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덕 효 (한국인권뉴스 대표)
만약 황 교수가 서울대 교수가 아니라 지방대 교수였다면 그의 사기극은 통할 수 없었다. 그동안 황 교수의 의문스러운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됐지만, 한국사회는 서울대와 정규직 교수라는 성역과 신심깊은 불자(佛子) 앞에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채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논평]비운의 황우석 교수 사태에서 여성권력계의 모습을 본다
10일 서울대 조사위원회(위원장 정명희)는 기자회견에서 황 교수팀의 모든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혔다.
또한 여성 연구원의 난자 채취 시술을 받게 하는 과정에서 황 교수 자신이 연구원을 직접 미즈메디병원에 데려다 주었다는 점이 규명돼 그간 황 교수의 주장이 전부 거짓으로 들어났다. 이날 밤 방영된 MBC PD수첩도 복제 송아지로 널리 알려진 ‘영롱이’와 ‘진이’조차 어떤 입증 자료도 없는 허구임을 가까운 과학자들과 관련 농민의 증언을 통해 밝혀냈다.
이제 외신도 공식적으로 황 교수를 희대의 사기꾼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미국 CNN방송은 서울대 발표를 계기로 “황우석 교수 사건은 현대 과학사에서 가장 큰 사기극(cover-up)으로 기록될 것이다.”이라고 했는가 하면, 뉴욕타임스는 이날 서울대 정문 앞에서 아직도 그를 따르는 지지자들이 “한국의 자존심”을 외치는 풍경을 이해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서울대 조사위로부터 보고서 등 관련자료를 인계받아 작업에 착수했다. 공동연구자들은 모두 소환돼 황 교수와의 공모 여부를 추궁당할 것이다. 집행된 국가 연구비 658억원에 대한 내역 조사와 ‘5만달러 제공’ 등에 관한 수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청와대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지만, 황 교수와 긴밀한 관계에 놓였던 ‘황금박쥐’ 나머지 멤버들(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도 문책당할 소지가 많다.
황 교수와 여성권력계, 성과제일주의와 조급성에서 닮았다
이번 황 교수 관련 초유의 사태는 여성권력계의 가장 큰 정치적 쟁점인 성매매 특별법(성특법) 시행이 가져온 사회적 파문과 닮은 데가 많다는 점에서 둘 다 정치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 하다. 그러나 여성권력계가 황 교수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정책 입안에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올 수 있기에 다양한 측면에서 양자를 비교해본다.
첫째, 성과제일주의다. 과학 사기꾼인 황 교수가 국민적 영웅이 되고 최고과학자로 선정되면서 정부가 나서 노벨상까지 추진하려 했다는 가히 코메디같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포퓰리즘에 매몰된 언론과 성과제일주의에 빠진 무지몽매한 정부가 있었다. 정치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은 너도나도 이 기술이 연간 최소 50조 최대 수백 조 원 규모를 벌어들일 것이라고 공언하고 다녔었다.
이런 터무니없는 허위광고는 한국에서 성특법이 제정되고 강력 시행되는 과정에도 이어진다. 미국이 당장 인신매매 3등급 국가에서 1등급 국가로 올려 한국 여성권력계를 칭찬해준 일이다. 그러나 이 법으로 인해 동네방네 전국적인 음성적 성매매로 번진 일이나 종사자들이 해외로 송출된 점을 감안하면 ‘1등급’이란 말 자체가 가히 코메디감으로 성과랄 것도 전혀 없다.
둘째, 조급성이다. 줄기세포연구가 실용화되려면 최소한 10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황 교수는 천문학적인 거액의 연구자금을 앞에 두고 강산이 한번 변하는 세월을 일거에 앞당기는 사기극을 연출했다. 그는 이를 위해 선정주의 언론에 접근했고 잠깐 성공했다.
이를 여성권력계가 집창촌(집결지) 자활종합지원대책 추진용으로 투입한 예산과 비교해보자. 여기에는 지난해까지 무려 288억원이 소요됐는데, 소위 탈성매매 여성들(부산, 인천지역 집창촌)에게 성급하게 지급한 형식적인 긴급생계비 월 37만원 등외에 적지않은 부분이 여성단체 관리비용으로 충당되었고, 이 과정에서 실효성도 없이 언론에 과장 홍보하기 급급했던 게 여성권력계의 초라한 모습이었다. 잠시 긴급생계비를 지급받았던 그 여성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검증이 불가능하다.
맹목적이며 무지한 국가주의가 일을 그르쳤다
셋째, 국가주의 이데올로기 문제다. 황 교수는 자신의 논리가 부족할 때마다 수시로 조국과 민족을 언급함으로써 ‘국익론’에 기대어 자신의 거짓을 감추었다. 여기 한국민 특유의 ‘빨리빨리’ 집단주의가 가세해 그는 ‘교주’처럼 등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국익은 PD수첩과 젊은 과학도들의 몫이었고, 황 교수의 ‘국익론’은 사기꾼의 명함에 불과했다.
