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영 의원(민주노동당)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

성노동을 장기 밀매와 비교하는 최순영 의원의 단순 무지를 탓한다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가
‘최순영 의원’(민주노동당)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


최순영 의원(민주노동당. 이하 최 의원)은 성매매 특별법(이하 성특법) 시행을 위해 집창촌 단속을 강화할 것을 관계당국에 주문하는 가장 부지런한(?) 여성 정치인 중 한사람이다. 이에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전국성노위)는 최 의원의 소속정당인 민주노동당의 정체성과 결부하여 최 의원에게 다음과 같이 공개질의 하고자 한다. 공개질의의 근거는 최 의원이 지난해 11월 3일 프로메테우스 강준상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성매매 특별법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소상하게 밝힌 보도자료를 참조했다. 전국성노위의 다음 항목별 질의에 최 의원은 조속한 시일 내에 성실한 답변이 있기를 기대한다.
(용어는 우리들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까닭에 제도권 용어인 성매매를 성노동으로, 성매매피해여성 혹은 성매매여성을 성노동자로 최대한 고쳐 사용했다. 문장은 주권재민의 원리에 따라 주권자와 국회의원을 동격으로 놓고 평문으로 적었음을 양해 바란다.)



공개질의 1
최 의원은 성특법의 문제점으로 성노동자의 비범죄화에 대한 명시가 미비한 점을 지적했다.
생각해주어 고맙다. 그러나 만약 우리들을 찾는 고객들은 범인으로 남고 성노동자들만 법망에서 빠져 나오는 비범죄화라면 형평의 원칙에 맞지 않아 정중히 사양한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고객들을 범죄자로 팔아 넘기는 위선자들이 될 수 없다.

* 묻는다. 최 의원이 말하는 비범죄화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공개질의 2
최 의원은 불법적 성매매 업주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하라고 주장했다.
우리 성노동자들은 감금 갈취 폭행 착취 등에 해당하는 문제있는 업주들은 단연코 반대하지만, 민주적이며 합리적인 분배가 가능한 정직한 업주들은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하의 일반 노사관계처럼 업주는 자본을, 우리는 노동을 제공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현행 성매매 특별법은 알선 업주에게 3년 이상의 징역형과 재산의 전액 몰수 등 세계 최고수준의 형벌을 부과하고 있다.

*묻는다. 최 의원이 업주 처벌을 강화하라는 건 대체 어느 정도의 형벌을 말함인가?



공개질의 3
최 의원은 외국인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체류자격 변경과 영주권 부여 등 인권신장 조치를 주장했다.
같은 여성으로서 그리고 성노동의 어려움을 공유하는 우리들은 이 견해에 당연히 동의한다. 문제는 최 의원이 국내 성노동자들의 인권이 유린당하는 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외국인 여성들에게만 유독 인권을 강조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묻는다. 우리는 최 의원의 이러한 사고를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보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개질의 4
최 의원은 단속의 부작용 문제와 관련, 집창촌을 단속하면서 음성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 큰데 이는 집창촌 단속이 음성적 부분을 확대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음성적으로 존재하는 부분이 훨씬 더 컸던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23일 성특법 시행 이후 이달 3월 26일까지 서울 시내 5개 주요 집창촌의 성매매 업소에서만 513곳에서 307곳으로 40.2%, 성매매 여성 수는 1천547명에서 741명으로 52.1% 각각 감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 의원은 근거 될만한 통계 하나 없이 원래 음성 쪽이 컸다고 목소리만 높였다.

*묻는다. 최 의원은 집창촌에서 나간 성노동자들이 집으로 돌아갔다고 보는가? 아니면 주로 어디에 가서 생활한다고 생각하는가?



공개질의 5
최 의원은 우리 성노동자들의 생존권이 ‘가장 중요한 문제’ 이고 ‘자기가 벌어서 가족 전부를 부양하는 여성들이 많다. 당장 급하게는 그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라면서 ‘상담하는 것과 3천만원 빌려주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어느 정도 생계비를 주면서, 오랜 상담과 교육을 통해서 그들 스스로 새로운 자기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고 말했다.

*묻는다. 최 의원은 여성부가 현재 성노동자들에게 제시하는 자활대책이 실현가능 하다고 보는가? ‘오랜 상담과 교육’에 합당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고 보는가? 당위만 말하지 말고 최 의원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라.



