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특법으로 권력 차지한 주류여성계와 소외되는 성(性)들의 비극

남녀가 원수처럼 산다면 인생의 큰 즐거움 잃은 것

한국인권뉴스 2006.06.08

"주류여성계가 성매매 특별법 하나로 대한민국을 호령한 지 벌써 1년 9개월이다. 이들의 모습은 마치 루소 말('어린애가 노인에게 명령하고 바보가 현명한 사람을 이끌며')처럼 이 사회를 온통 혼란의 도가니에 몰아 넣었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산하 단체를 중심으로 여성가족부와 이들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등의 권력기관을 가질 수 있었다. 그들은 이제 수백억을 쉽게 주무르는 권력자가 된 것이다. 반면에 이 땅은 가난한 성(性)과 성노동자들은 숨쉬기도 힘든 비극적인 세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칼럼]성특법으로 권력 차지한 주류여성계와 소외되는 성(性)들의 비극

최 덕 효 (한국인권뉴스 대표)

장애인의 성을 이야기한 영화 ‘핑크 팰리스’에서 중증뇌성마비 장애인 최동수 씨(49세)는 창밖에서 흘레붙은 강아지를 보며 카메라맨에게 말한다. "난 개보다 못해". 관객들은 영화 마지막 부분에 최 씨가 집창촌에 들어가는 모습을 두고 둘로 나뉜다. 최 씨를 받아줄 곳이 현재로선 그곳 밖에 없다는 사람들과 여성의 성을 구매하는 나쁜 행위를 장애인 남성으로 정당화했다는 사람들로.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을 넘어 사람들의 성(性)이 연애나 동거, 결혼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 것인가.

반전운동 학생들과의 조우와 미묘한 차이점들

성특법 시행 직후 성노동자 운동에 뛰어든 필자가 주류여성계의 공격목표가 되어있는 한 집창촌을 찾은 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인근 K대학교 학생들 4명이 먼저 와있었다. 그들은 성특법과 관련한 과제물 작성을 위해 용기를 내어 집창촌을 찾은 것이다. 한 학생이 눈에 익었다. 우린 이라크 파병반대집회인 ‘만민공동회’에서 만난 사이였다. 반전운동하던 친구들을 사회적 금기인 성노동자운동 공간에서 만나다니.

필자는 그곳 관계자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운동의 취지를 브리핑하면서 남학생 2명과 여학생 2명에게 ‘성’이 남녀의 만남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각각 물었다. ‘상대방이 성불구라면 그래도 결혼할 수 있나요?’ 질문을 접한 학생들은 순간 당혹스러워 했지만, 곧 남학생들에게서는 ‘힘들 것’ 같다는 답변이 나왔다. 한 여학생은 ‘잘 모르겠다’고 했고, 다른 여학생은 ‘신뢰할 수 있는 사이라면 가능할 수도?’ 라고 답했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차마 그들의 사적인 성(性)경험치를 물어볼 수 없었지만, 미혼남녀들이 성에 대해 갖고 있는 미묘한 편차는 감지했다.

결혼시장이 바로 진정한 ‘성매매’의 천국이라면

섹스는 꼭 해야 하는 건가. 형이상학적인 존재인 인간들이라면 이를 초월할 수도 있는 건 아닌가. 굳이 해야 한다면 연애를 통해 하면 될 게 아닌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은 또 어떻게 되는 건가. 대체 연애가 뭔가. 연애와 결혼의 조건은 결코 다른 것인가. 왜 누구는 성을 팔아야 하고 누구는 이를 구매해야 하는가. 성,성,성..이란 다소 복잡한 이슈 앞에서 우리는 많은 질문들을 만난다. 학생들의 관점이 상이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성의 수요공급이 원활한 시장으로 가보자. 이 시장은 어른들 간의 자발적인 성거래조차 악으로 비난할 정도로 도덕적인 장치인지 염두에 두면서 말이다. 다양한 성거래 중 합법적인 결혼시장을 맡고 있는 한국사회의 결혼정보업체는 무려 4백여개소, 연평균 25%씩 급증세라고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외모와 학력, 직업으로 미혼남녀의 '몸값'을 이미 다 매겨놓은 상태다. '혼(婚)테크'라는 유행어가 절로 나온 게 아니다. 이들은 로맨틱한 연애보다는 몸값 품평회가 진행되고 있는 시장에 자신을 맡겨 신분상승을 꾀하는 길을 택했다. 이를 진정한 ‘성매매’라 부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시장에서도 가난한 자들의 성(性)은 소외된다

