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티에이를 '해부'한다

1. 한미 FTA 타결에 대한 각 정치세력의 평가 시각은 올바른 것인가?

1) 지배세력 : 전면적 신자유주의화를 ‘선진화’로 기만하다

4월 2일 한미 FTA 타결 이후 재벌과 지배세력은 자유주의 개혁분파와 수구·보수분파를 가리지 않고 환호작약 일색이다. 지배세력을 대변하는 보수언론들은 ‘제2의 개방’, ‘제3의 개국’, ‘대한민국 G7 시대’니 하며 난리법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 손해를 무릅쓰고 위대한 결단을 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고,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조차 인정하지 않았던 보수언론은 느닷없이 노무현 대통령을 ‘고독한 결단을 한 위대한 지도자’로 찬양하고 있다. 협상내용은 ‘A+’로 최상의 점수를 받고 있고, 협상에 임했던 관료들은 ‘영웅’과 ‘전사’로 칙사 대접을 받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결단이야말로 ‘국운 개척의 혜안’이라는 합창 속에서 청와대,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등 지배세력 내부의 복잡한 균열과 알력들도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듯하다.
저들의 선전 문구 속에서 한미 FTA는 한결같이 국익 향상의 호기로 미화되거나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으로 칭송된다. 그러나 FTA 협상 타결을 자축하는 보수언론의 화려한 폭죽 쇼에도 불구하고 실상 지배세력의 주장은 현실이라기보다는 환상에 가깝다.
이 땅의 지배세력은 평균 4.9%에 이르는 관세를 철폐하면 중국의 가격 경쟁력과 일본의 기술 경쟁력 사이에서 이중의 압박을 받아온 남한 자본들이 자동차, 섬유, 부품소재, TV 등의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미수출 증가에서 발생할 이익이 쇠고기, 농산물, 서비스 분야의 국내시장 추가 잠식으로 인한 손실을 상계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저들의 주장대로 관세 철폐의 직접적인 효과로 인해 한·미간의 교역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남한의 경우 수출보다는 수입이 훨씬 빠르게 증가함으로써 대미 이전지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조차도 현재의 대미 무역흑자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배세력은 또한 대미수출 증대의 직접적 이익 이외에도 무관세 혜택에 편승하려는 유럽연합(EU), 일본 등의 대한(對韓) 직접투자가 늘어나 국내 고용 사정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한다. 그러나 IMF 사태 이후의 추세가 명백히 보여주는 것처럼 자본시장 개방과 더불어 남한에 진출한 초국적 자본의 직접투자는 투자규모의 기록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신규고용 유발과 노동자의 소득 증대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신규투자가 아니라 인수·합병(M&A) 형태로 들어온 초국적 자본의 직접투자는 오히려 단기 수익성 개선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가차 없는 구조조정을 밀어붙임으로써 실업과 비정규 고용형태를 더욱 확산시켰을 뿐이다.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캐나다의 1,000여 개의 기업이 미국 자본에 의해 적대적 인수·합병을 당하고 구조조정 되었다는 사실은 한미 FTA 이후의 우리나라의 미래를 보여준다.
지배세력의 또 다른 주장인 한미 FTA로 인해 국내 제도의 ‘글로벌 스탠더드’화, 산업구조의 고도화 등 무형의 효과가 막대할 것이라는 점 역시 허무맹랑하다. ‘글로벌 스탠더드’란 미국식 제도와 관행, 의식의 전일적 확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식 노사관계 기준은 퇴직금제도 등 그나마 몇 남지 않은 남한의 노동보호 조항들마저 폐지하고 노동자·민중의 저항을 무력화시키는 지렛대로 활용될 것이다.
그러므로 극소수 부유층의 부의 증가와 대다수 노동자·민중의 빈곤화라는 사회 양극화는 한미FTA 타결을 계기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결국 한미 FTA를 발판삼아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지배세력의 주장은 허황된 거짓선전에 불과하다. 저들의 낙관적 전망은 지난 20여 년간의 세계역사에 비추어 보면 완전한 환상이고, 저들의 ‘선진화’는 기만이다. 전면적 시장개방 등 신자유주의 제도와 정책을 도입한 제3세계 나라들 가운데 선진국으로 도약한 나라가 어디 있는가? 미국경제와 긴밀하게 통합한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나라들의 경제는 시장개방 후 오히려 파괴되고 황폐화되었다. 도를 넘은 초과착취로 인한 인간적 능력의 황폐화, 성장 잠재력의 고갈, 노동운동과 사회적 저항세력의 광범위한 역량 파괴, 극도의 사회적 무권리와 빈곤 등만을 가져왔을 뿐이다.
이 땅의 지배세력은 한미 FTA의 노동자·민중의 삶에 미치는 재앙적 효과가 표면화되면 신자유주의화로 인한 폐해를 시장의 작동을 가로막는 장벽이 완전하게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적반하장으로 호도할 것이다. 벌써부터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미 FTA를 통한 선진국 진입의 성공 여부가 ‘우리의 뼈를 깎는 노력에 달려 있다’며 ‘FTA 정신’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는 한편, 보수언론은 경쟁을 가로막는 ‘3불정책’을 선진화를 가로막는 교육정책으로 연일 맹비난하고 있다.

