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3급 여성의 성매매. 우리들이 그녀를 위해 준비할 것들

일시적 분노를 장애복지정책 확충 등 제도적 개선책으로 나아가야

지능지수가 50 정도인 정신장애3급 김모(31.여)씨는 96년 S주점 업주 류모(55.여)씨를 이태원 거리에서 만났다. 그는 업주로부터 감금과 욕설, 폭행을 당하며 오후7시부터 다음날 오전8시까지 많게는 20명의 외국인(주로 미군)을 상대해야 하는 강요된 성매매 생활을 무려 10년간이나 지속하다가 최근 경찰의 일제단속으로 풀려났다.(6. 9 한국일보 기사 요약)

우리는 이 끔찍한 사건을 보면서 맨 먼저 류모 라는 인간의 악마성을 떠올릴 것이다. 인간이 어떻게 정신장애자를 자신의 이득을 위해 짐승보다 못한 생활을 강요할 수 있을까. 그의 사악함은 아마도 구 공산주의권 국가나 이슬람 사회라면 당장 사형장으로 직행할 정도로 위중하다. 이럴 땐 우리가 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제도가 너무 느슨한 게 속상할 정도다. 저런 인간도 법원에서 3심제도의 혜택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당장 요절을 내야 할텐데...

그러나 류모 씨를 향해 치솟는 이 분노만으로는 뭔가 아쉽다.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혹자는 “성매매.. 그래, 성매매를 없애야 해. 성매매만 없다면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없을 텐데..” 라고 할 것이다. 또 어떤 이는 미군에 혐의를 둘 수도 있다. “이 땅에 미군이 없었다면 기지촌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고 김모 같은 여성이 몸을 팔 일도 없었을 걸..” 또 다른 이는 남성을 주시할 수도 있다. “ 맞아, 성구매를 하는 사람은 바로 남성들이니 그들이 문제야, 따라서 여성들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돼..”

과연 그런가. 그래도 뭔가 미흡하지 않은가. 우리들의 분노와 연이은 생각들에서 해결될 것은 하나라도 있는지 자문해보자. 현실적으로 성매매는 없어질 리 만무하고, 미군문제는 정치적으로 만만찮은 사안이니 좀 그렇고, 그렇다고 성구매자인 남성들을 제압하게끔 여성들이 지배하는 아마조네스 같은 나라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우리들의 분노는 벽에 부딪히며 다시 일과성이 되어 원점을 맴돌고, “애구.. 나도 모르겠다, 그냥 내 한 몸이나 건사하자”는 식으로 자포자기하는 방향으로 튈 수도 있다. 그러나 포기하지 말고 촘촘히 살펴보자. 이 사건을 통해 정작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것은 정신장애를 포함한 전체 장애인 문제에 대한 세심한 분석이다.

지난 시기 유사한 사건 파일을 뒤져보면 이런 사례는 많이 목격된다. 일반인도 아니고 스님이나 목사나 신부가 장애인 복지사업을 한답시고 부실한 시설에 장애인들을 얼마간 수용해놓고 TV 등 매체에 등장하여 저명인사가 된 다음 천문학적인 거액을 횡령한 사건은 위 류모 씨보다 사안에서 결코 가벼운 게 아니다. 무명의 개인은 간단히 악마가 되기 쉽지만 저명인사나 법인의 경우는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 속성이 있다.

정신지체는 전체장애인수(1,449,496명)의 약7%(108,678명)를 차지하고 있다.(2000년 장애인 실태조사)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일반인 중에서 장애인 출현율을 10% 정도로 파악한다.

여기서 나온 데이타가 여성 단체들이 신체 및 정신지체장애 혹은 장애 가능성이 높은 여성들이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비율이 전체 성매매 여성의 10%에 육박한다고 밝힌 논거일 개연성이 있다. 성(性)을 떠나 장애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신장애는 정도에 따라 교육가능급과 훈련가능급 그리고 수용보호급으로 나뉜다. 특히 교육가능에 해당하는 정신지체3급 정도(IQ는 50~70수준)면 느리기는 하지만 교육에 따라 경제적 사회적으로 거의 독립된 성인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럼에도 다수 정신장애자들은 사회적 무관심과 가족들의 외면으로 자활프로그램에 들어오지 못한 채 성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이 특히 여성인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범죄적 성매매 시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중범죄를 저지른 류모 씨는 강력하게 엄벌하여 죄과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신장애3급 김모(31.여)씨는 적절한 자활시설에서 교육을 통해 사회에 적응토록 정부가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얼마전 성매매를 하다 여성계의 보호를 받던 모 씨(정신지체 3급)처럼 그녀를 임시보호소로 보내면 안된다. 그곳은 장애인에게 적절한 시설이 아니다.

일시적 분노를 제도적 개선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사고는 다른 모습으로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정부차원의 장애복지 정책 확충이 시급하다.

(참고/ 장애출현율 : WHO 10%, 미국 약20%, 호주 18%, 독일 8.4%, 일본 4.8%, 한국 3.05%. 선진국에 비해 우리가 월등히 출현율이 낮은 이유는 인정되는 장애범위의 차이에서 비롯. 선진국의 경우은 암, 소화기장애, 알코올 등의 문제까지 장애범주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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