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매매’ 논란. 황우석 교수는 더 늦기전에 진실 밝혀야

황 교수 주변 인물들, 반대급부 우려할만한 정황 증거 많다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 사용된 600여개의 난자가 형편이 어려운 여성들로부터 돈을 주고 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세계 과학계에서 불문율로 통하는 ‘헬싱키 선언’과 ‘국제임상시험윤리규정’에서 정한 병원 실험실에의 하급자 임상참여금지를 위반한 정황 증거가 포착됐다.


- 난자 매매 여성들 '용도'도 합병증 위험도 모른채 돈 급해 매매

22일 밤 MBC PD수첩은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핵심인물인 황우석 교수를 비롯 난자 채취의 진원지인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과 난자 사용에 합법적인 지위를 부여해준 한양대병원 임상윤리심의위원회(IRB)의 담당자를 직접 인터뷰한 내용 ‘황우석 교수의 난자매매 의혹’을 방영했다.

또 황우석 사단과 공동연구하던 새튼 박사가 결별이유로 내세운 난자를 제공한 연구원은 물론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자신의 난자가 사용되는지도 모른 채 난자를 매매한 빈곤 여성들까지 PD수첩은 일일이 인터뷰한 결과를 제시했다.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은 한결같이 난자 채취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등 위험을 사전에 병원 측에서 알려주었다면 난자 매매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난자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연구원들은 모두 입을 닫은 채 황우석 교수에게 물어보라고만 답해 의문만 더욱 증폭시켰다.


- 황 교수 주변 인물들, 반대급부 우려할만한 정황 증거 많다

PD수첩이 밝혀낸 자료에 의하면, 배아줄기세포 연구 국제특허와 관련 노성일 이사장이 지분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필수적인 난자를 노 이사장이 확보해준데 따른 반대급부라고 누구든지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리고 한양대 임상윤리심의위원회(IRB)의 담당 교수 중 한 명은 이 연구논문에 황우석 교수와 함께 공동저자로 올라 있다. 서울대 황상익 교수는 공동저자로 오른 이 사람은 전공분야가 전혀 다른 사람으로 연구 참여가 이해가 안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경우 또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가능하게 법적으로 도와준데 따른 보상이 아니겠는가 하는 예상도 가능하다.

만약 이런 추정이 사실이고 이 연구의 책임자인 황우석 교수가 내용을 알고 있었다면, 아무리 그가 세계적인 업적을 쌓았다 해도 황 교수는 도의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더욱이 황 교수는 특별한 이유없이 진상 발표를 미루며 잠행 중인데, 이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PD수첩 방영에 대해 일고 있는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는 이성적이지 못한 듯 하다. 황 교수에 대한 객관성 있는 비판적 보도는 PD수첩 전에도 이미 인터넷 상에서 ‘프레시안’이 수차례에 걸쳐 ‘난자 매매’와 황 교수 처신의 문제점을 심층보도한 바 있다. 강양구 기자는 이 보도로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가 주는 ‘엠네스티 언론상’까지 수상자로 선정될 정도로 신뢰도가 높은 기사였다.


- 무모하기만한 '국익론', 외려 외국에서 국수주의라고 비난받을 판

미국 피츠버그의대 이형기 교수는 “노성일 이사장은 '국익'이니 '의사의 윤리'니 하면서 이 논쟁의 핵심과 전혀 관련이 없는 거대 담론을 끌어 들임으로써 투명한 공개와 해명을 기대한 사람들로부터 황우석 교수 연구팀이 과연 이 연구의 윤리적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하게 만들었다”(프레시안 11.22)며 마구 남용되는 ‘국익론’을 매섭게 비판했다.

세계적인 과학계의 흐름을 모르거나 혹은 외면하면서 ‘국익’에 기대어 이번 위기를 모면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매우 어리석은 일이며 문제는 계속 확대 재생산될 것이다. 선진 각국에서 볼 때, 한국에서 황 교수를 중심으로 불붙고 있는 ‘국익론’은 맹목적인 국수주의에 불과할 뿐이다.


- 네이처. 황 교수의 연구 성과보다 난자 확보 실력에 놀랐다?

PD수첩이 찾아간 영국의 과학지 ‘네이처’지의 기자는, 자신들은 황 교수의 연구 성과보다도 그가 어떻게 그 많은 난자를 확보할 수 있었는지에 놀랐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서구사회에서는 난자 추출과 관련한 부작용이 널리 알려져, 여성들이 어지간해선 이에 응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얼마 전 어떤 모녀가 황 교수 연구를 위해 ‘난자 기증’을 하겠다고 말한 사실을 언론에서 대서특필했다. 곧 이어 유명 연예인까지 포함된 ‘난자기증을 지원하기 위한 모임'이 발족돼 난자 기증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칠 모양이다. 그러나 이런 포퓰리즘적 태도는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논쟁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생명 논쟁’이 아니라, 황우석 교수가 기존에 주장했던 언어 속에 거짓이 없었는지에 관한 ‘도덕 논쟁’이다. 세계 과학계에서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헬싱키 선언’과 ‘국제임상시험윤리규정’을 생략한 채 대한민국의 연구가 앞서갈 수 있다는 발상은 환상이다. 황 교수는 더 늦기전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


안 빈 (한국인권뉴스 편집위원)
덧붙이는 말

황우석교수후원회 홈페이지(http://www.wshwang.com/ )가 연일 네티즌들의 논쟁으로 뜨겁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에는 줄기세포 연구과정을 심도있게 논할 정도의 전문가급 인사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대전에서 유전공학을 했다는 한 네티즌(아이디 쌈마이)은 “생명과학이란 것이 생명을 다루는 학문이라지만...윤리란 벽이 한걸음 옮길 때마다 자신이 한 일을 뒤돌아보게 만들고 있고...”라며 고민을 토로한 뒤, “지금의 난자 제공이 불법적인 것이라 해도 한걸음 나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황 교수를 지지했다. 그는 난자와 생명윤리의 관계에 대해서 “어차피 수정이 되기 전까지는 우리가 매일 샤워할 때 씻어내는 때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며 “난자는 수정이 되지 않으면 28일에 한번씩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고....수정이 되었을 때만 생명으로써의 가치를 가지는 거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네티즌(아이디 조준수)은 소위 ‘국익론’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이용당해왔는지 박정희와 김종필 등 정치인들 사례를 거론한 뒤, 한국의 과학이 황 교수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면서 관료의 손보다 민중의 손에 과학이 주어져야 한다며 ‘과학의 민주화’를 주장했다. 그는 또 황 교수를 두고 노벨상을 운운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업적으로 노벨상이 주어진다면 최초로 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고안한 윌머트 박사가 당연히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 즉 (그의) 업적은 윌머트의 아이디어를 그저 인간의 세포에 그대로 적용한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며 1996년 영국 에딘버러의 로슬린 연구소에서 체세포 복제 동물 '돌리(Dolly)'를 탄생시킨 윌머트 박사를 거론했다. 그는 “황우석 때문에 희망이 생겼다는 순진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을 봐서라도 적당히 하자”며 국민들의 감성적 거품 현상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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