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숙'이 진보적 여성운동에 도움 안 되는 이유

성매매 여성 자활은 ‘시혜’ 빙자한 관료들 제 몫 챙기기?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급진적 여성주의를 마치 신앙처럼 추종하는 오늘 이 사회의 주류여성계 관료들이 금연, 금주, 매춘금지를 내세운 아프간의 저 악명 높은 '선행고취 및 악행퇴치부'와 참 많이 닮았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인 이들의 존재는 한국사회의 커다란 과제다.



▲ 미국의 한 총기상 광고 사진. 조영숙의 논리대로라면 이들을 '총기매매 피해여성'이라고 불러야 한다.



[칼럼]'조영숙'이 진보적 여성운동에 도움 안 되는 이유

최덕효 (대표 겸 기자)


우문우답

성매매(매춘)와 관련된 우문우답(愚問愚答)의 행렬은 끝이 없다.

이번에는 돈 많은 술집 손님을 관리하기 위해 여종업원이 평소 손님과 연락하면서 성관계를 맺었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인 '성매매'로 볼 수 없다는 판결(서울중앙지법)이 나오자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종이학' 조영숙 소장이 발끈했다.

" 이번 판결의 논리대로라면 손님을 관리하기 위해 마약·총기를 접대한 경우까지 무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냐."

조영숙의 이런 사고는 그의 평소 지론인 △마약 △총기 △장기밀매 △아동노동 △노예노동 △인신매매 등 범죄행위를 '성매매'와 동일선상에서 보고자하는 강인한 의지(?)의 소산으로 여겨진다.

그럼 마약·총기가 내용상 매춘과 비견될 만한 것인지 그쪽 사정을 엿보기로 보자.


성매매는 마약 총기 매매와 같다?

마약 중에는 코카인이나 헤로인 등 중독성이 매우 강해 사회문제화 된 것들이 있는가하면, 대마초(마리화나)처럼 의존성이나 내성이 심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합법화 논쟁에 휩싸인 경우도 있다. 이들은 대마초를 마약으로 분류해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위헌심판 제청신청을 냈으나 법원으로부터 위헌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온 상태이다.

대마초 합법화에 나선 사람들은 수 천년 동안 사람들에 의해 소비되어져 온 대마가 술이나 담배보다도 효과가 온건하다고 주장한다. 또 대마는 19세기 중반부터는 통증과 편두통 등 많은 질환에 약리효과를 인정받아 치료제로 사용된 바 있으며 요즘 영국 등지에서는 대마초를 마약류 중 위험 정도가 가장 약한 등급(C급)으로 낮춰 단속을 완화함으로써 비범죄화로 이행 중이다.

총기 문제도 간단치 않다. 미국에서는 심심찮은 대형 총기사고로 세계로부터 불명예스러운 눈총을 받곤 하지만 연방헌법 수정 제2조는 아직까지 무기소지가 "국가권력의 부당한 행사에 맞서는 자유와 저항의 표상"이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즉 무기소지가 가능한 '민병제'야말로 개인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다는 명분인데 이는 전미총기협회(NRA)를 중심으로 한 무기장사와 맞물려 복잡한 양상을 빚고 있다.

총기만 규제하면 그 사회가 평화로울 수 있다는 논리는 오류다. 일반적인 총기사고는 그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개인적으로 폭발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만약 미국 같은 사회에서 총기규제가 입법화 된다면 그만큼 사제총이나 칼 같은 다른 흉기들이 대체재로 증가할 가능성 또한 높다. 한편, 총이 없어 무력하게 죽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9월 버마 민중항쟁에서 피흘린 민중들은 군부에게 자신들이 더 이상 학살당하지 않으려면 총이 있어야 한다고 외친다.

마약과 총기는 그 사회가 지닌 환경적 요인에 따라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그러나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먹고 살만하고 어중간한 도덕주의자들은 이 부분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 무조건 금지주의를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마약도 마약 나름이고 총도 총 나름인데. 어쨌든 조영숙의 주장처럼 매춘을 마약과 총기와 동일선상에 놓으면 ‘성매매 피해여성’처럼 ‘마약매매 피해여성’이나 ‘총기매매 피해여성’이란 논리가 나온다. 조영숙의 주장이 억지라는 말이다.


바이그만’에게서 배운 독일의 매춘 합법화

사실 '매춘'은 마약이나 총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강제적 성적 인신매매도 있지만 대부분의 성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자발적으로 일한다. 양자는 '경제적 빈곤'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닮았지만 때로는 선택적으로 성노동에 종사하는 여성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독일의 매춘 합법화가 능동적인 성노동자 출신인 바이그만(현 독일 매춘업소 운영자) 같은 이의 헌신적인 사회적 공론화 노력에 도움 받은 것은 '아래로부터의 변혁'의 좋은 예다.

' 매춘'을 얘기하려면 성담론적 의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성적 욕망을 결혼이나 동거, 자유로운 연애라는 방식을 통해 해결하지 못하는(않는) 것일까. 한국처럼 서슬 퍼런 성매매 특별법이 가로막고 있는데도 왜 사람들은 굳이 성을 구매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낮밤을 헤매는 것일까. 인간의 성적 욕망은 반드시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해소되어야만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 있는 것일까. 자본주의에서 가족은 영원한 유토피아일까.