여성권력계가 늘상 한국 남성들의 잘못된 성(性)관습(성매매)을 근절시켜 ‘깨끗한 나라(사회)’를 만들겠다고 주장하는 것도 국가주의와 맥락이 깊다. 지난해 7, 8월 경찰의 집중 단속에서 성매매가 적발된 현장(3422명)이 유흥업소(34.1%), 인터넷(32%), 유사성행위 업소(17.4%), 집결지(6%) 라는 통계는 장소만 이전된 ‘풍선효과’를 분명하게 입증, 성특법 시행이전 상황보다 오히려 악화돼 나라 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넷째, 관련자들의 아부 근성이 일을 그르쳤다. 황 교수가 언론에 뜨자 유수한 정치인(손학규, 유시민 등)들과 재계 인사들이 앞서서 그의 사기극 연출을 도와주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황 교수의 국제적 사기극을 국내 경제력 성장의 엄청난 동력이 되는 양 정치적으로 홍보하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을 기만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10일 열린우리당 여성위원회 신년인사회는 당내 여성권력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대권주자’들의 ‘아부하기’ 자리였다. 유재건 임시당의장은 “우리 방송사 카메라들이 김근태, 정동영 앞에 가기 전에 조배숙 앞에 먼저 가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했고, 배기선 사무총장은 “새로운 아름다운 것, 깨끗한 것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우리 여성당원들의 바람을 저희 남성들이 받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동영 전 장관은 “아내가 없어도 제 끼니를 찾아먹는 남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고, 김근태 전 장관은 “다음에는 정동영 전 장관과 의논해서 조배숙위원장 뒤에 서겠다”고 바짝 엎드렸다.
황 교수 사태는 서울대 교수 출신 아니었으면 안 벌어졌을 일
다섯째, 스너피와 ‘절반의 성공’ 의미. 황 교수는 과학자의 생명인 논문조작으로 재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그럼에도 그의 지지자(네티즌 등)들은 서울대 조사를 믿을 수 없으며, 그나마 스너피는 진짜라고 밝혀졌으니 그게 어디냐고 항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정도면 최면상태가 아닌가 의심해봐야 할 일이다.
여성권력계는 성특법 시행 1주년을 맞아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자화자찬했다. 즉 성특법이 한국 남성들에게 성구매 하는 것이 범법임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코 검증할 수 없는 이 추상적인 성과 뒤에는 이 법을 빙자한 자신들의 정치세력화가 실제 성과로 도사리고 있었다. 스너피의 실존보다 이 ‘추상성’이 더 장기간 괴력을 발휘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여섯째, 학벌카스트의 폐해다. 만약 황 교수가 서울대 교수가 아니라 지방대 교수였다면 그의 사기극은 통할 수 없었다. 그동안 황 교수의 의문스러운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됐지만, 한국사회는 서울대와 정규직 교수라는 성역과 신심깊은 불자(佛子) 앞에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채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재력과 학벌, 종교 등 모든 권력 뒷받침되는 그들만의 리그
이는 성매매 특별법 제정에 관여한 여성권력계 인사들의 힘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그들의 학벌은 대개가 학벌카스트 정점에 존재하며 이러한 학연이 그들이 속한 종교집단의 힘과 함께 정치적 권력구조를 공고히 하는데 버팀목이 되었다. 바로 이 힘이 성매매 특별법과 같은 세계사적으로는 불과 몇 안되는 사상 초유의 반인권 악법을 만든 것이다.
최근 한 보도는, 황 교수가 개인 차원에서 재벌 등 주요 후원자들에게 수십억원의 지원을 받았을 뿐 아니라, 가난하다는 소문과는 달리 소유 부동산이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부자라고 그의 이중생활을 폭로했다. 그럼 성노동자들을 위험천지인 음성 성매매로 내모는, 성특법 시행에 앞장서는 여성의원들의 재산은 얼마나 될까. 17대 신규 등록한 여성의원 32명의 평균재산은 10억350만원이며 이중 이은영 의원(열린우리당)이 74억3100만원으로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제 비운의 황 교수는 떠나겠지만, 여성권력계의 정치세력화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정치권이 이들을 진심이건 가식이건 ‘표심’으로 고려하는 한, 할당제 등 다양한 정치공학에 힘입어 중산층 화이트칼라 여성들의 정치권 ‘자리잡기’는 계속될 것이다. 바야흐로 한국사회에 급진주의 페미니즘이 국가주의 페미니즘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성노동자들을 비롯한 빈민 민중여성들의 이해와 아무런 상관없는 '그들만의 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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