그렇다고 해도 시장이 수요를 다 포용하는 건 아니다. 결혼시장에서 농촌 총각이나 재혼 남성들처럼 상황이 열악한 사람들에게 기회는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장애인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심지어 몇몇 정보업체의 경우 농촌총각이나 장애인들은 아예 회원 자격에서 처음부터 배제시킨다고 하니 한 마디로 소외된 성은 시장이란 매카니즘에서 애당초 불평등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 대놓고 원래 인간들은 불평등하게 태어난 게 아니냐고 항변한다면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에 영감을 주었던 루소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자신의 저서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나 도처에서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여기에는 이른바 ‘문명’이 결정적으로 폐해를 끼쳤다고 한다. 이 문명의 기저에는 학문과 예술로 상징되는 계몽주의적 사상이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어린애가 노인에게 명령하고 바보가 현명한 사람을 이끌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굶주리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마저 갖추지 못하는 판국인데 한줌의 사람들에게서는 사치품이 넘쳐"나는 불평등한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성(性)적 불평등’도 마찬가지다. 성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모 재벌의 애인 숫자가 장난 아니라거나, 모 전 대통령이 여차하면 안가에다 여성 연예인들을 불러다 데리고 놀았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식상할 정도다. 이를 보는 민심은 “있는 X들이 더 더러운 짓거리를 한다”고 욕하는 사람들과 “난 X들은 역시 다르다”라며 침 흘리는 사람들로 다소 혼란스럽긴 하다. 그들 눈에는 이면 뉴스를 잠깐 장식하는 장가못가 농약 먹고 자살한 농촌총각과 장애인 소식이 어떻게 보일른지.

남녀가 원수처럼 산다면 인생의 큰 즐거움 잃은 것

주류여성계가 성매매 특별법 하나로 대한민국을 호령한 지 벌써 1년 9개월이다. 이들의 모습은 마치 루소의 말('어린애가 노인에게 명령하고 바보가 현명한 사람을 이끌며')처럼 이 사회를 온통 혼란의 도가니에 몰아 넣었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산하 단체를 중심으로 여성가족부와 이들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등의 권력기관을 가질 수 있었다. 그들은 이제 수백억을 쉽게 주무르는 권력자가 된 것이다. 반면에 이 땅은 가난한 성(性)과 성노동자들은 숨쉬기도 힘든 비극적인 세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나미(신경정신과 전문의)씨의 말이다.
“이제 희소가치가 없어진 한국 남성들은 짝을 찾기도 어렵고, 용케 결혼했다 해도 가정의 한 구성원으로 대우받지 못하기 십상이다. 여성은 희생자이고 남성은 가해자라는 단순한 구도는 이제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그간의 불평등한 교육으로 인해 한국에는 약한 남성들이 의외로 많다. 반대로 딸의 기를 살려 주려는 어머니들과 남성 위주의 사회 조건에 저항하라고 부추기는 대중문화 때문에 겉만 강팍해지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남성과 여성이 본래 서로 대립하는 관계가 아님에도 마치 원수처럼 산다면 인생의 큰 즐거움을 잃은 것이다.”

[한국인권뉴스]


※ 이 자료는 한국양성평등연대(평등연대)가 제공합니다.
평등연대는 전근대적 가부장제와 부르주아적 급진여성주의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시민네트워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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