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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음악가 이호준씨 |
가끔씩 술을 마시고 노숙인들끼리 싸움을 벌일 때면 항상 중재자 역할을 맡아서 싸움을 말렸고 노숙인이 아프면 말없이 병원비를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심지어 부산역 고속철도 착발 역 공사 도중 지나가던 노숙인이 안전사고를 당해 손목에 심한 열상을 입었을 때 그가 사고당한 노숙인을 병원에 옮겨 치료비를 대신 내어주기도 했다.
그런 이호준 씨를 처음 만난 건 지난 2003년 겨울이었다. 걸쭉한 호남사투리가 인상적인 그는 자살기도를 한 노숙인으로부터 임금체불 된 노숙인까지 수많은 부산 역 사람들을 만나왔다. 매일 밤 광장에서 구수한 노래를 부르던 그는 어느새 부산역의 명물이 되었다.
기자는 1일 새벽 이호준 씨를 찾아가 노숙인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꺼려온 질문을 던졌다. 근래 수많은 언론매체에서 노숙인 관련기사를 쏟아냈지만, 정작 대부분의 기사들이 ‘노숙인은 이렇게 생활 한다’는 식의 상투적인 표면만을 건드려왔기 때문이다.
노숙인이 왜 생겨난 것 같습니까?
우리 나라에 노숙인이 생겨난 이유는 소위 재벌이라고 부르는 부류들이 생겨나면서부터 인 것 같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박 정희 전 대통령 시절, 중화학 공업을 집중 육성하면서부터 생겨난 경제적 재벌과 사회적 빈부격차 이것이 군사정권으로 이어지면서 거품경제로 이어졌고 결국에는 문민정부에 들어와서 IMF로 인하여 현장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 정리해고 등으로 인한 사회 경제력의 부작용에 의해서 노숙자인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너무 장황한 설명인 것 같은데요?
장황할 수밖에 없죠. 그렇기 때문에 일개 개인이라던가, 사회단체, 종교인이 나서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들은 정치. 경제적인 헤게모니에 의해서 형성된 부류기 때문에 지원이나 해주는 간접적인 대책이 아닌 공공기관이 나서서 장기적이고 직접적인 정책을 세워야 그나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사회의 노숙인이 증가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정치기관이나 경제기관이 남발하는 대책에 대한 대책의 부작용 때문이 아닐까요.
그동안 부산 역에서 노숙인들과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을 텐데 그들의 관심사는 무엇입니까?
자질구레한 것들이 많지요 일반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 없습니다. 그중에서 꼭 집어서 말해달라고 한다면 ‘일자리’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다들 아침 5시 정도면 일어나서 일일취업, 소위 ‘노가다’라고 하는 일일 용역을 나갑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부산역 대합실이나 역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서 빈 박스를 깔고 자고 다음날 오전 5시 30분이면 또 일 나가고 합니다. 그렇게들 노력을 하는데 일일 용역밖에 할 수 없는 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노숙자라는 딱지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고 예전처럼 사회적 소속감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방금 말했던 노숙자들의 생활에 일반인들은 불편을 호소하지 않습니까?
불편해 하지요. 술판을 벌리는 무리도 있고 놀음을 하는 무리도 있고. 하지만 그들은 극히 일부일 뿐이고 대부분의 노숙자들은 조용한 편입니다. 공안 경찰 분들도 시시때때로 단속하지만, 고생스러워도 전체를 봐서 감수하는 것 같습니다. 참 고맙죠.
현 사회는 노숙인들에 대해 지저분하고 아무데서나 자고, 술 먹고, 싸우는 식의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거리 노숙의 단계가 있는데 일단 거리에 나와서 무리에 끼면 노숙인이 됩니다. 일일 용역 같은 일도 나가고 나름대로 노숙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을 하지요. 그러다 노숙인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편견이나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게 되면 무방비로 방치된 상태에서 술을 먹게 되고 스스로 제어를 못 하는 사람은 알코올 중독자가 됩니다. 그러다 정신병원에 몇 번 들락거리게 되면 그때 가서는 정말 정신병자가 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노숙자인이 되어 객사하기 전까지의 단계입니다.