공개질의 6
최 의원은 자활프로그램의 실효성을 위해 성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서는 그 사람들끼리 모여서 자주모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토론하고 자기 삶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면서 ‘이 프로그램은 장기적으로 가야 한다. 얼마나 단속되었는지 실적만 생각하다 보니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라고 지적했다.

*묻는다. 우리 성노동자들은 지금 최 의원의 취지에 충분히 부합할만한 성노동자들의 조직을 건설 중인데 도울 생각이 없는가? 그리고 성노동자들의 생계와 프로그램의 장기적인 전망을 위해 단속을 유보할 것을 당국에 요청할 의사는 없는가?



공개질의 7
최 의원은 집창촌들이 재개하고 있다는 소식에 "단속이 쑈였냐"며 분개하면서 ‘ 이번에야말로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고 했다.
이러한 분노는 장기적인 프로그램으로 성노동자들의 자활을 돕자는 최 의원 자신의 주장과 모순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여성부는 약하고 검찰과 경찰, 법무부가 문제라는 식으로 성매매 특별법 자체의 비현실적인 문제점을 애꿎은 방향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묻는다. 최 의원은 대한민국의 공권력과 행정력이 총동원되어 무자비하게 집창촌을 단속해야 직성이 풀리겠는가? 그 단속이 성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앗아가는데 최 의원은 이에 동의하는가?



공개질의 8
최 의원은 ‘돈이 되면 뭐든지 팔아도 되나? 가장 값비싼 것이 사람의 장긴데. 그래서 사람의 장기를 사고팔고, 목숨을 사고팔고, 사람이 행방불명되고 그런 것도 인정해야 하나? 개인적으로는 그렇다. 절대로 성매매는 용납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성노동을 장기 밀매와 인신 매매와 행방불명자에 비교했다. 이런 비논리적 사고는 정상적인 고등학생 수준의 인지능력만 있으면 큰 오류임을 금새 알 수 있다. 중층적으로 얽힌 복잡한 사회관계의 소산물인 성노동 문제를 성실하게 탐구하기는커녕 ‘예수천당 불신지옥’처럼 ‘선악구도’로 간단히 비유를 했다는 사실이 차마 믿기지 않을 뿐이다. 우리 성노동자들은 최 의원이 극악한 범죄와 생존을 위한 성노동은 분리 사고할 줄 아는 지성인이길 바란다.

*묻는다. 최 의원은 이 비유를 수정하거나 철회할 생각은 없는가? 이 비유로 인해 성노동자들이 당한 명예훼손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최 의원은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공개질의 9
최 의원은 교육이 중요성을 거론하면서 ‘공교육이 완전히 무너졌고, 대학서열화와 입시위주의 교육 문제가 근본적이다. 덕과 마음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교육, 심성 교육이 전혀 안 되어있다.’ 고 했다.
이 부분 우리 성노동자들도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성노동자들 절대다수는 빈곤의 대물림으로 인해 현행 교육제도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사람들이다.

*묻는다. 최 의원은 우리 성노동자들이 성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근본원인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공개질의 10
최 의원은 선불금과 관련하여 나온 여성이 ‘업주로부터의 신변을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 단속을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중요한 문제일 텐데’ 라는 기자의 물음에 ‘쉼터와 같은 센터 자체가 그런 신변보호를 할 수 있는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우리 성노동자들도 어떤 악덕업주가 선불금을 미끼로 여성들을 성 노예화했다면 그 여성은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고 선불금은 무효화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노동자들은 다른 한편으로 70 ~80 % 정도의 여성들이 ‘탕치기’ (선불금 떼먹기)를 하기 위해 이른바 ‘만세 부르며’ 여성계의 품에 안기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묻는다. 최 의원은 선불금 무효화 조항이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필요로 업주들로부터 받아간 현금을 떼먹게끔 작용하여, 오히려 그 여성들의 심성을 피폐(사기꾼처럼)하게 한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개질의 11
최 의원은 기자가 성매매 여성들의 노동권 인정의 부분을 묻자 ‘난 모든 문제의 핵심은 돈이라고 본다. 사회보장제도도 그렇다. 우리로선 스웨덴처럼 하는 것은 먼 일이다.’ 라고 답했다.
동의한다. ‘돈’이 문제다. ‘돈’이 아니라면 우리가 왜 성노동을 하겠는가. 흥미로운 것은 최 의원이 ‘먼 일’ 이라고 지적한 스웨덴은 바로 한국이 현 성매매 특별법의 모델로 벤치마킹한 국가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먼 스웨덴의 일을 한국에서 당장 성특법으로 강행했다는 사실이 말이다.

