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일반이사회, 그게 뭔데?

27일 WTO 일반이사회 개최의 의의와 WTO 뜯어보기

27일 WTO 일반이사회 개최를 앞두고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협상이 좌초되기 전에 정치적 지침과 결단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걱정을 덮고, 중국 대련의 비공식 회의를 통해 일정정도의 입장 차이를 좁힌 협상 참가국들은 7월 말 초안 마련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제네바 현지에서도 협상 저지를 위한 활동이 전개될 예정이다. 제네바 지역을 중심으로 '제네바민중행동'이 꾸려 졌고, 600여명이 넘는 활동가들이 집결해 지역 활동을 결의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전국농민회총연맹의 26명의 활동가들이 참가해 연대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뭔지 모르게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 이게 뭔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다. 정부도 바쁘고 협상국도 바쁘고 '급물살' 이니 '정치적 결단'이니 말들도 많다. 그래서 한번 해 보기로 했다. 방대한 WTO와 무역과 관련한 세계 역사를 다 정리하기에는 과하니, 요번 일반이사회를 둘러싼 것들만 대략적으로 시도해 본다.

WTO 세계무역기구를 뛰어넘은 막강 권력

WTO는 World Trade Organization 세계무역기구이다. WTO의 모체인 GATT(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이후 세계무역질서의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WTO는 2004년 현재 회원국이 148개국이고, 이 회원국들의 무역량은 세계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WTO에 끼지 않으면 세계적인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는 주장은 엄살이 아닌 자본이 정렬해 놓은 뛰어넘기 힘든 현실의 상황이다.

WTO 탄생, 위기에 처한 자본의 생존 전략

"1970년부터 세계자본주의는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당시 세계 시장은 기계화, 자동화로 생산성이 향상된 수준을 넘어 과잉 생산으로 시장이 포화된 상태였고, 저임금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한 개도국이 세계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하자 자본주의 강대국들은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구 공산권과이 대립과 상호 견제 속에서 이런 위협에 대한 대응을 마음놓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 말, 동구 공산권이 몰락하고 냉전 대립이 끝나면서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강대국들은 새로운 정치적, 경제적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공산권이라는 장애물이 제거된 상태에서 이들은 시장을 더욱 확장하기 위한 전략을 실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국 내에서 서비스, 금융 및 첨단기술 산업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한편, 제 3세계 개도국에 대한 지속적인 견제와 지배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기획을 순조롭게 펼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강제 수단이 필요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만들어진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은 이미 여러 제 3세계의 정치경제 체제를 구조조정하고 있었으며, 세계 경제를 금융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기반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역과 관련해 존재하던 무역관세에관한일반협정(GATT)은 이들의 성에 차지 않았다.

...GATT의 기본 목적은 관세를 철폐함으로써 자유무역을 추진하는 것이었는데, 전통적 상품거래에 국한된 관세만 철폐해 그들이 원하는 만큼 제 3세계 경제를 통제하고 시장을 확장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런 배경 속에서 8년 간 협상을 거쳐 1995년 1월 1일에 새로운 무역규범이 발효되었고, 이와 동시에 GATT를 대체하는 항구적이고 강력한 새로운 무역기구인 WTO 출범하게 된다.
--[공공서비스 상업화, 사유화 저지를 위한 공공부문 노동자 대토론회 자료집]

말 그대로 WTO와 서비스 협정은 위기에 처한 자본의 생존 전략 속에서 탄생했다는 설명이다. WTO는 전 세계적인 차원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보다 강력히 추동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쉬운 예로 97,98 외환위기 당시 IMF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한국 사회를 휩쓸었던 4대 부분 구조정처럼, 앞서서 선방 날릴 '행동대장' 기구가 필요하고 총괄적으로 어우르며 달레서 그 흐름을 정리할 기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WTO는 총괄적인 기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된 의견 불일치로 협상이 결렬됨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타결해 자본과 국가의 서로간의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다. 아직도 제 3세계 민중과 전세계 공공영역등 세계적으로 미개척 시장은 많으니까..

무역기구 이상의 권력을 가진 WTO

WTO 권력의 상징인 분쟁해결기구(Dispute Settlement Body)는 분쟁 발생 시, 사건 해결을 위해 패널을 구성할 권한과 패널의 결정과 항소의 결과를 받아들이거나 거절할 전권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 권고와 판정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조사하고, 권고와 판정을 받은 국가가 제대로 의무를 이행하고 있지 않을 경우 보복조치를 승인할 수 있다. 그럼 보복조치가 국제적 용인 하에 가능해 진다. 기업의 제기에 한 국가가 무기력하게 당하는 사례는 수도 없다.