2) 자유주의 개혁분파 : 절차만 탓하고 착취·수탈에는 눈 감다

우리는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줄곧 침묵하던 일부 열린우리당 정치인들이 최근 며칠간 벌인 ‘반짝 단식’ 이벤트를 씁쓸히 지켜보았다. 자유주의 개혁분파와 시민운동의 명망가들, 그리고 한겨레 등 일부 언론은 FTA 협상 결과에 문제가 있노라고 목청을 높였지만 FTA 자체의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본질은 건드리지 않았다. 이들은 겨우 협상 과정의 절차적 투명성, 비준 및 발효 과정에서의 ‘국민적’ 정당성 획득 여부만 문제 삼았을 뿐이다. 이들은 엄정한 손익계산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협상 결과에 대해 똑 부러지게 평가하지도 않는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시대의 FTA(양자간 자유무역협정)는 양국 노동자·민중의 착취도를 높이고, 여러 형태의 소득이전과 투기적 자본증식을 통해 노동자·민중의 소득을 강탈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자유주의 개혁분파의 명망가들은 이러한 한미FTA의 계급적 본질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다. 결국 이들의 입장은 “이득도 있지만 손실도 있다”라거나, “득보다 실이 많으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식의 기회주의적 입장이고, 사실상의 FTA 변호론이다.

