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려한 휴가’에 대한 논평에 부치는, 시 한 수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 혁명시인 率然(솔연) 김남주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오월은 바다처럼 그렇게 서정적으로 오지도 않았고
오월은 풀잎처럼 그렇게 서정적으로 눕지도 않았다

오월은 왔다 피 묻은 야수의 발톱과 함께
오월은 왔다 피에 주린 미친개의 이빨과 함께
오월은 왔다 아이 밴 어머니의 배를 가르는 대검의 병사와 함께
오월은 왔다 자유의 숨통을 깔아뭉개는 미제 탱크와 함께 왔다

노래하지 말아라 오월을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은 바람처럼 그렇게 서정적으로 오지 않았고
오월은 풀잎처럼 그렇게 서정적으로 눕지도 않았다

오월은 일어섰다 분노한 사자의 울부짖음과 함께
오월은 일어섰다 살해된 처녀의 피 묻은 머리카락과 함께
오월은 일어섰다 파괴된 인간이 내지르는 최후의 절규와 함께

그것은 총칼의 숲에 뛰어든 자유의 육탄이었다
그것은 불에 달군 철공소의 망치였고
그것은 식당에서 뛰쳐나온 뽀이들의 식칼이었고
그것은 술집의 아가씨들이 순결의 입술로 뭉친 주먹밥이었고
그것은 불의의 대상을 향한 인간의 모든 감정이
사랑으로 응어리져 증오로 터진 다이너마이트의 폭발이었다

노래하지 말아라 오월을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바람은 야수의 발톱에는 어울리지 않는 시의 어법이다
노래하지 말아라 오월을 바람에 일어서는 풀잎으로
풀잎은 학살에 저항하는 피의 전투에는 어울리지 않는 시의 어법이다
피의 학살과 무기의 저항 그 사이에는
서정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자격도 없다
적어도 적어도 광주 1980년 오월의 거리에는!


덧붙이는 말

여울(전교조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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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울


    그는 1980년대의 진정한 어른이요 영원한 선배다. 불덩이처럼 뜨겁고 납덩이처럼 무겁게 살다간 率然 김남주 그를 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