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신문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아시다시피 전교조 조합원들 중에는 한겨레신문이 창간될 때부터 신문을 구독해온 애독자가 많고, 창간 기금이나 또다른 기금을 기탁한 열성 애독자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사회정치적으로 유대 관계를 맺어온 언론사에 최근(6. 16일자) 실린 ‘사설’을 접하고서 우리 조합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당하지 못한 논법으로 ‘전교조 헐뜯기’에 노골적으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그 ‘사설’은 “전교조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라는 제목으로 시작합니다.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닙니다. 제목에 나오는 ‘의문문’은 표현을 강렬하게 하려는 ‘수사법’의 하나, ‘설의법’입니다. “전교조는 민중과 민주주의를 위한다는 대의명분과 어긋난 길로 가고 있지 않으냐”하고, 단호하게 질타하는 것이라면 그 답은 둘 중에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한겨레신문이 판단하는 대로이든가, 아니면 그 판단이 전혀 그릇되든가.
‘사설’에서는 “전교조가 그동안 학생들에게 헌신해 왔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고 분명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말이 그저 둘러대는 췌사가 아니려면 전교조가 요즘 들어 과연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 분명히 적시하고 그 논거를 이치에 합당하게 대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설에는 한겨레신문이 무엇을 비판하려고 하는지 분명히 적시돼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잘잘못을 따지기 앞서, ‘함량 미달’의 논설이 아닐 수 없고, 이렇듯 ‘함량 미달’의 논법으로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이 한겨레신문의 평소 ‘행태’인지 우선 묻고 싶습니다.
‘사설’은 ‘카더라 방송’을 했습니다. 김진경씨가 그러는데 “전교조는 교원의 이익만 대변한다. 소외계층을 위해 한 것이 없다”더라. 김대유씨가 그러는데 “장혜옥 위원장은 교장공모제에 대해 아무 대안 없이 시종일관 반대투쟁을 했으며 교육부와 교총은 전교조의 반대를 이용해 교장공모제 합의를 침몰시켰다.”더라.
그러고 나서 ‘사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요약해 드릴까요?
“전교조는 교원평가, 방과후 학교, 성과급 등을 신자유주의 정책이라서 반대한다고 한다”
“전교조가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교장선출보직제 등을 주장한다. 이해는 가지만 ‘교사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교조가 그동안에는 학생들에게 헌신해 왔다. 그러나 요즘은 ‘학생’들을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전교조가 ‘요즘 들어’ 무엇을 잘못했는지, 분명하게 다시 말하자면 정직하고 용기 있게 적시하지 않았으니, “한겨레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김대유씨’의 입을 빌어 했구나” 하고, 고도의 독해 실력을 발휘하여 추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논법이 추리소설에서는 미덕일지 몰라도, 정론지를 지향한다는 한겨레로서는 ‘수준 미달의 악덕’을 저지른 것이 아닙니까?
‘사설’은 또 은연중에 ‘허위사실 덮어 씌우기’식의 논법으로 전교조를 헐뜯었습니다. “전교조는 현정권의 신자유주의를 반대한다는데, 이는 교원평가, 방과후 학교, 차등 성과급제, 교장공모제 등을 뜻하는 것 같다. 실제로 전교조는 4대 현안해결투쟁으로 삼고, 혁파대상으로 꼽았다.”
이 글의 맥락에 따르면 “전교조가 교장공모제를 ‘혁파 대상 4개 중 하나’로 삼아 반대한다”는 뜻이 되는데 이는 명명백백한 사실 왜곡입니다. 4대 현안해결 투쟁은 1. 성과급 차등지급 저지와 체불임금 즉각 지급 2. 최대 개념의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3. 입시 중심의 방과후학교 저지 4. 학교 자치와 교장선출보직제 실현입니다.
언론이 지녀야할 최소의 덕목은 ‘사실을 사실대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교장 공모제에 대해 전교조가 취해온 방침은 ‘올바른 공모제의 원칙’ 관철이지, ‘공모제 반대’가 아니었습니다.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서 마구잡이 단정짓기로 나선다면 신문의 ‘기본 자질’부터 다시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겨레신문이 저지른 악덕은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한겨레신문은 어처구니없게도 김대유씨의 나팔수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사설에서는 “김대유씨는 전교조가 그 위원회에 파견한 인물”이라고 분명히 적시했습니다. 다시 말해, 김대유씨가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것이지요.