3) 범국본 : 몰계급적인 ‘국익’의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다

지난 1년간 반FTA 투쟁을 주도해온 ‘한미FTA저지범국본’은 자유주의 개혁분파들과는 달리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을 보다 분명하게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득실 따지기는 나름대로 타당한 비판이기는 하지만 몇 가지 중대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첫째, 범국본은 한미 FTA가 남한에서의 신자유주의의 완성을 추구한다는 본질을 정확히 꿰뚫지 못하고 시장개방 차원의 문제로 현상적으로 파악한다. 다시 말해 범국본의 평가에는 미국과 남한의 지배계급이 한미 FTA를 통해 신자유주의의 완성을 추구한다는 인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예컨대, 이번 협상 타결의 최대 수혜자로 불리는 남한의 자동차산업 부문 노동자들조차 한미 FTA의 피해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한미 FTA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노동 유연화 공세가 한층 강력하게 진행될 것이다.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으로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노사관계 로드맵 법안, 비정규직 관련 법 등으로 신자유주의적 노동 유연성의 제도화가 일단락되었다면 한미 FTA는 이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민중의 위력적인 대중투쟁으로 FTA 비준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미국식 노사관계 질서가 정착될 것이다. 그리고 항구적인 고용 불안정과 더불어 노동자·민중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둘째, 범국본의 한미 FTA에 대한 비판과 평가는 몰계급적인 ‘국익’의 관점에 근거한다. 협상 타결 직후 범국본이 쏟아낸 강도 높은 비판들을 보라. “한국 관리의 얼굴을 한 미국 관리의 작품”, “매국적 협정”, “망국 협상” 등의 ‘비분강개’형 논평 속에는 몰계급적인 ‘국익’의 관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구체적인 협상 내용들에 대한 범국본의 평가에서도 국익 위주의 관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범국본은 미국 측의 요구조건이 대부분 수용된 반면 남한 측의 승용차 관세철폐 요구는 부분적으로 관철되었고, ‘국민 건강과 직결된’ 위생 검역조건마저 지켜내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범국본에 따르면, 마무리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최종 타결권을 보유한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미 간 주요 통상사안을 ‘선결조건’으로 수용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최악의 협상 결과는 이미 예정되었다는 것이다. 낱낱의 협상 결과만을 놓고 보면 대체로 타당한 지적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부문별 평가관점은 노동자·민중의 시각이 아니다. 한미 FTA 타결을 산업·업종과 부문에 따라 득실이 다르고 따라서 엄밀히 득실을 계산해서 이득이 큰가 손실이 큰가를 타산해야 하는 문제로 평가하는 관점은 ‘국익’의 관점이다. 그것은 이 땅의 지배세력과 자유주의 개혁분파의 관점이다! 저들은 농업과 농민을 중심으로 한 일부 산업·부문이 입은 피해와 다른 산업·부문에서 얻는 이득을 비교해서 ‘국익’의 관점에서 득이 많다거나(지배세력) 또는 득실을 정확하게 타산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라고 주장하고 있지 않는가(자유주의 개혁분파)! 범국본은 득실계산에서 실이 더 많다고 주장하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그 판단 기준과 시각은 저들과 동일한 ‘국익’의 관점이다.
노동자·민중의 시각이라면, 한미 FTA가 남한경제 전체와 노동자·민중의 삶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 하는 관점에서 한미 FTA를 평가해야 하지 않는가? 범국본은 이러한 계급적 시각이 아니라 산업·부문별로 득실을 타산하는 ‘국익’의 관점에 빠져 있기 때문에 한미 FTA 타결로 인한 피해가 한·미 양국 노동자·민중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는 반면 그 과실은 소수의 양국 독점 자본가들에게 집중된다는 점을 보지 못한다. 이처럼 범국본은 한미 FTA를 몰계급적인 ‘국익’의 관점에서 시장개방 문제로 협소하게 바라보기 때문에 범국본이 주도한 한미 FTA 저지투쟁은 소부르주아적인 민족적 정서에 호소하는 전략에 치중했다. 예컨대, 범국본이 주최한 수많은 반FTA 집회에서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고구려의 ‘다물군’과 ‘삼족오’의 깃발이 등장하곤 했다.
이 땅의 지배세력은 범국본의 이러한 맹점을 활용하여 역공세를 폈다. 저들은 FTA 문제를 둘러싼 투쟁전선을 ‘개항파 대 쇄국파’의 대립구도로 변질시킨 후 노동자·민중운동 세력에게 ‘대안 없는 반대세력’이라는 이미지를 뒤집어 씌웠다. 노무현 대통령이 주도한 ‘유연한 진보 대 교조적 진보’ 논쟁도 이러한 이데올로기 역공세의 일환이었다. ‘어느 편의 주장이 진정한 국익에 더 가까운가’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는 소부르주아적 민족주의 정서를 아-제국주의적 진출의 발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남한 지배세력의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타결 후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FTA를 반대한 사람들도 국익을 생각해서 반대한 것으로 안다. 교섭력에 도움이 되었다. 고맙다”고 치하한 것은 아전인수적 평가이지만 통렬한 비웃음이기도 하다.
범국본의 몰계급적인 ‘국익’ 관점은 범국본의 계급적 토대인 노동자·농민 등 민중의 이해관계와 배치된 것이기 때문에 범국본의 투쟁과정에서 지도부와 대중의 괴리로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한미 FTA 타결 후 자신의 계급적 이해관계와 배치된 ‘국익’ 관점에 사로잡힌 일부 노동자·농민들은 자신의 피해와 손실이 ‘국익’을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낙담하게 되고 절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셋째, 범국본은 한미 FTA 체결에서 미국의 압력만을 강조하지 남한 지배세력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측면은 간과한다. 범국본은 남한의 독점자본과 지배세력이 한미 군사동맹과 경제동맹의 재구축에 적극 편승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자본주의적 흡수통일과 팽창적인 아-제국주의 전략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못한다.
따라서 “한미 FTA가 들어오면 남한경제가 금세 파멸할 것”이라는 망국론이 범국본 지도부 다수파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파국론의 현실적 근거는 미약하다. 오히려 남한 경제는 한미 FTA 체결 이후 제조업의 대미수출 호조와 해외자본의 유입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호전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경우 성장의 회복은 내외 독점자본의 성장일 뿐이요, 노동자·민중의 체계적인 희생을 그 대가로 할 것이다.

