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적 여성운동 비판한 엘리자베트 바댕테르의 저서 “잘못된 길"(한국인권뉴스 1. 7)
"과도하게 사용된 '여성의 희생자화'는 잘못되었다"
편 집 부
성매매 특별법 시행 1주년 하루 전인 2005년 9월 22일 도서출판 중심에서 “잘못된 길”(부제: 1990년대 이후의 급진적 여성운동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출간되었다. 일단의 국내 학자들이 프랑스의 철학자며 개혁적 페미니스트인 <엘리자베트 바댕테르>의 저서를 번역한 것은 한국의 페미니즘이 급진주의로 치달으며 정치세력화에 성공, 마침내 성매매 특별법으로 본색을 드러낸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 책이 나오자마자 한국 주류여성계는 경악했다. 다양한 관련 학문을 통해 사회과학적으로 자신들의 모순을 정확하게 분석한 책 “잘못된 길”이 한국사회에 미칠 여파가 두려웠다. 특히 <엘리자베트 바댕테르>와 같은 유럽의 진보적인 사조가 이 사회의 대중들에게 전파될 경우 주류여성계가 안주하고 있는 정치적 지지기반은 너무나 위태로워 보였다.
경악한 주류여성계, 정희진의 어설픈 특수 상황론이 외려 역효과로
한겨레신문을 통해 ‘여성학’ 강사로 소문난 정희진(서강대)은 “잘못된 길”이 잘못되었다고 즉각 반박했다. 정희진은 "남성폭력과 여성폭력은 이유·의미가 너무 달라 한국 사회에서 급진적 페미니즘은 잘못된 길이 아닌 아직 가지 않은 길이다"고 항변하면서 “이러한 급진주의 페미니즘을 정면으로 비판한 책이 30년이나 여성주의에 몸담아온 저명한 페미니스트 이론가에 의해 출판”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국일보 2005. 9. 30)했다.
그러나 정희진이 비판하기위해 인용한 “잘못된 길”의 내용들은 <엘리자베트 바댕테르>의 선진적 페미니즘 이론을 널리 알리는데 거꾸로 기여했다.
급진주의 페미니즘이 현실을 왜곡한 것으로 “여성을 그 일방적인 피해자로만 인식하며, ‘남성 지배’라는 말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는 것”과 “‘매 맞는 남편’도 있고, 남성도 다이어트나 외모로 고통 받는다는 점, 또 여성도 폭력과 살인을 행사하며, 남성만큼 권력과 성적 일탈을 추구”한다거나 “급진주의 페미니즘이 남녀를 분리, 대립시”킨 점과 “이러한 전략으로는 양성 평등을 이룰 수 없다”는 점, “여성 운동에도 불구하고 남녀 관계는 성숙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두 성 모두 상처 받았다는” 본문 소개는 매우 신선했다.
정희진이 여성의 폭력은 “남성의 폭력과 질적, 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면서 저자를 “‘변절’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실망스럽다”고 비난한 것. 특히, 한국은 여전히 “강간과 가정 폭력이 그토록 횡행하는”하는 “5,000년의 가부장제” 사회이기에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잘못된 길’이 아니라 ‘아직 가지 않은 길’“이라고 한국적 특수상황을 강조할 때는, 세계 사조를 외면하면서 고집하던 박정희의 ”한국적“ 민주주의와 쌍생아 냄새가 물씬 나기도 했다.
“생물학적 차이”로 남성과 여성을 대립적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길
<엘리자베트 바댕테르>(1944년생)는 사회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철학자로 행동주의적 페미니스트이다. 그는 문학, 철학, 인류학, 정신분석학, 사회학 등을 도입해 진보적 여성학의 지평을 열었다. 그는 현재 파리 이공과대학(에콜 폴리테크니크)의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향후 소개할 그의 저서 “잘못된 길”(2003년 출간)은 세계 여성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역작으로 평가된다.
“잘못된 길”(FAUSSE ROUTE)에서 저자는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여성의 희생자화” 문제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제는 지난 15년 동안 지배적이었던 페미니즘 결과에 대해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이 페미니즘은 때로는 남녀의 차이를 내세우거나, 때로는 희생자 측면을 부각시켰으며, 때로는 이 두 가지 모두에 호소했다.
세계적인 연대 속에서 쉽게 자리잡은 이들의 신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여성은 항상 남성의 희생자이고, 따라서 특별한 보호를 요한다. 두 번째로, 여성은 본질적으로 남성과는 다르고, 남녀평등은 이 차이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생물학적 차이에 의해 남성과 여성을 정의하는 페미니즘이 여성 해방에 유리한 것인가 아니면 불리한 것인가?
“여성의 희생자화”가 잘못된 방향에서 과도하게 사용되지는 않았는가?
“생물학적 차이”가 인간을 평가하는 최종적인 잣대가 되면서, 남성과 여성을 대립적으로 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리가 “잘못된 길”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한국사회는 성담론에 관해 기독교 윤리주의에 매몰된 미국식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자유주의에서 사회주의까지 포괄한 다원주의적 성담론의 유럽식을 배울 것인가른 선택해야 하는 전환기에 서있다.
친미적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이 주도해 성매매 특별법 하나 제정했다고 영원히 그 담론 속에 갇혀 살 수는 없는 일. 과도하게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미국문화를 벗어나 유럽으로 가보자. <엘리자베트 바댕테르>의 “잘못된 길”(FAUSSE ROUTE)은 우리들에게 인식의 지평을 넓혀줄 것이다.
정부 시책에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경향신문이 "잘못된 길" 책 리뷰에서 "다시, 어떤 길이든(이념이든 운동이든) 잠시 멈추고 되돌아보자. 제대로 왔는지, 모순에 빠져 잘못된 길을 가고 있었는지, 한국의 여성운동은 어디쯤 왔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라고 되묻고 "지금 여성운동도 그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성 메세지를 보낸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한국인권뉴스는 “잘못된 길”을 시리즈로 네티즌 여러분에게 소개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