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백 대 1백의 비율로, 민주노동당 중앙위에서 민중경선이 부결되었다고 한다. 골치아픈 요구안을 떠맡기를 꺼리는 분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이 안건을 다시 올리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
2. 그러나 민중경선과 더불어 그것이 제기한 ‘문제의식’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그 문제의식은 전혀 다른, 부정적인 형태로 형태 변환하여 출몰할 가능성이 높다.
3. “민주노총 조합원이 당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반대론이 당원들의 하늘을 찔렀는데, 그렇다면 그 반발로 민주노총에 다음과 같은 볼멘 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민노당에게 ‘남/남’이라면 민주노총이 민노당을 굳이 배타적으로 지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남/남’이라는 사실을 두 번이나 못박아 버렸는데 말이다.”
4. 이미 오래전부터 민노당 바깥의 ‘좌파’들은 민노당에 대해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들의 ‘당’을 띄우고 싶어 했는데 이들의 활동에 걸림돌이 되어온 것이 ‘민노총의 민노당 배타적지지’ 방침이었다. 민노총 조합원들에게 ‘새 당으로 오세요’하고 공공연히 선전 선동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5. ‘민노당/민노총은 남, 남’이라는 두 차례의 선언은 이 민노당 바깥의 좌파들에게 ‘민노총아, 배타적지지 방침을 풀라’고 요구할 큰 명분을 안겨 주었다. 민노당 지도부는 이 논란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할 셈인가? ‘남/남’이지만 그래도 우리를 배타적으로 지지하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을까?
6. 이들 좌파야 큰 세력이 아니니, 애써 무시한다고 치자. 개혁보수세력과의 ‘동조 관계’를 사실 바라는 사람이 민노총 우파 중에 적지않이 있다. 그들이 그동안에는 “우리는 열우당 지지로 갈 터이니 배타적지지 방침을 풀라”고 감히 공공연하게 말하기 어려웠는데, 좌파들이 ‘배타적 지지를 풀라’고 나서고, 그렇게 말할 구실도 높아진 지금에는 이들도 이 요구에 동조해 나설 가능성이 높다. 왼쪽과 오른쪽에서 ‘민노총/민노당’ 밀월관계를 끊으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7. ‘민중경선 부결’로 당 다수파(300명 중의 200명)는 또다른 ‘분발책’을 찾아야 할
정치적 책무를 떠안았다. 그런데 그 부결의 ‘후과’로, 당의 지지기반이 위협받을 또다른 문제가 준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연 그 부결은 현명했을까? ‘진리’는 다수결이 아니라서 한번 해보는 말이다.
8. ‘민중경선 주장파(300명 중의 100명)’은 앞으로 당이 뚜렷이 분발하지 않는 한 무력감을 더 느낄 것이다. 당 밖에서는 좌우에서 역풍이 불어올 것이다. 당은 더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