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창촌 성노동자들은 지난 2005년 6월 29일 잠실뻘에서 일체의 사회적 낙인을 거부하고 당당하게 ‘성노동자의 날’을 선포했다. 그리고 이제 2주년을 맞는다. 우리는 아직 쓰러지지 않았으며 이렇게 보란 듯이 살아 있다.
성노동자들에게 이날은 노동계의 생일인 5월 1일 노동절과 같다. 노동절은 역사적으로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후 지금은 많은 나라에서 국경일이 제정될 정도로 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을 가져온 상징적인 날이지만, 한국에서 성노동자의 날은 전근대적 낙인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현대적 의미의 성노동자들이 이제 겨우 해방의 몸짓을 시작한 날이다.
나래를 편지 2년 여, 우리는 경악했다. 성노동자들을 무조건 성매매 피해여성이라고 간주하며 상담 받을 것을 요구하고 나선 주류여성계 전도사들이 실제로 집창촌 폐쇄를 추진할 줄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집창촌은 성노동자들의 생존수단이자 주거공간이므로 우리를 위한다는 그들이 이곳을 침탈하려는 것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우리는 주류여성계가 얼마나 안락한 삶을 사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성주류화 전략’으로 장관에서 총리까지 배출하는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금 주류여성계가 누리는 부귀영화는 기층민중인 성노동자들의 삶과 천양지차라고 감히 말하겠다. 해서 어쩌면 이들에게 성노동자들의 삶을 이해시키는 건 애초 불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이미 우리를 핑계로 수백억원 대의 자활(?)예산을 주무르는 주류여성계가 건설자본 및 지방자치단체와 손을 맞잡은 채 재개발 이익을 두고 벌이는 논쟁도 우습다. 그들은 업주들에게 재개발 이익이 돌아가선 안 된다고 말하면서 마치 성노동자들에게 무슨 선심이나 쓸 것처럼 분위기를 풍기지만 사실 이런 얘기들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성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주거권을 보장하지 않는 모든 발언은 단지 립서비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삶의 터전이지 재개발 이익이 아니다.
주류여성계에게 충고한다. 당신들은 어떤 경우에도 성노동자들의 주거생존권을 침탈할 권리가 없다. 이를 위해 다시금 성노동과 관련한 ‘자발’과 ‘강제’의 국제적 기준 세 가지를 제시하겠다.
하나, 1993 년 유엔총회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근절을 위한 선언' 제2조에서 "강요된 성매매'만을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명시했다.
둘, 1995년 베이징 여성대회에서 채택된 베이징 행동강령에서는 "강제적인 성매매에 한해 금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셋, 2007년 1월 11일 세계적 인권감시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ughts Watch)는 2007년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정부에 국가보안법 폐지, 이주노동자 처우 개선 등과 함께 '자발적인 성노동자 등의 권리 보호'를 강력하게 권고했다.
민성노련은 앞으로도 해외의 진보적인 성노동자 단체인 히드라(독일), 홍실(네델란드), 코요테(미국), 코스와스(대만), 지텡(홍콩), 두르바위원회(인도), 임파워(태국), AMMAR(아르헨티나)처럼 꾸준히 성장하고 싶다. 그러나 이는 우리들의 노력만으로는 미약하다. 무엇보다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진보진영의 많은 도움이 절실하다.
성노동자의 날 2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민성노련 카페 회원님들 그리고 성노동운동에 함께 하고 있는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의힘 여성활동가모임,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노동연구팀, 세계화반대여성연대, 한국양성평등연대(평등연대), 성노동 자율공동체를 위한 연대(성자공연), 전국철거민연합, 연분홍치마 등 진보적인 사회단체와 활동가들에게 거듭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성노동운동을 통한 진보적인 성담론 공론화에 시민들과 많은 사회단체들의 관심이 있기를 기대한다.
- 우리들의 요구 -
1. 정부는 자발적 성거래에 대한 공론화(합법화, 비범죄화 등)에 나서라
2. 국회는 실효성 없는 성매매 특별법을 폐지(혹은 대폭 재개정)하라
3. 여성가족부,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등 주류여성계는 성노동자들의 주거생존권을 보장하라
4. 주류여성계는 집창촌 폐쇄계획을 전면 철회하라
5. 주류여성계는 민성노련과의 대화에 즉각 응하라
2007년 6월 29일
민주성노동자연대 (민성노련)
http://cafe.daum.net/gksdud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