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미래를'에 실린 김선생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민주노조운동을 혁신하는 데에 '직선제를 포함한 조직혁신'이 '고리'가 된다는 요지.
좋은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아쉬운 것은 '분발하자'는 뜻의 표현이 좀 미진한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직선제 등'을 요구하는 켐페인이 다소 일었었는데, 그 반향이 크지 않았던 것은 혹시나 '그런 요구를 내세우는 활동' 자체도 일종의 '세력화' 작업으로 읽히지 않았나, 그래서 경원시된 것은 혹시 아닌가 염려가 들기도 합니다. 그 대목도 미세하게 살필 필요는 있겠습니다만,
그러나 더 살펴야 할 것은 '괜히 나서서 궂은 일 벌이기가 싫다'는 여러 사람들의 '관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켐페인을 멀찍이 지켜보면서 '왜 혁신이 절박한지, 좀더 설득력 있게 말하지 않고서...'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지금 '직선제'가 절실한 까닭이 단순히 '내부 민주주의의 부족 등등'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래 그것이 부족한 틀이어서..."하는 원론적 문제제기만이 아니라
지금의 노조운동이 안고 있는 '정세적 현실'때문에 더 절실하다는 말입니다.
무슨 말인가? 지금 '복수노조' 관련해서 '산별로의 전환'이 한참 추진되고 있습니다만,
저는 그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손 치더라도, 진작에 치뤘어야 할 일을 한참 뒤늦게 벌임으로 하여, 오히려 또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로드맵' '에프티에이' 등등으로 노동자와 노조에 대해 전면 공격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노조운동이 버팅기려면 사실은 '산별 각각의 강화' 이전에
'민주노총으로 힘 모으기' '그리하여 노동자계급 전체의 힘을 모아 전국적 정치투쟁에 나서기'가 절박하지 않습니까?
'산별 전환'이 불가피하다면 그럴수록 '노동자계급을 하나로 묶는' 민주노총을 강화하는 것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각 연맹마다 제 앞가림만 하고, 전국적 정치투쟁은 '시늉'만 벌인다면 어떻게 노동운동이 활로를 찾을 수 있습니까?
그래서 '직선제'는 일종의 '부흥회/대중참여'를 통해 민주노총을 강화하는 아주 중요한 방편이 됩니다. 민노총 80만 조합원에게 '귀속감'을 부여하고, 그리하여 하나로 모아진 목소리로 내년 대선 정국에 '개입'할 때라야 한나라당 집권가능성이 높아진 지금의 정세를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김선생은 직선제가 중요한 '고리'라고 말하면서도 해결책으로는
(당연히 열리게 되어 있는) 내년초 대대에서 당장의 선거는 그대로 치르고, 다만 '그 다음 집행부는 직선으로 뽑자'고 결의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런 정도의 방책'이야 김선생이 굳이 노력을 들여 글을 쓰지 않아도, 다른 여러 사람들이 알아서 제기해주지 않을까요? 좌파 동지들이 좀 미흡하게 여기는 '우파' 집행부가 이미 '임원 직선'을 내놓았는데, 대의원들이
빠져나가지만 않았더라면 이미 통과되었을 것을 뒤늦게 통과시키는 일일 뿐입니다.
그동안 늦추고 늦추었지요. 3년 뒤에 직선하자? 그 '준비'가 3년이나 걸리는 것, 아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정세적 절박성'을 떠올려야 합니다.
민노총은 '지금 분발해야' 하는 것이지, 3년쯤 관성대로 살다가 그때 가서 분발해도 되는 것이라면 굳이 그렇게 '직선제'에 목 매달 것 없습니다.
막연히 '민주주의를 위해 직선'하자는 것이라면, 3년 뒤에 해도 됩니다.
그러나 '로드맵' 등등으로 '노동권 박탈'의 공세가 들어오는 마당에, '열우당'이 몰락할 대로 몰락하여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멀거니 쳐다보든가,
아니면 민주진보세력이 한판 들고 일어나서 '야무지게 진출'하든가,
어떻게든 몸부림을 쳐야하는 시기에 그렇게 분발할 수 있는 '고리' '계기'로서 직선제를 써야 하는 것이라면 '3년 뒤에 해도 된다'는 느긋한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대의원의 다수를 설득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끝내 설득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왜 미리 '잘 안 될 거야'하고 지레 포기를 합니까?
지금 시대에 '좌파'로서 당당하려면 '머릿속 구도를 급진적으로 가져가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몸부림쳐야 할 때에 몸부림치는 사람들만이 '좌파답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전국활동가조직'이라는 야심찬 조직이 출범하면서 이 정도의 '분발'도 못 한다면, 그것은 실망스런 일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내년의 민노총이 '직선제'로 하여 부흥회를 벌이는 시기가 되게 하자!!' 전국활동가 조직에 이름을 대고 있는 동지들에게 이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