한겨레신문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정부 정책에 대한 전교조의 ‘방침’은 현 위원장 혼자서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대부분을 중앙상임집행위원회, 중앙집행위원회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대의원대회에서 토론하여 결정하거니와, 많은 조합원들이 관심을 표명하는 이 사안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이 없습니다.
올초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올바른 원칙에 입각해 성안된 공모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학교자치 실현’과 동떨어진 공모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이 제도가 ‘올바른 원칙에 맞게끔 성안되도록’ 촉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교조가 파견한 인물이, 전교조 대의원대회 결정사항과 무관하게 (학교자치 실현방향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공모제를 밀어붙여놓고, ‘적반하장’이라고 그 조직의 대표를 공개적으로 논박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 실었으니, 한겨레신문은 김대유씨의 홍보지입니까? 한겨레신문은 전교조 대의원대회가 ‘옳지 못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할 심산입니까? 조합원으로서 김대유씨의 언행은 ‘조직 내 징계사유’에 해당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까?
터무니없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김대유씨와 한겨레신문의 논법은 ‘상식’을 초월(?)합니다. 혁신위 특위에 올라온 ‘공모제 시안’이 부결된 것은 전교조 탓이라는 겁니다. 전교조 지도부는 ‘시안 올라온 것’에 대해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았습니다. 올바른 원칙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보았기 때문에 ‘지지’하지 않았고, 그렇다 하여 ‘공모제 자체’가 폐기되어야할 정책은 아니므로 ‘반대’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실을 사실대로’ 정밀하게 파악하자면 전교조는 오히려 표결에서 찬성했지요. 김대유씨는 한겨레 사설이 밝혔듯이 전교조가 파견한 인물이니까요.
그러니까 참으로 희극적인 결론이 나옵니다. “전교조는 학부모단체들이 밀어올린 ‘공모제’를 찬성했다. 그런데 전교조가 파견한 인물이 전교조 위원장을 지목하여 ‘일관되게 반대’했다며 위원장의 공개사과와 정책실장의 교체를 요구했다.” 그러니까 전교조는 ‘찬성’했으면서 동시에 ‘반대’했다???
민의(民意) 표현은 의견수렴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라면, 김대유씨는 자신의 뜻을 ‘폭력적으로’ 표출한 셈입니다. 그가 정정당당하게 자기 뜻을 펼칠 길은 대의원으로 들어가 대의원대회에서 발언권을 얻어서 발언하는 길이었는데, 그래야 전교조 조합원들이 그 의견을 받아들여 정당하게 토론하여 수렴했을 터인데, 그는 조직과 무관한 바깥 언론의 필봉을 빌어 전교조 지도부를 공격한 셈이었으니,
그렇다면 한겨레신문은 ‘전교조 현 집행부’에 대한 반대파의 공격을 바깥에서 공개적으로 엄호한 꼴이 아닙니까? 앞엣 글에서, 우리는 “남의 말을 빌어 누구를 비판하는 것은 당당하지 못하다”고 온유하게 지적했거니와, 그렇게 당당하지 못한 논법을 택한 결과, 한겨레신문은 전교조 내부 다툼에 ‘정략적으로 개입’한 격이 되었습니다. 한겨레는 ‘정파(종파) 집단’ 수준으로 추락한 것입니다.
설사 전교조가 ‘지금의 공모제, 문제 있다’고 반대했다고 칩시다. 김대유씨 외에는 그 특위에서 전교조에 다른 표결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전교조 탓’이라고 합니다. 교육부와 교총이 “전교조의 반대”를 이용해서 공모제 합의를 침몰시켰다고 김대유가 말했고, 한겨레는 ‘그 말이 옳다’고 두둔했습니다.
아, ‘합의’라니요? 특위 24명이 표결하기 전에 이미 밀실에서는 어떤 ‘합의’가 있었습니까? 그 특위는 그저 ‘요식행위로 확인하는 자리’에 불과했습니까? 그렇다면 ‘민의 수렴’을 밀실에서 했다는 말이 아닙니까?