2. 한미 FTA를 계급적 관점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

한미 FTA 협상과 타결을 졸속·밀실·국민참여 봉쇄 등과 같은 절차상의 문제로 제한하거나 시장개방 문제로 협소화시켜서 비판하고 ‘국익’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식의 현상적이고 몰계급적인 파악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맥락과 계급적 이해관계의 관점에서 그 추진 배경을 파악하고 그것이 남한경제와 노동자·민중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우선 한미 FTA를 무리하게 추진한 미국과 남한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살펴보고 그것이 남한경제와 노동자·민중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 한미 FTA의 계급적 성격을 구명해 보자.

1) 미국 지배계급의 이해관계
- 한미FTA는 한미동맹을 막강한 군사/경제동맹으로 재구축할 것이다

미국의 유일패권에 최대의 위협인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커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독자적인 경제통합이 실현되어 미국의 패권에 맞서는 것을 막으려고 개별 나라들과 FTA 전략을 구사해 왔다. 미국은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과 FTA 협상을 진행해 왔고 인도네시아, 일본에도 제안하고 있다. 게다가 작년 11월 APEC 정상회담에서 미국 부시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협정(FTAAP) 체결을 제안했고 이 제안이 각국 정상들에 의해 받아들여짐에 따라 미국은 중국과 일본이 다투어 추진하는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견제하는 한편 미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동아시아와 그 인근 지역은 세계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지역으로 주목되어 왔다. 중국, 인도를 중심으로 아세안(ASEAN) 등 신흥시장 나라들이 집중되어 있고, 일본, 한국 등 거대 경제권이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와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지역화 추세에 따라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이 주도하는 지역경제통합으로 ‘아세안 +3(한·중·일)’이 추진되어 왔다. 그리고 일본은 중국의 주도를 견제하고 자국의 주도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세안 +6(한·중·일 +인도·호주·뉴질랜드)’을 대안적인 지역경제통합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지역경제통합의 주도권을 다투는 동아시아 지역의 이러한 양상은 어느 경우에나 지역경제통합에서 미국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리고 이처럼 미국을 배제한 동아시아 지역경제통합이 이루어질 경우 미국의 경제적 이익은 물론이고 정치·안보 차원에서도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패권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협정 전략은 정치·안보 차원에서 중국을 견제할 뿐 아니라 경제 차원에서도 미국의 세계 패권을 유지하려는 동아시아 재편전략이다. 웬디 커틀러 한미 FTA 미국측 수석대표가 지난 5일 미 의회 간담회에서 “한미 FTA는 아시아시장 개방을 향한 발판이 되고 ‘도미노 효과’를 낼 것”이라며 “한미 FTA가 앞으로 미국 대외 무역협상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듯이, 미국은 한미 FTA를 미국의 동아시아 재편전략의 강력한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 실제로 한미 FTA 타결 직후 중국과 일본은 한국과의 FTA 협상을 서두를 것을 공식 제안했다. 정치·안보적 한미동맹에 따라 한국이 이라크에서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하듯이, 경제적 한미동맹을 통해 한국은 미국의 동아시아 FTA 공세에서 앞잡이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 이 땅의 수구세력이 노무현 대통령을 극찬한 것은 당연하다.
요컨대, 한미 FTA는 남한사회를 미국의 경제 식민지로 통합함으로써 정치·군사적 종속도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고, 미국의 하위 파트너로서 미국의 동아시아 재편전략의 도구로 역할할 것이다. 남한은 전략적 유연성 형태의 종속적 군사동맹에 하위 파트너로 묶이게 되는 것과 더불어 미 제국주의의 완전한 경제·사회적 식민지로 재편될 것이다.

