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게 짙푸른 가을 하늘 아래

교단황폐화를 막기 위하여

‘부적격’을 구실로 한 교사퇴출 제도화,
‘교원평가’ 강행에 반대한다


* 최근 국회 답변에서 김진표 장관은 “교원단체들이 합의해 주지 않아도 2학기 중에 교원평가 도입을 강행하겠다”고 “또 다시” 밝혔다. 원래 올 초여름에 ‘교원평가 등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발족시킬 때, 교육부는 “모든 단체가 합의해서 추진하겠다.”고 만천하에 약속하였는데, 해와 달, 강산도 바뀌기 전에 자신의 손바닥을 뒤집어 버렸다.
* 뿐만 아니라, 교육부는 한 술 더 떠 “부적격 교원을 영구 퇴출시키겠다”고 40만 교원을 상대로 으름장을 놓았다.

우리는 묻는다. 하나. 부적격 관료/판검사/정치인은 훤한 대낮의 서울거리를 활보하며 이 나라를 온통 분탕질하고 있는데 왜 만만한 교원들을 겨냥하여 ‘색출 작전’을 벌이는가. ‘교원 우대법’은 어디로 팽개치고, ‘헌법 위반’이 분명한 “영구 퇴출”을 들이대는가. 이는 인종차별이나 심지어 유태인 차별과도 통하는 ‘집단적 마녀사냥’ 아닌가. “누구든 반성의 빛을 보이면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이 합리적인 근대 국가가 아닌가.

둘. 병을 앓는 교원들을 (한 번의 기회를 준 뒤) 교단에서 내쫓겠다는 것을 ‘인권 말살’이 아니고 무엇이라 일컬어야 하는가. 투병하는 교원들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다시 교단에 설 날’에 대한 소망이다. 다시 생계를 꾸릴 수 있다는 낙관이요, 이 사회에서 다시 ‘보람’을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정신이 멀쩡한지, 여부를 묻는 것은 히틀러나 스탈린 시대를 본뜨려는 것인가. 신체가 멀쩡한 사람만 교단에 두겠다면 고대 노예시장에서 그러했듯이, 이빨이 튼튼한지 여부로 교원을 임용할 작정인가. 이 조항은 장애인학교에서 묵묵히 특수교육을 일구어온 장애인 교사들을 난데없이 ‘부적격’으로 닦아세우는 파렴치한 조항이다.

셋. ‘폭력교사를 색출하라’는 것도,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전혀 번지수를 잘못 짚은 눈먼 해결책이다. 아시는가. 군사독재정권이 이른바 ‘폭력교사’를 양산하고 엄호해 왔다는 사실을. 지금은 폭력적 체벌문화가 꾸준히 줄어들었고, 덮어놓고 ‘색출작전’을 벌이면 애꿎은 교사들이 비난의 화살을 뒤집어쓴다는 사실을 40만 교원은 다 꿰뚫고 있다.

넷. ‘부적격 퇴출’은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품은 눈먼 공세다. “금품수수, 성범죄, 성적비리 교사”를 겨냥한 것이라면 굳이 벌일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지금의 ‘현행법’으로도 그들은 얼마든지 퇴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실제로 꾸미고 싶은 일은, ‘퇴출제도’를 만든 뒤 이를 ‘교원평가’와 연계시키는 것이 아닌가.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이나 권력해바라기가 된 일부 학부모단체가 정부를 대신하여 “무능력 교사도 부적격 교사 범주에 넣자”고 집요하게 외치고 있거니와, 퇴출제도가 일단 성사되면 그 범주를 넓히는 일이야 ‘손바닥 뒤집기’ 아닌가. 그러므로 ‘부적격 퇴출’ 논란의 핵심은 다른 어떤 것들이 아니라, “무능력교사 쫓아내기”에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는 엄중하게 따져 묻는다. 교육당국이 이른바 ‘부적격’ 교원을 ‘현행법’으로 처리할 능력이 없다면 ‘法治’의 주체로서 자격이 없으니 <총사퇴>함이 마땅하지 않은가.
-다른 불순한 목적으로 ‘부적격 퇴출’을 들여오겠다는 것이면 이는 ‘권력의 정당성’이 무너지는 것이니 교육당국은 자신의 ‘결백함’을 명명백백하게 입증해야 하지 않은가.

우리는 또한 따져 묻는다. 교원단체들이야 무엇이라 하건 말건 ‘교원평가를 강행하겠다’ 함은 교육민주화의 시대 흐름을 거꾸로 돌리는 폭거가 아닐 수 없다. 당신들은 학생 성적으로 교원을 평가하는 영국이나 교원평가로써 군국주의를 반대하는 양심교사를 때려잡는 일본처럼 국가가 앞장서서 ‘교단 황폐화’를 부추길 속셈인가?

우리는 요구한다.

1. ‘부적격’을 구실로 한 교원퇴출 “(과잉)제도화”를 즉각 멈추라.
2. 교원평가제 강행을 즉각 멈추라.
3. 사립학교법을 민주적으로 고치라.
4. 교사회와 학생회, 학부모회를 법제화하라.

2005년 미치게 짙푸른 10월 가을 하늘 아래


-- ‘교단 황폐화’를 걱정하는 00중학교 교사 일동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교육노동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