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의 국가정보원과 북측의 통일전선부가 '상부의 뜻을 받들어' 서명한 8월 5일자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관한 합의서>에 대하여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폭넓게 대변해야 할 민주노동당(민노당)의 입장이 지나치게 환영 일색이어서 논란이다.
지난 8일 민노당은 국회 정론관에서의 기자회견에서 김선동 사무총장의 발표를 통해 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열렬히 환영"하며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이 "회담 시기가 대선을 앞둔데다, 장소가 또다시 평양이고, 추진 절차가 투명하지 않으며, 의제도 합의되지 못했"으며 "매우 부적절한 회담이며, 대선용 이벤트로 보인다"고 우려한 것과 관련하여, 민노당은 "남측 정치권 안에서 파열음을 내는 것이야 말로 정상회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태도이고 민족문제를 책임질 역량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맹공했다.
2차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이같은 시각은 최근까지 현 정권에 대한 민노당의 입장과 견주어볼 때 매우 이례적이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당혹하게 한다.
예컨대, 7월 20일 민노당은 논평을 통해 홈에버 상암점 노동자와 강남 뉴코아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을 공권력을 동원 강제해산케 노무현 정권에 대해 “노동자와 대한민국을 유린”한 “이랜드 자본의 용병”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노 정권이 “수구보수인 한나라당 뺨치게 자본가에 더 충실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며 “파쇼권력을 남용해 공권력을 동원함으로써 국가의 사회적 역할을 폐기처분시켜 버”린 노 정권은 “국민의 힘으로 폐기처분될 것”이라고 성토했었다.
즉 민노당은 노 정권을 파쇼권력을 남용하는 자본의 용병으로서 ‘폐기처분’ 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민노당의 이러한 인식은 비단 이랜드 사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한미FTA를 비롯하여 사회양극화로 신음하는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들을 대하는 노 정권의 억압적인 정책에서 항상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각을 지닌 민노당이, 노 정권이 추진한 2차 남북정상회담을 쌍수를 들어 환영한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로 보인다. 민노당 논평에서처럼 이 주장에 일리가 있다면 한나라당 뺨치게 자본가에 더 충실한 ‘자본의 용병’인 노 정권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대체 무엇인지 민노당은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만약 이에 답하지 못할 경우 민노당은 ‘민족문제’를 빌미로 자신들이 공격한 한나라당보다 더 ‘정략적’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
우리는 역대 정권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세를 돌파하고 반전시키기 위해 남북관계 행사를 종종 오남용 해왔음을 익히 알고 있으며, 사실상 이런 일련의 회담이 그들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성과로 포장돼 특히 선거 국면에서 상당한 ‘효자 노릇’을 해 왔음을 목도했었다. 그런 폐해에도 불구하고 오늘 민노당이 "열렬히 환영"할 수밖에 없는 것은 민노당 내 NL(민족해방파) 세력의 과도한 당내 권력 점유가 빚어낸 해프닝이 아닌지 의문이 들게 한다.
이른바 원내에서 진보진영을 대변한다는 민노당은 더 이상 민중들이 헷갈리지 않게끔 논리의 일관성을 지녀야 한다.
어떤 누구도, 노 정권이 정말 ‘폐기처분’대상이라면 이들에 의한 남북회담을 ‘정략’을 넘어 순수하게 민족적 관점에서 풀어나간다고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민노당이 2차 남북정상회담을 신뢰해 환영하고 싶다면 ‘폐기처분’이란 입장을 ‘폐기’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 회담이 몰고 올 수 있는 정치적 함의를 치열하게 분석해 민중들에게 널리 알려내야 할 것이다.
최덕효(한국인권뉴스 대표 겸 기자)
[한국인권뉴스 2007. 8.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