2) 남한 지배계급의 이해관계
- 한미 FTA는 한국 독점자본의 아-제국주의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다

한미 FTA 타결 직후 모든 보수언론과 지배세력은 이구동성으로 ‘선진화’ ‘선진경제’ ‘통상대국’ ‘선진국 도약’을 외치며 감격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구적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 속에서 한국경제의 신자유주의화에 따라 갈수록 내수시장이 좁아들고 따라서 더욱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재벌들은 세계경기의 둔화가 분명해진 2004년부터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노무현 정권에게 ‘위기 관리체제’ 구축을 다그쳤다. 노무현 정권은 재벌의 요구를 받아들여 2004년 말 “호랑이 등에 올라타자”며 40개 나라들과의 동시다발 FTA 추진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칠레, 동남아국가연합(ASEAN),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FTA를 맺었다. 이처럼 재벌과 노무현 정권은 아-제국주의적 세계화를 생존전략 또는 활로로 모색해 왔기 때문에 한미 FTA 타결에 ‘감격’한 것이다.
그러면 노무현 정권은 왜 한미 FTA로 질주했는가? 노무현 정권이 초기부터 주장한 ‘동북아 중심국가’론이 파탄났기 때문이다. ‘동북아 중심국가’론은 나중에 ‘동북아 균형자’론으로 발전했는데, 중국과 일본 간의 중간에서 한·중·일 협력관계를 만들어내고, 동시에 아세안과 한·중·일 간의 협력관계를 만들어냄으로써 협력적인 동아시아 정치·경제 공동체를 형성해 가자는 구상을 배경으로 한 것이었다. 이 구상은 나름대로 긍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공동체의 형성에서 남한 국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었다. 그 구상은 결국 동아시아 정치·경제의 패권을 둘러싼 미·중간의 경쟁구도로 인해 파탄났다.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구상은 사실상 중국 자본주의에 유리하고 미 제국주의에 불리한 것이었다. 따라서 미 제국주의가 이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일본의 지배계급 주류 분파 또한 그 구상으로부터 이탈함으로써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한미 FTA로 질주하게 된 것은 이같이 동아시아 정치·경제공동체 구상이 파탄난 조건 위에서 노동자·민중과 함께 민족과 민중의 활로를 모색한 것이 아니라 남한 독점자본 등 지배세력과 함께 결탁하여 정권의 활로를 모색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 활로란 다름 아닌 동아시아 정치·경제에 대한 미 제국주의의 패권을 인정하면서, 적극적으로 그 하위 파트너가 됨으로써 지구적 자본주의 질서 내에서 보다 경쟁력 있는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노무현 정권과 국내 지배세력은 이구동성으로 “전면적 개방을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하자”라고 선전·선동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한미 FTA 협상 타결 이후 그 여세를 몰아 유럽연합, 중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 인도, 걸프협력회의(GCC) 등과 동시다발로 FTA 협상을 맺을 예정이다. 특히 재벌들은 거대신흥시장인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외에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파키스탄 등 예상되는 후발 개도국 시장을 넓히고 선점할 공격적인 해외투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미 FTA는 한국계 초국적 자본인 재벌의 이러한 아-제국주의적 진출의 강력한 발판이 될 것이다. 한국계 초국적 자본의 아-제국주의가 성공할 것인지 여부는 미 제국주의의 세계패권과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가 유지되느냐 여부에 좌우될 것이다.
한편 개성공단산 상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는 남·북한 모두에 이익이 되는 것으로 선전되고 있는데, 한미 초국적 자본 세력이 담합하면 북한이 남한 독점자본 세력의 내부식민지로 편입되는 지렛대로 되는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북한의 비핵화, 노동·인권 기준 등을 조건부로 한 것이기 때문에 철저히 미국의 통제 하에서만 이루어질 것이다.
일제 시대 때 남한이 만주국에 진출에 ‘2등 국민’이라 우쭐대면서 중국 인민을 착취·수탈했듯이, 남한 자본의 아-제국주의는 “미국을 등에 업고” 동아시아 나라들에 진출하여 노동자·민중들을 착취·수탈할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 들어온 동남아 이주노동자를 멸시하면서 착취·수탈했듯이, 그리고 필리핀 등 동아시아 나라들에 진출하여 착취·수탈해 오던 것을 훨씬 더 대대적으로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 땅의 지배세력이 말하는 ‘선진국으로의 도약’이고 ‘번영’이다.

