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환 의원의 '성 향유 보장 국가정책' 요구와 문제점

김 의원은 '가부장제에 젖어있는 사람'이라는 비판 면키 어려워

[사설]김충환 의원의 '성 향유 보장 국가정책' 요구와 문제점 2006·07·04 11:46

[한국인권뉴스]

김충환 의원(한나라당)이 지난달 27일 국회 상임위원회(여성가족위) 발언에서 “성매매를 금지하려면 자유연애를 통해 성을 향유하도록 국가에서 정책을 마련하라”고 해 또 한번 사회적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을 반인권 악법으로 보고 이를 폐지할 것에 동의하며, 현재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성노동자 운동’을 지지하고 있는 한국인권뉴스 입장에서는 김 의원의 발언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 검토해 본다.

김 의원은 "성생활 공급이 매매와 자유 성으로 돼 있었는데, 매매를 없앨 때 자유 합의에 의한 성생활로 전환될 수 있는 국가의 기본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성매매 금지주의’를 골간으로 하는 성매매 특별법 하에서 돈을 주고 여성의 몸을 구매하는(서비스 받는) 일은 범죄에 해당한다. 따라서 법을 지키려면 김 의원이 말한대로 ‘자유 성’같은 대안이 필요하다. 종전에 지은희 전여성부장관도 “free sex ok 성매매 no” 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이런 유형의 막연한 언어적인 유희보다는 실현가능한 대안이 필요하므로 김 의원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타당한 주문이다.

김 의원은 “성 정책을 세울 때 미시적인 단속 규제를 하는 방식은 성폭행, 성병의 만연, 성매매 해외 진출 같은 부작용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성매매 특별법으로 인해 야기된 전국적인 음성적 성매매 현상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리고 미국 LA의 경우 체포되는 성매매 여성들의 90%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무얼 말하는가. 게다가 성범죄는 증가일로에 있으며, 해당 여성들에 대한 보건관리도 실종되었다. 국민들이 성과 관련한 온갖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부작용을 지적한 김 의원 주장은 틀린 게 없다.

김 의원은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별로 성 향유의 양이 있으니 한국인의 성생활 공급의 양을 정확하게 평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유’(享有) 란 누린다는 의미다. 예컨대 한국의 성인들이 누려야 할 성의 양은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성적 수요량’이며 여기에는 당연히 ‘성적 공급량’이 존재해야 균형이 맞다. 그것이 가족제도, 동거생활, 자유연애와 같은 방식이건 혹은 합법주의와 비범죄주의 국가들처럼 성구매를 통한 것이건 다양한 방식으로 수요와 공급은 자연스레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여기서 ‘공급의 양’을 언급한 김 의원의 초점은 성매매 특별법이 공급을 일정부분 억압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논리상 맞는 말이다.

김충환 의원은 지난 2004년에도 국정감사(경북지방경찰청) 현장에서 경찰의 성매매 단속과 관련해 "성매매를 완전히 중단시킬 경우 30살을 전후한 결혼 적령 시기까지 성인 남성들이 12년 동안이나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게 되는데 대안이 있어야 할 게 아니냐"며 "경찰은 단속을 사려깊게 해야 한다"고 말해 여성계와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적이 있다. 당시 김 의원의 표현도 이번 발언과 맥락에서 별로 다를 게 없는 것으로 용어상에서만 미묘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럼 한국인권뉴스는 김충환 의원의 발언을 지지해야 하는가. 그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공인으로서 한 사람의 발언은 그의 세계관과 공직자로서의 인격과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의 주장은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다. 여기에서는 김 의원이 특정 정당 소속이라는 사실은 문제 삼지 않기로 한다.

먼저, 김 의원의 표현에서는 성 공급자 중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성노동자’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찾아볼 수 없다.
특히 2004년도 발언은 ‘성노동자’들을 마치 남성들만을 위한 수단처럼 간단히 언급하고 있다. 이는 김 의원이 철지난 ‘가부장제’에 젖어있는 사람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모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정 수요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했다면 공급의 중요성 즉, 빈부양극화로 인해 공급자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는 ‘성노동자’들에 대한 사회구조적 배경을 먼저 통찰하는 것이 순서였다. 이 과정이 없이 단지 생물학적인 요구에 머문 것이 김 의원의 한계였다.

다음으로, 김충환 의원을 둘러 싼 인격문제와 관련한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05년 '강정구 교수 사법처리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MBC 100분 토론에서 구속수사를 지지하는 입장의 패널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손석희 아나운서가 "논문은 위법이 아니고 컬럼은 위법이라는 말씀이신지요"라고 묻자 "컬럼의 경우 확실히 문제가 된다"고 밝혔었다. 손 아나운서가 또 "그러면 학술발표회에 논문을 냈는데 방송에서 그 논문의 내용을 보도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김 의원은 역시 "처벌해야한다"고 답한 바 있다.
한 학자의 논문까지는 봐줘도 칼럼과 보도는 별도로 구속수사로 처벌해야 한다는 김 의원의 이같은 사고는 지나친 편견과 몰상식이 아닐 수 없다.

이상에서 보듯 김충환 의원이 주장한 성적 수요 및 공급론이 타당한 측면이 있긴 해도 성매매 특별법으로 내몰리고 있는 성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들의 관점에서 심도있게 접근하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하게 지적되어야 한다. 아울러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의 공직자로서 여타 분야에서 보여주는, 객관성과 사회변혁 의지가 결여된 수구적인 징후들은 그의 오늘 용기있는(?) 성 관련 제안들을 더욱 맥빠지게 한다 하겠다.

이상이 한국인권뉴스가 그의 발언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기 어려운 이유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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