*묻는다. 최 의원은 ‘멀고 먼’ 스웨덴 모델인 금지주의 성특법이 한국 사회에 유효하다고 아직도 주장하고 싶은가?



공개질의 12
최 의원은 공창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 입장이다. 친구들이 뭐라고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성은 생명이고 매매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이란 것이 아름답고 귀중한 것이다. 그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존엄성과 인권의 부분에서 봐야 한다.’ 라고 했다.
좋은 말이다. 우리 성노동자들도 기본적으로 성이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최 의원처럼 성을 생명과 동일시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사고로 본다. 오늘 우리는 역으로 가족을 포함한 나 자신의 생명권과 인권을 보호받기 위해 어려운 성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당신은 성노동자에게 도덕을 교육할 어떤 권한도 없음을 이해하는데서 우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묻는다. 만약 병든 부모님과 학교 다니는 동생들이 있고, 이미 적지않은 금액의 빚으로 채권자들(은행, 카드사, 사채 등)이 생활을 압박하고 들어올 때, 최 의원이 특별히 배운 것(전공, 기술 등)이 없는 여성으로 월 수백만원이 필요하다면 당장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공개질의 13
최 의원은 ‘성매매 문제와 관련해 민주노동당의 중장기 계획은 무엇인가?’ 라는 기자의 질문에 ‘성매매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토론을 많이 했다. 공창 얘기도 했다. 노동조합도 만들 수 있게 하고, 4대보험도 들게 하고. 그런 주장들도 있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참 많은 얘기를 했다. 결과적으로 당 차원에선 아니라고 결정했다.’ 라고 밝혔다.
참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 성노동자들은 그래도 ‘연구해보겠다’ 라는 수준의 발언을 기대했다. ‘짐이 곧 국가’ 라고 한 루이 14세처럼 최 의원이 바로 민주노동당이란 말인가. 공당의 정책은 시행착오를 거쳐 항상 수정될 수 있는 것이다. 최 의원의 오만함도 하루빨리 수정되길 바란다.
민주노동당도 흥미로운 정당이다. 스스로 진보적이라는 정당이 민의를 거스른 반인권악법인 성특법을 옹호하려 그들이 말하는 수구 보수정당인 한나라당 열린우리당과 손잡고 있지 않은가. 이런 모습을 2002년 성노동 합법화에 앞장선 독일의 bundnis90(동맹90)과 녹색당 등 유럽의 진보적인 정당들이 지켜본다면 포복졸도할 일이다.

*묻는다. 최 의원은 성특법에 관한 한, 민주노동당과 유럽 및 남미의 진보적인 제 정당의 정체성이 부합한다고 생각하는가?



공개질의 14
최 의원은 성특법 시행에서 드러난 부작용이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하면서 ‘이런 부분들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쪽에 신경을 많이 못써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서 나도 다시 한 번 정부 예산이나 문제점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빈부의 격차를 줄이고, 무상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대학서열화를 폐지하고, 그런 사회 전반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속에서 성매매 문제도 해결 가능할 것이다... 여성이 일한 만큼 대접을 받는다면 성매매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다.’ 라고 최종 정리했다.
사회구조를 거론했다. 정말 속시원한 말이다. 그러나 최 의원의 솔직한 답변 속에는 일말의 자괴감도 엿보인다.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신경을 많이 못써온 것은 사실’ 이라는 대목은 실효성 없는 성특법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안이었음에도 준비가 너무 안일했다는 얘기다. 정치인들의 무사안일주의가 성노동자들에게 어떻게 억압적인 기제가 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묻는다. 최 의원이 말하는 ‘사회 전반의 구조 변화’는 언제나 가능한 것인가? 그리고 그때(최소한 스웨덴 수준의 사회)가 올 때까지는 성특법을 폐지하고 비범죄주의 혹은 합법적 규제주의 등 다른 정책 대안을 내놓는 것이 논리적으로 그리고 공인의 역할로서 온당하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는 이상 14개항의 공개질의에 대한 최순영 의원의 성실한 답변이 서면 혹은 직접 면담으로 조속한 시일내에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2005 . 6 . 19


전 국 성 노 동 자 준 비 위 원 회

(연락처) Daum 카페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 한여연’
이메일 : 전국성노위 proza@hanmail.net

태그

성매매 , 성노동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전국성노위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