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일 경찰은 뉴코아-홈에버 농성장을 무자비하게 침탈해 홈에버 상암점과 뉴코아 강남점의 조합원 168명(여성노동자 124명, 남성노동자 44명)을 연행했다.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단한 생존권 투쟁은 이렇게 21일(홈에버 상암점)과 13일(뉴코아 강남점)만에 표면상으로는 일단 막을 내렸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랜드 노동자들의 점거농성 원인은 이랜드 측의 계약해지 및 아웃소싱과 용역전환 문제였으며 근본적으로는 대량해고를 부추긴 비정규 악법에 있었다. 따라서 이번 점거농성은 합법 불법을 떠나 심각한 고용불안에 직면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살아남기 위한 자연발생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양측의 노사자율교섭을 도와줘야 할 현 정권은 오히려 이랜드 편에 서서 노동자들을 불법으로만 몰아대기 급급했고 마침내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바램을 공권력 투입으로 짓밟고 말았다. 그렇다고 노동자들이 순순히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미 이랜드 노동자들은 2차 지도부를 구성하고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향후 투쟁을 준비 중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한편, 우리는 이번 공권력 투입 장면에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여성조합원들의 팔을 강제로 잡아당기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여성경찰이었다. 농성자 중 74%에 달하는 여성노동자들을 남성경찰들이 연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성희롱(혹은 성추행) 우려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여경을 배치한 것인데 이들의 등장은 울부짖으며 끌려 나가는 여성노동자들과 묘한 대조를 보였다.
우리는 여기서 상황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평소 '여성'의 권리향상을 주장해오던 여성계 출신 국회의원들 그리고 여성가족부는 물론 총리까지 배출한 주류여성계의 고위직 여성들이 이랜드 여성노동자들을 철저하게 외면한 점에 주목한다. 또한 정규직 여경들이 권력의 하수인이 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연행한 점에 주목한다. 즉 이른바 잘 나가거나 먹고 살만한 여성들이 말로는 '여성'을 외치지만 사실 기층여성들과 전혀 다른 사람들임이 입증된 것이다.
이는 앞으로도 현재 방식의 '여성의 정치세력화'가 아무리 진행된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등 억압받는 여성들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전망을 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여성 국회의원이나 여성 지자체의원 그리고 여성 엘리트의 수를 늘이는 것과 기층 여성들의 삶이 무관하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몰계급적으로 마구 사용되는 '여성'이란 말에 현혹당해선 안 된다.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번 공권력 투입으로 멈춘 게 아니라 수많은 비정규직 투쟁으로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도 비정규 악법이 적용된다고 하니 예상되는 무더기 해고와 외주용역화 추세라는 열악한 노동환경 앞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분연히 일어나 저항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 사회단체들과 시민들은 이미 이랜드 불매운동을 비롯해 연이은 지지성명으로 동지로서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우리는 이번 공권력 투입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자본과 권력의 야합은 물론, 허위로 가득찬 제도권 개혁과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더 이상 믿지 말고 '비정규직노동자'를 중심으로 굳게 단결하여 비정규 악법을 바꾸고 사회변혁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
2007. 7. 20
한국양성평등연대 (평등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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