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성매매 여성 에이즈 검진 의무화 조항 삭제 의견"에 부쳐

에이즈 검진, 합법 불법 떠나 자율적으로 받게끔 환경 조성하라


▲민성노련 로고가 새겨진 깃발. 그림에서 비둘기는 성노동자를, 철창은 성매매 특별법과 사회적 낙인을 상징한다. 성노동자들이 온갖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진보적인 성담론과 공존하는 것을 나타낸다.


[민주성노동자연대 성명]
국가인권위의 "성매매 여성에 대한 에이즈 검진 의무화 조항 삭제 의견"에 부쳐
- 에이즈 검진, 합법 불법 떠나 자율적으로 받게끔 쾌적한 환경 조성하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난 2월 26일 보건복지부의 ‘후천성 면역결핍증(에이즈·AIDS) 예방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관련, 성매매 여성에 대한 에이즈 검진 의무화 조항 삭제 의견을 발표했다.

인권위가 문제삼은 것은 먼저 여성 유흥업소 종사자에 대한 에이즈 검사의 강제성, 치료지시에 응하지 않은 감염자의 치료.보호 조치, 예방조치 없는 성행위에 대한 강제 처벌 등을 인권침해 요소라고 강조한 점이다. 그리고 현재 다방 및 안마시술소 여종업원, 유흥업소 접객원 등이 매년 두 차례 에이즈 검사를 받게 되어있는데, 실제로 에이즈 감염자는 남성이 90%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여성 유흥업소 종사자들만 검진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인권위의 발표가 나가자마자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은 "1일 "인권위의 결정은 더 이상 에이즈예방이 치료와 보호라는 이름 아래 가려져 있는 감시와 격리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감염인의 인권보호와 국민건강의 상호보완적 정책이 근본적 해결방법임을 적시, 이번 결정에 환영한다"고 밝혔다.


2004년 9월 23일 성매매 특별법 시행부터 현재까지 이 법의 모순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우리 민성노련은 이번 인권위 발표를 중심으로 현애자 의원의 견해에 대해 반론한다. 특히 현 의원은 소위 진보적인 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그의 일천한 사고가 진보진영에 미칠 여파를 감안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하나.에이즈 검사의 강제성이 인권침해 요소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에이즈 검사 자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합리적이지 않다면 이는 사회적으로 더 큰 재앙을 불러온다.

에이즈는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향후 25년간 인도, 중국, 아프리카에서만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수가 1억5천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무서운 법정 전염병이다. 국내에서는 2006년까지 4580명이 감염돼 830명이 사망했으며 2005년까지 5년 사이에 무려 3배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공식적인 수치일 뿐 정확한 사실은 집계조차 어려운 게 오늘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에이즈 검사에서 강제성을 배제해 인권침해로부터 제외시키고 싶다면 여타 전염병 환자에 대한 강제적 검사 또한 앞으로 배제할 것인지 형평성에 맞게끔 법 입안자는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인권위 자료에도 강제적 검사를 하지 않는 국가는 영국 등 소수로 나타나고 있다.


둘.에이즈 감염자는 남성이 90%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여성 유흥업소 종사자들만 검진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라고 인식한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 점에 관해서는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한 말("현재 규정은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이 아니라, 대부분의 유흥업소 접대부가 여성이기 때문")이 일리 있다. 성(性)과 관련된 정책에서 사사건건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충돌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국민건강'을 고려하려는 보건복지부와 관념적으로 '도덕'을 강조하려는 여성가족부의 생각이 그만큼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성노동자들은 다수의 고객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그만큼 검진에 철저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집창촌의 경우, 절대다수의 성노동자들은 자신은 물론 고객의 건강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검진에 응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셋.현애자 의원이 "법의 테두리 밖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처벌을 동반하는 강제 검진만으로는 실질적인 에이즈 전파를 차단할 수 없"으며, 특히 "집창촌, 단란주점(유흥), 안마시술소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는 모두 불법이어서 현행법에서 에이즈 검진 대상조차 아니"라고 한 것은 국가페미니스트들인 주류여성계의 입장을 단순 복제한 발언에 불과하다.

음성적이니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은 성매매 특별법이 자초한 음성분야의 풍선효과를 합리화하기 위한 자기 기만적인 변명에 불과하며, 집창촌 등은 불법이니 검진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그들이 시혜적으로 잘 사용하는 표현인 '성매매 피해여성'은 에이즈 검진을 해줄 가치도 없다는 말이 된다. 이것이 그렇게 피해여성을 돌보고(?) 싶어하는 그들의 참모습이다. 이 논리는 에이즈를 우려한 보건당국이 집창촌에 콘돔을 나눠주는 것을 불법이라며 적극 반대한 그들의 위선과도 너무 닮았다.


이참에 정책 당국자에게 충고를 하나 해주고 싶다.

성노동자들은 직업의 특성상 에이즈 검사에 자발성이 매우 높으며, 때에 따라서는 다소 귀찮아 할 수는 있어도 강제적이라고 비난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니 지나치게 아마츄어적인 발상으로 성매매 특별법처럼 우리들이 원하지도 않는 법 조항을 제멋대로 고쳐 마치 성노동자들의 '인권'을 대단하게 보호하는 양 왜곡하지 않으면 좋겠다. 또 대국민 립서비스만 즐기다가 우리 성노동자들의 건강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격적으로 에이즈를 검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다. 예컨대 성노동자들이 보건소에 갔을 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관계 공무원들의 불친절하며 고압적인 자세 등은 꼭 고쳐져야 할 사항이다.


인권위가 에이즈 감염인 관련 정책과 관련 언급한, 철저한 비밀보장과 차별금지, 에이즈 예방교육 시행 그리고 감염인을 장애인으로 간주하는 미국과 일본에서의 사례 등은 우리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진적인 정책은 충분한 전문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지 말만으로 이뤄질 수 없으며, 더욱이 인권 운운하며 강제적 진단을 금지한다고 떠벌리는 도덕적인 선언만으로는 그 어떤 실효성도 얻을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정말 성노동자 및 고객의 인권과 건강을 챙겨주고 싶은 진정성이 있다면, 정책 당국은 합법, 불법을 떠나 이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에이즈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면 될 것이다.

이번 "강제검사 실시 금지" 발표에 대해, "성노동자나 고객 모두가 에이즈에 걸려도 무방한 존재" 라고 함부로 여기려는 주류여성계의 음모가 아닌지, 우리 민성노련이 그들에게 혐의를 두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 아니길 바란다.


2007. 3. 3

민주성노동자연대 (민성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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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 성매매 , 성노동자 , 민성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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