다시 조영숙에게로 돌아가 보자. 이번 판결과 관련한 그의 또 다른 발언은 사실 확인도 없이 정황만으로 자발성을 거부한다.

" 손님 관리를 거부한 여종업원 등에 대한 불이익을 감안하면 여종업원의 자발성을 인정할 수 없다."

여기서 조영숙이 해당 여성들을 이른바 성매매 피해여성으로 애써 규정하려는 것은 자신의 직업적 존재이유를 정당화 하려는 게 더 큰 이유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그게 아니라면 조영숙은 자본가 압제에 신음하는 유흥업소의 모든 그녀들에게 수호천사가 되어 현 시기 자본주의 자체를 전복하려는 혁명가(?)란 말도 나올 법 한데, 그렇다면 클라라체트킨이 굳이 부르주아 여성과 프롤레타리아 여성을 구분한 건 잘못된 것인가. 어쨌든 이 사회에서 "종업원 등에 대한 불이익"은 비정규직이나 비공식 노동자의 세계에서 지천으로 널려 있으니 수호천사가 성매매란 이불 안에 머물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홈페이지[웹진 '종이학' 희망소식(2007 vol.02)]에 실린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최준 정책국장의 기고문은 조영숙에게 매우 아픈 내용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센터가 모처럼 '여성'을 넘어 '빈곤'을 청취하려 했는지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최준의 원고는 조영숙에게 자승자박이 됐다.


성매매 여성 자활은 ‘시혜’ 빙자한 관료들 제 몫 챙기기 아닌지

글에서 최준은 자활사업의 제도화가 시작된 2000년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빈곤의 사회적 책임보다는 시혜적 관점의 복지경향이 강한 점을 비판하면서 먼저 "존재의 확인과 인간에 대한 태도"를 주문했다. 또 그가 성매매 여성의 자활이 성과 위주의 목표를 설정해 간다면 그것은 성매매여성을 위한 자활이 아니라 그 제도를 마련한 사람들의 욕심이 성과로 치장 된 것이라며 쓴소리로 충고한 것은 ‘시혜’를 빙자한 관료들의 제 몫 챙기기를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영숙과 같은 여성계 인사들이 지나치게 ‘성매매 이슈’에 집착하는 것은 그것이 성주류화 전략에 부합되는 유일한 방식이기 때문인데, 이같은 선정주의는 생뚱맞게 정치권에서 도미노현상이 되어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연출되곤 한다.

8 일자 대통합민주신당의 논평 "이명박씨, 원정 성매매는 괜찮다는 건가요?"도 그런 류다. 여기서 민주신당은 이명박의 '마사지걸' 얘기를 끄집어 내 그가 대통령 자격이 없음을 성토한다. 이명박의 봉건적이며 무지한 돌출성 발언이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와는 별개로 자중지란에 처한 민주신당이 정적의 철지난 발언 하나로 난국을 돌파하려는 것 같아 보는 이로 하여금 애처러운 마음을 들게 한다.

대마초 금지의 명분을 내세우려면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는 담배와 술을 만들지도 팔지도 못하게 해야 형평에 맞고 법의 체면도 선다. 전세계 흡연인구의 5%만 줄여도 1억명의 생명을 구한다는 통계도 있거니와 국내에서는 음주에 따른 조기사망과 생산성 감소에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20조원에 이른다고 하니 공권력을 총동원해 즉각 금지시키면 될 일이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판매자가 힘 있는 합법적 자본이기 때문이다.

성매매 특별법은 1920년 미 금주령과 같이 애초 실패를 예정하고 태어났다. 오죽하면 진보적인 한 법학자가 이 법이 국가보안법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법으로 결국 사문화의 길을 갈 것이라고 토로했겠는가. 요즘 성특법 시행 3년이라고 이런저런 실적성 통계가 난무하지만 모두 부질없는 짓이다. 이런 통계와 상관없이 어차피 대한민국 성인 남녀들의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총량은 일상적으로 작동하게 돼 있다. 이 법으로 인한 행정낭비는 애꿎은 시민과 경찰만 숨박꼭질 시키고 결국 혈세만 허망하게 사라지게 할 뿐이다.


실종된 민중적 여성주의를 찾아서

필자는 주류여성계의 성매매 반대 캠페인에 덩달아 따라 나선 반공단체 등 또 다른 관변단체와 보수 기독교인들을 보면서, 부시처럼 선악구도의 종교적 견해를 현실에서 정책화 하는 인사들이 관료화의 길을 걷는 한 국내의 진보적 여성주의 앞날은 요원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급진적 여성주의를 마치 신앙처럼 추종하는 오늘 이 사회의 주류여성계 관료들이 금연, 금주, 매춘금지를 내세운 아프간의 저 악명 높은 '선행고취 및 악행퇴치부'와 참 많이 닮았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인 이들의 존재는 한국사회의 커다란 과제다.

일찌기 파스칼은 "사람은 종교적 확신을 가졌을 때 철저하고 자발적으로 악행을 저지른다."고 경고했는데, 지금 우리 사회 저변에서 바로 그런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 난제를 무엇부터 어떻게 매듭을 풀어야 할지, 또 실종된 민중적 여성주의는 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뜻있는 이들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인권뉴스 2007·10·10]


[자료제공] 한국양성평등연대 (평등연대)
http://cafe.daum.net/gendersolida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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