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일야 방성대곡

-전교조는 영혼을 팔아넘겼다

시일야방성대곡





12일 연가투쟁이 갑자기 ‘유보’된 뒤 현장의 혼란이 극에 달해 있다. 수능일정이 갑자기 잡힌 게 아닌 마당에 ‘수능부담’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투쟁열기가 스위치만 누르면 절로 달아오르는 커피포트가 아닌 다음에야, ‘25일 연가’도 기약이 없다. “말로는 ‘유보’지만 사실상 ‘철회’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언론의 논조도 수상쩍다. 조선일보는 12일 사설을 통해 “현명한 결정”이라고 추켜세운 뒤, 만약 연가투쟁을 강행했다면 전교조의 사활이 걸린 상황까지 갔을 것이라며, 남은 열흘 동안 스스로를 구할 길을 찾으라고 경고했다. 중앙일보도 “잘했다.”고 칭찬한 뒤, 국민여론이 연가를 막았으니 전교조는 연가투쟁을 ‘유보’할 게 아니라 아예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요컨대 “비판여론에 밀려 꼬리 내렸으니 다시는 눈 치켜뜰 생각 말라.”는 것이다.



한겨레는 보수언론의 이런 태도를 패거리 싸움으로 몰고 가는 ‘한심한 행태’라고 비판한 뒤, “이수일 위원장은 교육부가 기존 근평제도 개선에 대한 공개적인 약속만 해도 시범운영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며, “이제는 교육부가 답할 차례”라고 교육부를 다그쳤다. 요컨대 “정부가 빨리 근평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해서 전교조와 합의하라.”는 것이다.



보수언론과 한겨레의 논조는 ‘무조건 수용’과 ‘합의수용’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교원평가 수용’을 기정사실화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11일 밤 KBS 심야토론에 나온 위원장도 여러 차례 근평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교원평가의 전제조건으로 근평제도 개선방안을 주문했지만, 교육부는 “버스는 이미 떠났으니 다음 차를 이용해 주세요.” 하는 식이다.



하지만 코앞에 닥친 연가투쟁이 실종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삽질’을 한 분회장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네버엔딩 스토리’에 정신을 차릴 겨를이 없다. 조합원 총투표 결과가 하루아침에 뒤집혀도 되는 건지, 언제부터 근평개선이 교원평가 수용의 전제가 되었는지, 25일 이전에 ‘제3의 타협안’이 나오는 건지, ‘제3의 타협안’의 내용은 도대체 뭔지, ‘25일 연가’를 준비해야 하는 건지… 조간신문을 보고 전교조의 방침을 전달받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자욱한 안개 속에서 전교조 전체가 허우적대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는가? ‘승리’했다는 협의체가 왜 우리 목줄을 조이고 있는가? 언제부터 ‘교원평가 저지’가 사라지고 ‘근평개선’이 대신 자리를 차지했는가? 언제부터 전교조의 전매특허였던 ‘변화와 개혁’은 어디로 사라지고 ‘철 밥통’ 낙인찍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가? 싸움터에서도 할 말은 하는 전교조의 ‘민주적 기풍’은 언제부터 ‘지도부의 고뇌어린 결단’과 ‘밀실결정’에 자리를 내주었는가?



목 놓아 통곡이라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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