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성과 관련되는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 몇 년 전 우리반의 한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어느 날 아침, 학교에 갔는데
교실 앞문 유리가 거미줄처럼 산산조각이 났지요.
내 눈치 보며 스산하게 움직이는 녀석들은 아무 말도 안하고...
결국 회장 불러 물어보니
현수가 장난치다 달아나며 앞문을 닫고 유리창밖에서 놀리자
우리 용현이가 그 얼굴에 대고 유리를 주먹으로 그대로 친거지요.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요?
유리는 박살이 났지만
다행히 얼른 물러선 현수는 다친 곳이 없고,
용현이만 주먹에서 약간의 피가 났어요.
보건실에 다녀오게 한 후
둘을 앉혀놓고 말했지요.
오늘은 너희 인생에서
가장 행운이 따른 날인 것 같구나.
이런 행동이 이정도의 사고로 끝났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너희에게 다가온 행운에 감사해라....
그리고 평소에도 충동적인 용현이의 태도 때문에
부모님을 오시라고 했어요.
상담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다음 날 아침에 용현이 어머님이 오셨어요.
나를 보고 하시는 첫말씀이
선생님, 내가 인사 안한다고 우리 용현이 미워하지 마세요.
오늘 아침에 우리 선생님이 용현이 미워하지 말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왔어요......
물었지요.
제가 학기 초에 촌지 안받는다 했고,
우리 반에서 아무도 인사 안하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용현이를 미워하는게 아니라,
어머니와 용현이의 문제를 함께 해결했으면 해요.
그 때 부터 용현이 어머니는
두시간에 걸쳐 이런 저런 자신의 이야기를
흥분하여 쏟아 붓기 시작했어요.
살아보려다 보려다 실패하고
좌절 속에 술 마시고 부인과 아이 때리는 아버지와
그 속에서 아이 때문에 살려고 발버둥치는 엄마들....
결국 가난 속에서도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이지요....
두서없이 흥분해서 하는 이야기를
한 참 듣다 말했지요.
그런데 왜 이혼 안해요? 이혼하세요.
하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나가서 일주일이 지나니
아이가 눈에 밟혀 다시 들어올 수 밖에 없었고,
들어와 보니 그 기간동안 아이는 아무것도 얻어먹지 못하고
굶고 있더랍니다.
아이를 데리고 나가고 싶은데 아이를 주지는 않으니,
아이 생각에 다시는 나갈 생각을 못했답니다.
그런데 어머니,
지금 마음이 불안정하고 화병증세를 가지고 있는 거 아세요?
용현이 어머니는 깜짝 놀라 가만히 있다가 대답합니다.
알고 있답니다.
어머니가 안정되지 않으면
용현이 성격을 고칠 수가 없어요.
말하고 싶은 것 참지 말고,
정 말할 사람 없으면 언제나 찾아와 나에게 말해요.
그리고 어머니를 보내고 용현이와 마주 앉았지요.
용현아, 지금 네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엄마가 위험하다, 느끼니?
언제나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만큼 자신만 챙기고,
남을 위한 감정이나 이해는 전혀 없던 녀석이
눈물을 주르르 흘립니다.
자기도 알고 있답니다.
네가 집에 가면 엄마 자주 안아주고,
사랑해요, 고마와요, 자주 말하렴.
너 마저 엄마 힘들게 하면 엄마가 버틸 수가 없어....
나중에 네가 후회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가 있어...
그 다음 날 부터 용현이는 달라졌습니다.
한 달 쯤 지나 물었지요.
용현아, 노력하고 있는 거니?
예, 우리 엄마를 위해서요.....
나는 용현이 엄마는 참 행복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엄마를 위해서
자신을 절제하는 아이가 얼마나 될까요?
지금 가난해도,
용현이 어머니는 참 행복한 분입니다.
그러나, 나는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용현이 어머니가
가난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덧붙이는 말
-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학습부진아제로운동을 펼칩니다. 그러나, 많은 학교에서는 강사료 지원이 줄었지요. 학력신장방안을 떠들지만, 사실 올해 학교예산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평등한 교육을 위해,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학교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평등한 곳이어야 합니다. 학교에 들어오는 경쟁체제는 그것이 무엇이든 막아야 합니다. 학교는,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이 정말 평등하고 따뜻한 곳임을 배우고, 체험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