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갑희 생각.'성매매/성노동..' 여성주의자들의 다른 목소리

성노동자 진보는 신여성주의 주체로, 자치조직 건설과 비범죄화로 나아가야

성노동자들은 성매매 특별법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여성계를 향해 '여성(여성단체, 여성부 혹은 여성주의자)이 여성(성노동자)을 죽인다(생존권 박탈)'고 강력하게 저항 중이다. 적어도 현업에 종사하는 성노동자들에게 여성계는 현재까지 적(敵)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성특법 시행과 관련하여 고심하는 한 여성학자가 있다. 여성계에서는 마치 성매매 개념이 다 정리된 것처럼 보이는 현 시기에 그는 지금이야말로 본격적으로 성매매에 대해 공론화가 이루어질 시기라며 여성주의자와 성매매여성의 관계 그리고 여성운동의 방향성을 짚어보자고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여/성이론 12호 '성매매방지법과 여성주의자들의 방향감각')

고정갑희(여/성이론 편집주간. 한신대 교수)는 이미 5년 전부터 성매매여성의 일을 '노동'이란 단어로 사용(여자의 시간과 자본 - 가사노동과 매춘노동의 은폐구조 '여성이론 3호')해온 사람이다. 따라서 그가 성매매여성을 성노동자로, 성매매를 성노동으로 바꿔 부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의 제안은 성특법 시행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현 시기 여성계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주제일 수밖에 없다.

그는 성노동자 자신이 행위의 주체로서 성매매와 탈성매매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가부장제하에서 생존하기 위한 성매매 여성들의 일을 노동으로 인정할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성매매 여성들이 자치조직을 원한다면 지지하고 지원해야 하며, 국가공권력은 성매매여성들이 요구할 때 도움주는 방향으로 전환하길 기대한다.

특별한 것은 고정갑희가 구제와 재활, 사회복귀의 논리보다는 여성들의 자체 생존력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그는 여성들의 생존력을 경제력 경험으로 해석하고, 아울러 성노동자들이 성매매가 가부장적 모순과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여 앞으로 여성주의의 정치성을 높이는 액티비스트의 부분으로 등장하길 기대한다.

고정갑희는 그런 과정을 거친 성노동자들을 새로운 여성주의자들의 영역으로 반기며, 현 여성주의자들은 이런 변화의 과정에 동참함으로써 함께 새로운 여성주의의 방향을 찾아 나서기를 희망한다. 고로 성노동자들의 투쟁이 이 여정에 단초가 될 수 있으며 이 지점에서 비로소 성(性)계급적 의식이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고정갑희가 말하는 성(性)계급은 젠더 계급(남성과 여성으로 나눠지는 성별화된 계급)과 섹슈얼리티 계급(아내와 매춘부라는 섹슈얼리티의 위계화) 두 가지이다. 성을 노동의 개념에 포함시킨다면, 사회적 변혁을 향해 노동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굳이 계급론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소신이다.


이제까지 여성계가 성매매피해여성이란 이름으로 그들을 객체화하고 시혜의 대상으로만 여겼다면, 고정갑희는 성노동자란 이름으로 그들을 성(性)계급화의 주체로 그리고 미래 여성주의 신세력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려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고정갑희가 여성주의자들에게 던진 준엄한 화두는, 성노동자들에게 구매자인 남성의 존재를 논외로 한다면 그들 노동의 존재 자체와 상충한다는 여성주의의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성특법과 관련하여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는 성노동자들을 논의의 중심축으로 이동하게 도우려는 귀중한 의미를 담고 있다.

고정갑희 교수의 제안에 향후 여성계와 성노동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인권뉴스]
덧붙이는 말

참조: '여/성이론 12호'(도서출판 여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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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성매매 , 여성주의 , 성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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