가 만들려는 세상은 언젠가는 꼭 만들어지겠지요?

그러려면 우리 모두가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네요.
열심히 투쟁해야겠네요...
덧붙이는 말

경호같은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서 준비물을 가져오게 하는 일을 없애야 합니다. 학교예산에서 학습준비물을 모두 일괄구입하는 것이 가능하거든요.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므로, 준비물도 학교에서 제공하는 것이 옳답니다~ 글구, 학교급식 개선을 위한 서명작업에 많이 참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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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노동자

    무상급식. 저도 서명에 참가하겠습니다.

  • 겨울장미

    아무리 어려워도 지금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딨냐, 는 말... 그런데, 정말 밥 굶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

  • 이슬이

    있었던 일만 나레이션하듯 쓴 글인데 마음이 애잔해지고 현실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주네요. 오랫만에 "발로 쓴 글(현장감감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도 편안히 읽을 수 있는 글)"을 읽었습니다. 무상급식운동에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지 방법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