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성노련 주최 6.29 '성노동자의 날' 1주년 기념식에서 연단에 오른 네트워크 단위들
(사회진보연대 호성희 여성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국인권뉴스 2006·07·12
[칼럼]연대 단체들은 성노동자 운동의 주체인 민성노련 성노동자들에게 예의를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
최 덕 효 (한국인권뉴스 대표)
지난 6.29 성노동자의 날을 맞은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에는 다양한 많은 참가자들이 찾아왔다. 그간 민성노련과 꾸준히 연대를 다져온 단체들, 민성노련의 활동에는 관심이 많지만 내용에는 아직까지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단체들, 지지와 유보가 혼재된 개인들. 그러나 무엇보다 그날 이목이 집중된 부분은 네트워크 단위에서 성매매를 ‘비범죄화’하자고 한 것이었다.
정작 당사자인 민성노련은 이날 “'성노동자의 날' 1주년, 성노동자들의 생존권, 노동권, 건강권, 주거권 사수를 위한 투쟁 결의문”에서 “정부는 성거래에 대한 공론화(합법화, 비범죄화) 작업에 즉각 나서라 !!”며 합법화 및 비범죄화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정책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네트워크(사회진보연대, 노동자의힘 여성활동가모임,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노동연구팀, 세계화반대여성연대)에서는 단호하게 ‘비범죄화’로 규정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입장을 바라보는 필자의 심정은 착잡하다.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이해당사자인 성노동자들의 견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출발한 성매매 특별법을 반대하며 이를 폐지하자고 연대투쟁을 선언한 네트워크 단위에서, 민성노련 성노동자들의 견해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합법화’ 부분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혹자는 합법화건 비범죄화건 그게 지금 뭐가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어차피 주류여성계에서 들어줄리 만무한 주제가 아니냐고. 그건 그렇지 않다. 지금 성노동자들은 강력한 단속을 요구하는 성특법에 이어 집창촌 폐쇄를 추진하는 주류여성계의 초강수에 내몰려 벼랑에 서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주류여성계는 전국의 성노동자들에게 ‘항복’(그 자리를 떠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긴박한 시점에 성노동자들은 주류여성계에게 시혜를 바라지 않는 이상, ‘어떤 목표’를 향해 투쟁하고 있는지 대중들에게 이를 알릴 필요가 있다. 성노동자들이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대중들에게 정확하게 알려내야 하는 것이다. 민성노련은 가장 시급한 성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안전을 이유로 (내부적으로) ‘합법화’를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결의문에서 두 가지를 공론화로 풀어내자고 말한 이유는 연대투쟁에 복무하고 있는 네트워크 단위의 입장을 나름대로 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사회진보연대 호성희 여성국장은 “우리는 왜 성노동자 운동에 연대하는가”(월간 사회운동 2005. 10. 14)에서 “한국에서 여성운동의 금지주의 관점은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에 조직된 성노동자 존재와 요구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성매매방지법 추진을 주도한 여성운동은 법과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대신해서 법과 제도를 시행하고, 운동의 비판능력과 역동성을 잃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자기비판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호 국장은 ‘합법화’와 관련해서는 “합법적 규제주의는.. 남성들이 합법적으로 성을 살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고자 국가가 성매매 여성들을 관리했던 한 형태”라며 대신 ‘비범죄화’를 주장하고 있다. 문맥상으로 보자면 호 국장은 ‘비범죄화’ 배경으로 남성들이 합법적으로 성을 사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사회진보연대가 애초 ‘성매매’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금지주의’와 ‘궁극적 폐절론’ 같은 사고와 맞닿아, 성노동자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민성노련의 생각과 크게 상반된다.
사실 네트워크 단위에서 사용되는 용어조차 민성노련과 의견차이가 큰 것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들은 민성노련과의 연대에서 성노동(자) 대신 성매매(여성)를, 성거래 대신 성판매를, 성산업인 대신 포주를, 성매매 특별법 대신 성매매 방지법이란 말을 주로(혹은 혼재해) 사용한다. 그동안 민성노련이 주류여성계가 의도한 제도권 용어를 타파하고자 수없이 투쟁해온 과정을 고려하면 이들의 용어가 주류여성계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음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연대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혁운동의 공간에서 운동의 주체를 실체로서 인정하는 일이다. 민성노련은 사용자인 민주성산업인연대 측과 단체협약을 거친 명실상부한 노조다. 그것이 법외노조라 할지라도 한국의 성노동자 운동 역사에서는 가장 단기간에 이뤄낸 괄목할만한 성과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성노련에 대해 네트워크 단위에서 투쟁의 방향을 놓고 자신들이 결정한 것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연대투쟁에 나선 활동가들은 운동의 ‘주체’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다. [한국인권뉴스]
※ 이 자료는 한국양성평등연대(평등연대)가 제공합니다.
평등연대는 전근대적 가부장제와 부르주아적 급진여성주의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시민네트워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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