그런데 노숙인들을 위해서 쉼터나 무료배식 등의 이용시설을 운영하시면서 대변자 역할을 자처하시는 일부 종교 지도자나 사회단체의 장 되시는 분들이 뉴스매체 등을 통해서 알코올중독 단계에 있는 노숙인들을 이야기하고 매체는 그들을 노출시키면서 현실이 많이 왜곡된 것 같습니다. 제가 본 노숙인은 부지런하고 일반 사회인보다 착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알코올 중독자나 정신병자들은 해당시설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수용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지, 사회복귀가 희박하다고 해서 방치한다는 것은 결코 해결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떡하면 노숙인 문제가 해결 되겠습니까?
현실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확대되는 것은 막을 수는 있겠지요. 그렇게 하려면 우선 전문적인 상담을 하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숙 초창기 때 다가가서 대화를 시도하고 부족한 부분을 지원해준다면 얼마든지 사회로 복귀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노숙의 문제가 종교나 문학의 문제가 아닌 경제나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 경제인들이 적극 나서서 대책이 아닌 장기적인 정책을 새우고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노숙인이 양산되지 않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이 노숙 관련 문제에 있어 최대의 위기라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예전의 노숙인들은 생계형이라고 표현 할 수 있다면 요즘 흘러 들어오는 노숙인들은 사회에 적개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보면 우선 고등교육을 받아 조직적이고 사회에 적응을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다분히 폭력적이며 자기중심적인입니다. 만약 이들이 한탕주의 범죄와 연결이라도 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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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준씨가 부산역에서 공연하고 있는 모습 |
현재 이호준 씨가 거리 노숙인을 위하여 추진하시고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나요?
실직 노숙인 조합을 만들었는데 그것은 계속 추진중이구요. 요즘은 조합인력이라는 일일 용역 센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문제로 요새 노숙인들과 매일 회의 같지 않은 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합인력일은 어쩌다 하시게 됐나요?
작년 여름에 노가다 나가겠다는 친구들에게 작업화하고 작업복을 일절 마련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용역에 나가면 노숙인이라고 해서 일을 안 보내주는 거예요. 한 친구는 보름동안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누구보다도 먼저 가는데도 일을 보내주지 않는 거예요. 결국 그 친구는 제가 전날 모금한 돈을 털어서 도망을 가버렸죠. 그런데 누가 신고 했는지 형사들이 와서 다른 미수 범죄가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제가 잡아서 경찰에게 인계한 일도 있었죠. 참 안타까웠던 일이지요. 그것이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료배식을 매주 월, 수, 금요일 노숙하는 친구들과 같이 운영하는데 아침 8시에 배식하려면 보통 새벽 5시부터 준비를 해야 하거든요. 거기서 자연스럽게 일일 용역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죠. 그래서 그간 모금해 놓은 돈을 털어서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조합인력이라는 단체는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나요?
물론 무료 알선이구요. 실직자나 노숙인들을 우선으로 운영될 겁니다. 처음에 노숙인들이 스스로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스티커를 백장 정도 붙이고 왔는데 그 다음날 바로 일이 들어왔어요. 신기하죠? 그래도 아직은 초반이에요. 앞으로 이 문제로 많은 대화가 있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바램이 있다면
노숙하는 친구들이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이사회에서 저소득층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우리 조합인력이 잘 운영되어서 먹고 자는 것만이라도 그들 스스로 해결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올해도 불가능 하겠지만 음반 작업이 들어갔으면 바랩니다. 나도 가수잖아요.(웃음)
지난해 10월 23일 부산역 광장에서는 제2회 거리합동위령제가 열렸다. 그가 대표로 있는 사회문화 복지단체인 '여섯줄 사랑회'가 주최였다. 노래 <행복의 나라로>를 부른 그는 위령제에서 “2005년 올해만 부산에서 6명의 노숙인이 객사했다”고 전했다.
그에게 있어 위령제의 직접적인 계기는 3년 전 서울 혜화동 대학로 거리에서 노숙 생활 중 사망한 선배 가수 고 송영민 씨의 죽음. 그래도 그는 부산역 거리에서 거리음악가로 남고 있고 현재도 여전히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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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씨는 현재 부산역 거리 음악가이자 작사, 작곡가, 사회문화 복지단체 '여섯줄 사랑회 회장', 월간 '좋은만남' 객원기자, 칼럼리스트, 실직 노숙인 조합 위원장, 일일용역 조합인력 조합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