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퀴어문화축제 동행기] 만국의 성소수자들이여, 단결하라!
최덕효(대표 겸 기자)

2일 오후 을지로 2가 한화빌딩 앞에서 열린 ‘2007 퀴어문화축제’(주최주관: 퀴어문화축제기획단, 후원: 서울문화재단, 영화진흥위원회, 민주노동당)는 이 땅에서 차별받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성소수자들이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2000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행사다.
그러나 이날 청계광장에서 벌어진 성소수자들의 화려한 퍼레이드에도 불구하고 주류언론들은 평소처럼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나마 민영통신사인 <뉴시스>가 발빠르게 움직였지만 이들이 선택한 사진기사 제목은 퍼레이드 모습을 선정적으로 표현한 것이거나 시혜적인 문구가 다수를 차지해 역시 주류언론의 보수적 성담론의 한계를 보여 주었다.
"'너무 화려한가요?', '퍼레이드복장이 이 정도는 돼야지', '누가누가 이쁜가', '저도 한 몸매해요', '원조 헤드윅의 존 카메론 미첼', '여러분, 모두 힘내세요(홍석천)' '성적소수자도 가족이예요', '우리를 받아들여주세요', '죄인취급 말아주세요'.."
그러나 길가에서 성소수자들의 퍼레이드를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열려 있었다.
고교 3학년인 한 남학생은 "(성소수자에 대한) 시각이 많이 개방된 선진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매우 폐쇄적인 것 같다"며 한국사회의 보수성을 꼬집었다. 김미연씨(가명, 여, 27세)는 "퍼레이드가 독특하다"면서 자신은 "동성애에 거부감이 없다"며 남성들이 더 보수적인 예로 "하리수를 아직도 남성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의현씨(남, 37세)는 "당당해서 보기 좋다"며 "동성애자를 비정상이라고 말한 이명박씨가 사과를 안 한것은 아직도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영희씨(가명, 여, 27세)는 자녀가 동성애자로서 결혼을 주장한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필자의 질문에 "자신이 행복하다면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윤여진씨(가명, 여, 48세)도 동성애 자녀결혼에 같은 견해를 피력한 다음, '출산'을 이유로 동성애를 문제삼는 사람들에 대해 "요샌 아이도 별로 낳지 않는데 그건 이유가 안 된다"며 "필요에 따라 입양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천씨(가명, 남, 50세)는 "이질감을 느끼지만 본인이 동성애자라면 천대받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행사 초반에 등장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성소수자에 대한) 가족구성권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종교, 성, 학문, 취향을 기준으로 다수가 소수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성소수자는) 내용상 이미 우월한 다수"라고 강조한 뒤 "동성애자들의 결혼 합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언해 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행사 참가자인 정유은씨(가명, 여)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문제가 많은) 결혼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며 노회찬 의원의 입법화 방향을 단계적인 것으로 내다보고, 자신의 얼굴을 가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부모님과 가족 때문"이라고 밝혀 역시 한국사회에서 커밍아웃의 가장 큰 부담이 가족임을 실감케 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붉은 띠를 맨 사람들은 사진 보도시 얼굴이 노출되어선 안 된다.) 그는 다음으로 사회적인 부담을 들며 자신의 직장에서 커밍아웃할 경우 당할 불이익을 우려했다.
'숙자씨'(cyworld.com/pclesbian 레즈비언의 PC한 살아남기를 모색하는 즐거운 공동체) 소속 회원들은 "이성애자 비장애인 남성의 지배를 공고히 하는 가부장제 철폐하자, 성평등을 가로막는 이성애 중심주의 타파하자, 여성 상품화와 환경파괴를 심화하는 소비 자본주의 무너뜨리자"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해 제도권의 보수적 성담론에 대한 이들의 저항논리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 주었다.
농악 등 문화행사를 펼친 후 청계광장에서 행사장인 베를린 광장까지 되돌아오는 약 1.8㎞ 구간 퍼레이드에서 참가자들은 "감염인 격리와 차별이 아닌 인권존중만이 에이즈를 예방한다"며 정부와 국회에 에이즈 예방법 전면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퍼레이드에는 한국사회에서 마치 에이즈의 주범처럼 오인되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다수 참여해 차별과 편견 철폐를 주장했다.

특히 전국 유일의 성노동자 노조(법외)인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의 이희영 위원장이 "성소수자(동성애자, 이주노동자, 성노동자, 성전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라"는 피켓을 들고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 위원장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자발적인 성노동자들은 사회적인 성적 행태에서 일부일처제를 근간으로 한 주류의 결혼제도와 거리가 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 이상 '성적 소수자'임이 분명하다"고 밝히고 "성노동자들은 기존의 이성애적인 결혼관에 매몰된 일부 기득권자들이 만든 성매매 특별법에 의해 생존권을 빼앗기고 있는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2007 퀴어문화축제’를 통해 보여준 성소수자들의 퍼레이드가 지나치게 '섹시'한 데 치중하고 있는 게 아닌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다. 행사를 지켜 본 시민 김호민씨(남, 39세)는 "심한 차별을 당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의 표현방식으로는 이같은 퀴어문화축제 방식이 어딘가 미진하다"면서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를 보다 더 분명하게 당국에 촉구하는 적극적인 방식을 모색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고 주문했다.
행사 단골 손님인 연예인 홍석천씨는 행사 사회를 맡아 "외롭다"며 "다른 연예인들도 이 자리에 왔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움을 표했으며, 퍼레이드 중 연도에서 발견된 원조 헤드윅의 존 카메론 미첼은 후반부 공연을 통해 참가자들을 열광케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주민노동자'들의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간 '여수화재참사'등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활발하게 대외적 발언권을 높여 온 이주민노동자 단체가 ‘2007 퀴어문화축제’에 등장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주민노동자들은 부부가 함께 생활하지 않는 경우 성생활이 억압당하는 환경에 노출돼 있으며, 근거가 불확실한 에이즈에 대한 혐의가 때때로 이들을 괴롭히곤 한다.
내년 ‘2008 퀴어문화축제’는 국적을 넘어 더 많은 성소수자들이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활기찬 대동제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만국의 성소수자들이여 단결하라!
[한국인권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