캐나다 메카넥스는 캘리포니아 주가 식수오염을 일으키는 가솔린 첨가제인 MTBE를 금지시키자 캘리포니아주를 NAFTA에 제소했으며, 5억 달러 배상을 요구했다. 글라미스 골드 역시 캘리포니아주가 원주민 전통 장례장을 보존하기 위해 글라미스 광업 활동을 규제하자 배상을 요구했다. 아티구아바르부다는 미국 유타 주가 인터넷 도박을 불법화 하자 WTO에 유타를 제소했다. WTO는 인터넷 도박 금지 조치가 오락 서비스에 대한 외국인 차별이라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외국이 아니어도 한 예로 EC(유럽공동체)는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 정부를 제소한 사례가 있다. 당시 조선업종 구조조정과정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두고 '조선업계에 정부 보조가 있었다며 WTO에 제소한' 것이다. 물론 승소해 벌금을 내지 않았으나 WTO의 이런 권한은 국제 사회 내 '그들의 질서 유지를 위한' 기준 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권력은 국내법을 무력화 하고, 한 국가의 정책을 좌지우지 할 만큼의 실질적 실력을 존중(?) 받고 있다.

GATT, WTO, DDA, UR의 관계

영어가 많으니 헛갈리기도 하지만, 종종 이들의 관계를 알 수가 없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래서 많이들 항의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들이 관계가 무엇이고 이름이 무엇인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유무역을 주창하는 자본의 그림자를 딛고 국가정부를 앞세워 그들의 시장을 개척하는 이름일 뿐이고, 그 이름이 시대와 요구에 따라 달라지는 것 뿐이니까.

역사적으로 자본의 소명을 받아 탄생했다 사라지는 협정들은 다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결과도 못내고 사라진 MAI(다자간 무역협정)를 들 수 있고, 현재 급물살을 타고 가속화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국제적인 무역협정인 GATT(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는 1947년부터 이름 처럼 관세 관세장벽과 수출입 제한을 제거하고, 국제무역과 물자교류 증진을 위한 협상을 다각해 왔다. 그렇지만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다 보니 GATT내에서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았던 상황에 GATT의 8번째 다자간 무역협상인 UR 라운드를 수년 동안 진행하게 된다. 그러던 중 1994년 모로코에서 최종 협정문이 조인 되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완전 타결됐고, 당시 타결 결과로 인해 국내 경제도 많은 영향을 받게 됐었다.

그러나 GATT의 한계를 느낀 각 국은 질긴 논의 끝에 95년 WTO 새로운 무역 기구가 출범시킨다. 그렇지만 WTO는 99년 씨애틀 반세계화 투쟁 등 거센 저항에 직면했고, 내부적으로는 협상의 쟁점에 의해 타결도출이 쉽지 않았다. 이런 저항을 무마하며 난관의 극복하려는 시도로 2001년 4차 WTO 각료회의에서는 새로운 의제들을 더 포함시켜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인 DDA(도하개발아젠다)라는 공식 뉴라운드 테이블을 출범시킨다. 이름을 바꾸고 살을 좀더 붙인 DDA도 사실은 2004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난관에 난관에 봉착하던 중 이 협상 마저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을 표출하며 지난해 실질적 내용도 없는 기본합의서를 도출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 어색한 협상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으로 보면 GATT안에 UR이 포함되어 있고, WTO안에 DDA가 포함되는데, GATT가 WTO로 범위와 살을 붙여 확대해 새로운 기구로 탄생한 그림인 것이다.

노동조합의 실무교섭 격, 제네바 일반이사회

그럼 이번 27일에 진행된다는 제네바 일반 이사회는 뭘까.

우선 WTO 의사 결정 방식 좀 보면 전체회원국들의 회의에서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을 한다. 2년에 한번 개최되는 각료회의는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결렬된 이후 올해 12월 홍콩에서는 6번째 각료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각료회의 산하에 있는 일반이사회는 수시로 제네바 본부에서 개최되는데 상품이사회, 서비스이사회,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이사회 등 협상 분야별 이사회들과 개별 협정의 분야들을 다루며 각료회의 전 조율을 통해 정비 협상을 벌여낸다.

예를 들어 노동조합으로 든다면 대표교섭이 각료회의가 되는 것이고, 실무교섭이 일반이사회가 된다. 이러한 일반이사회가 27일부터 3일간 제네바 본부에서 개최될 예정인 것이고, 그 사전 정비작업으로 가장 민감한 농업협상의 이견을 좁혀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농업 수출국과 수입국간의 문제. 지난 7월 4일에는 WTO 농업위원회 특별회의가 진행됐고, 이어 비공식 통상장관회의가 12일과 13일 양일간 중국 대련에서 개최된 바 있다. 그리고 연장선에서 21일부터 26일까지 소규모 주요국들의 각 그룹별 협의가 제네바에서 진행되고 오는 27일부터 3일 동안 WTO 일반 이사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참가국들은 이런 일련의 회의를 통해 7월 내 최종적인 세부원칙 초안을 이끌어 낸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다시 우리동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노동조합의 예를 들어보자. 교섭전 담당자들의 전화나 비공식 만남들이 일련의 수차례 진행되는 국제회의들이고, 실무교섭을 통해 이견을 좁히는 과정이 WTO 일반이사회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대표교섭을 통해 타결을 모색하는 것이 각료회의이다. 현재는 이견을 좁히는 비공식 접촉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고, 일정정도 거리를 좁히고 서로간의 정보를 흘리면서 실무교섭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들의 공식과 바램처럼 12월 합의를 위한 협상의 초벌적 결과들이 도출될지, 제네바 민중행동이 어떤 활동들을 전개할 수 있을 지는 좀더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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