3) 한미 FTA의 계급적 성격
- 한미 FTA는 남한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완성할 것이다

세계 자본주의는 2000년 미국 주식시장의 거품붕괴 이후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빠져 있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벌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략전쟁도 중동 민중의 저항으로 미 제국주의의 의도대로 성공하지 못하고 주춤거림에 따라 그 효과가 크게 줄었다. 또 다른 위기 타개책인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도 추진력을 잃고 있다. 2002년부터 시작한 WTO 도하 라운드가 제3세계의 저항과 선진국 상호간의 이해 상충으로 무산되어 WTO를 통한 다자간 협상도 붕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IMF 역시 그동안 제3세계에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데 앞장서서 제3세계 경제를 황폐화시킨 원흉으로 지목됨에 따라 정치적으로 정당성 위기를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동아시아 나라들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토대로 환율을 정치적으로 조정함에 따라 규제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초국적 자본 세력은 이처럼 신자유주의 세계화 추진의 첨병인 WTO와 IMF가 무력화되자 그에 대한 대안으로 양자간 무역협정인 FTA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므로 FTA는 단순한 시장개방이 아니라 초국적 자본 세력이 신자유주의를 전 세계에 퍼뜨리고 제3세계 경제를 전지구적 자본주의에 완전히 통합시키기 위한 강력한 새로운 수단이다!
한국경제는 1997년 IMF사태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로 구조 개혁되었다. 이제 한미 FTA는 한국경제를 미국경제에 완전하게 통합하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로 완성하는 기관차가 될 것이다. 헌법보다 상위에 존재하게 될 한미 FTA에 따라 수많은 법령을 뜯어고쳐야 하고, 미국은 투자자-국가 소송제, 무역보복 등을 통해 한국의 법과 제도를 통제할 것이다. 노동의 유연화가 더욱 높아지고, 근로기준법과 노사관계가 미국식 관행으로 개편되고, 교육 의료 등 공공서비스의 영리화·사유화로 생활세계가 미국화될 것이다. 중·상류층만이 질 좋은 의료와 교육 혜택을 누리고 나머지 대다수는 방치될 것이다. 그리하여 극소수 부유층을 제외한 절대 다수 노동자·민중의 삶은 무권리 상태의 유연한 인적자원으로 소비되고 버려질 것이다.
이처럼 한미 FTA는 한국경제의 신자유주의화를 완성할 것이다. 한미 FTA의 이러한 본질을 한나라당 등 수구·보수 세력들은 내놓고 말하고 있다. 한미 FTA 타결 직후 한나라당의 수구적 인사들은 ‘경제의 6. 29선언’, ‘신자유주의 보수혁명 선언’이라고 평가하며 환영한다든지, 한미 FTA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노무현 대통령을 ‘한국의 대처’라며 칭송하고 있다.

3. 어떻게 할 것인가?
- 반FTA/반신자유주의/반제국주의 저항투쟁으로 떨쳐나서자!

‘범국민운동본부’ 등에서는 국회 비준반대 운동을 벌일 예정이고 민노당 심상정 의원은 “정보를 공개하고, 국회에서 따지고,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그것들도 해야 할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미약하다. ‘절차상의 반민주성’은 한미 FTA가 지닌 문제점의 하나일 뿐이니 ‘국민투표 실시’가 최고의 목표가 될 수 없고 꼭 고집할 것도 아니다. ‘국회비준 반대운동’이 ‘국회의원에게 호소하기’나 고작해야 ‘대선에서 진보 정치세력을 밀어주자’는 선거정치로만 연결되어서는 민중의 패배감을 씻어줄 수 없다.
한미 FTA가 왜 문제인지, 그 본질을 그동안 민중에게 변변히 알리지 못했다. 이는 신자유주의 공세의 완결판이요, 한미동맹을 제국주의 동맹으로 더 높이는 일이요, 축적 위기에 시달리는 현대 자본주의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임을 꾸준히, 치열하게 파헤치고 알려서 민중의 분노를 끌어내고, 그리하여 FTA 자체를 파탄내야 한다.
숱한 민중이 민생파탄에 절망하고 있다. 반FTA/반신자유주의/반제국주의 저항투쟁으로 떨쳐나서자! (2007.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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