그리고, 교육부와 교총이 “전교조가 반대한대. 그래서 우리도 반대해야겠어.”하고 큰 영향을 받았습니까? 교육부와 교총이 ‘전교조가 무서워서 전교조 의견에 따르는’ 그런 허수아비 단체입니까? 그런 ‘초절정 하이코메디’ 같은 비난이 어디 있습니까?
김대유씨와 한겨레신문의 논법에서는 ‘파시스트’의 냄새마저 납니다. 여러 사람들이 몹시 불만에 차 있을 때, 그들에게 ‘화풀이 대상’을 설정해줘서 ‘감정의 정치’를 발산하게 만드는 파시스트들의 기법! 쉬운 말로 하자면,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 와서 화풀이하는 격’이지요.
전교조 집행부는 “좋은 공모제도, 나쁜 공모제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혁신위에 올라온 것은 좋은 공모제가 아니다.”라고 (그것도 나지막이) 말했을 뿐인데, 김대유씨와 한겨레 논설위원은 ‘전교조가 자신(들)이 괜찮다고 여기는 것을 수긍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지금 비방 공세에 나선 것입니다. 실제로 표결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또 모를까, 단지 어떤 생각을 ‘공유’하지 않는다 하여 헐뜯기로 나서는 것을 ‘파시스트’라 부르지 않고 무엇이라 부릅니까?
한겨레 ‘사설’의 ‘몰’상식을 정밀하게 지적하자면 책 한 권은 족히 써야할 것입니다. ‘전교조가 소외계층을 위해 한 일이 없다’고 제멋대로 단정지은 김진경씨의 말을 마치 그 말 한 마디로 다 ‘논변’이 된 것처럼 당당하게 인용한 것이나,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교장선출보직제 추진’을 ‘교사의 이익만을 위하는 것’으로 호기롭게 단정짓는 것이나, 다 아무런 ‘논거’ 없는 단정짓기입니다.
대학교 ‘논리학’ 강좌에 이 사설을 ‘레포트’로 제출한다면 영락없이 F학점 낙제를 맞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이러한 수준 미달의 ‘사설’을 더 분석하는 일은 그만두겠습니다.
다만 이 ‘사설’이 내비치는 정치적 의미만 간단히 짚겠습니다. 당신들은 ‘전교조가 학생들을 위해 헌신해 왔다’는 것을 기꺼이 인정하면서 전교조에 함부로 ‘매’를 들었습니다. 오히려 정직하게 ‘전교조 지도부, 우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을 꺼냈더라면 ‘빠져나갈 구멍’이라도 있었을 것입니다.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교선보 등은 어느 전교조 간부 몇몇의 주장이 아니라 전교조 9만 조합원 전체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교사들만을 위하는 일’로 매도되었습니다. 당신들은 당신들이 그토록 희구하는 ‘진보적 개혁연합’을 교육계에서 떠맡아야 할 ‘개혁세력’에게 ‘매’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수구 기득권세력’이 아닙니까?
단지 ‘개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다 하여 개혁세력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들이 분명하게 선을 그어온 ‘한나라당’이 오히려 수구세력의 면모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려고 미약하나마 노력해온 반면, 오히려 당신들이 ‘수구 세력’의 반열로 한 발 옮겨간 것 아닙니까? ‘사설’에서 전교조에 대해 보인 태도는 ‘나지막한 이견 제시’가 아니라, ‘적대적 비난’이었습니다.
소박하고 평범한 9만 교사들을 이렇게 ‘적대’하는 집단을 ‘파시스트’라 부르지 않고 무엇이라 부릅니까? 한겨레신문이 ‘노무현 정권’에게 우호적 태도를 보여온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 정권이 반민중적인 신자유주의 추진에 앞장서 민생 파탄을 불러온 결과, 정권 지지도가 거의 바닥을 치게 된 것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한겨레는 이 냉엄한 사실에서 아직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겨레는 노무현 정권과 함께 ‘공멸의 길’로 갈 작정인지 묻고 싶습니다.
한겨레신문은 9만 전교조 교원들을 ‘자기들 이익만 챙기는, 문제있는 집단’이라고 서슴없이 헐뜯었습니다. 그리하여 9만 교원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진구렁에 짓밟았습니다.
우리는 이에 대해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우리의 발언’을 한겨레신문에 실을 것을 요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