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장하진 여성부 장관의 '정황적 성구매 확실범' 논리 등과 관련하여 우리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의 입장을 밝힌다.
권복기 기자와 정유경 기자는 장하진 장관과의 인터뷰 배경설명에서 성매매 특별법 시행 3년 동안 "성매매 집결지 업소수와 종업원수는 2004년 9월 1679개, 5567명에서 지난 5월 992개, 2523명으로 크게 줄" 정도로 "수치로만 보면 성특법의 '실적'은 눈부시다"고 말하고 "집결지가 크게 줄었다고 하나 이를 통한 성구매는 전체 성매매의 일부에 불과하다. 반면 법망을 피하려 신종·유사·변종 성매매가 크게 늘었고, 해외에서의 성매매와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증가하는 흐름도 나타난다"고 우회 비판했다.
기자들의 이러한 인식은 무모한 성특법에 기인한 이른바 '풍선효과'(음성매춘)의 만연을 지칭하는 것으로 전적으로 옳다. 그리고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과 여성가족부 등 주류여성계는 이 변변찮은 '실적'을 위하여 지난 3년간 혈세 580여억 원을 성매매 피해여성을 돕는다는 구실로 물 쓰듯이 뿌리고 다녔지만 결과는 완전한 정책실패로 드러난 점과 일치한다.
그러나 장하진 장관은 성특법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는커녕 다음과 같이 변명과 법 강화를 주장하는데 급급해 현 상황을 크게 오도하고 있다.
("최근 들어 집결지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뜸해졌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라는 지적에 대해)
<"경찰이 열심히 단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용산, 용주골, 장안동 등에 직접 가봤는데 시시티브이 때문에 불시에 현장에 접근해 적발하기가 어렵습니다. 성행위 입증은 더욱 어렵습니다. 모르는 남녀가 옷을 벗고 있어도 성행위를 안했다고 주장하면 미수범이 되어 처벌받지 않습니다. 제가 지은 용어인데 그런 사람은 정황적 성구매 확실범입니다. 정황으로 보아 성구매로 보이면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중입니다.">
그렇다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여차하면 사람들을 "정황적 성구매 확실범"으로 간주해 때려잡고야 말겠다는 것이 이 용어를 개발(?)한 장하진 장관의 생각인 듯 하다. 민의와 동떨어진 파시즘적인 성특법이 현실에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이치건만 오히려 법을 강화시켜 금지주의를 성공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니 그의 이런 사고는 마치 대한민국 성인들 사이의 자발적인 신체적 기본권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 기자가 집결지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엉뚱하게도 음성매춘 장소인 '장안동'을 끼워 넣은 것도 말이 안 된다. 성특법의 집중 공격을 받아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오늘날 집창촌은 '시시티브' 같은 장비를 구매할 생각도 없고 경제력도 여의치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성특법 덕분에 양산된 기업형 성매매 장소인 음성매춘 지역을 서민들의 집창촌과 결부시킨 표현은 누가 봐도 사회학자 출신인 장하진 장관의 발언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부끄러운 논리다.
그는 또 존스쿨에 대해 동문서답을 내놓았다.
("성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존스쿨 교육은 효과가 있나요?"라는 물음에 대해)
<" 보완이 필요합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남성들은 존스쿨에 온 것을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재수가 없어서 적발됐다고 생각합니다. 반성과 재범 방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미국처럼 벌금형 부과가 필요합니다. 법무부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른 나라'란 건 정확히 말해 미국이다. 그런데 오죽하면 주권국가인 한국이 무작정 미국의 존스쿨 제도를 받아들인데 대해 한 네티즌이 이렇게 말했을까.
"미국 식민지인거 티내나. 샌프란시스코에 존스쿨 있으면 우리나라에서도 존스쿨 만들어야 되는 거냐?.. 법으로 금지하기 때문에 음성적인 매춘이 더욱 확산된다는 걸 왜 모르시나"
['성구매男 1만명 '존 스쿨'行… 어떤 교육 받나'(쿠키뉴스) 의견에서 아이디 OTL님]
미국에서 ‘존스쿨’이라는 기묘한 제도가 생긴 데에는 전직 매춘여성인 ‘노르마 호탤링(Norma Hotaling)의 역할이 컸다. 그녀는 샌프란시스코 ’길거리 매춘여성‘으로 고객 중 한 명으로부터 두개골에 손상을 입는 등 극단적인 폭력의 희생자였고 더욱이 약물중독자였다. 호탤링은 자신의 특별한 경험을 기준으로 모든 성거래를 폭력과 병리적인 것으로 일반화해 심지어 신장(腎臟)을 판매하는 행위에 비유함으로써, 미 성노동자단체인 코요테(COYOTE) 및 진보적인 여성단체인 전국여성연맹(National Organization of Women)과 적대하고 있다. 존스쿨은 호탤링이 1994년 길거리 매춘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과 포주와 존을 처벌하는 법률 시행"을 주장하는 문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1995년 베이징 여성 대회에도 등장한 유명인사(?)다.
장하진 장관의 '정황적 성구매 확실범' 논리에서는 성매매 ‘특별법’이라는 지위를 남용함으로써, 사실의 인정에 있어 법관으로 하여금 반드시 따르도록 돼 있는 현행 ‘법정증거주의’를 뒤집으려는 또 다른 파시즘적 징후가 엿보인다. 이른바 정황증거(情況證據)는 간접증거로서 독극물 살인범에게 독극물을 판매했다는 약방 주인의 증언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고 상호 필요에 의한 성인들 간의 자발적인 성거래에 이런 식의 정황 논리를 잣대로 마구 들이대는 것는 어불성설이다.
또 길거리 매춘여성인 호탤링의 한맺힌 개인사를 금지옥엽처럼 떠받들어 존스쿨을 유지 강화시키고 집창촌을 말살하려는 시도는 누가 봐도 앞뒤가 맞지 않다. 집창촌 성노동자들이 와해되면 당장 생계를 위해 그 '위험한' 길거리 등 음성부문으로 나서야 할 판이니 이 역설을 어찌 할 것인가. 그렇다고 모든 성노동자들이 운 좋은(?) 호탤링처럼 주류여성계의 부와 권력을 위해 일회용 앞잡이가 될 수도 없지 않은가. 결국 성특법은 한국의 호탤링을 만드는데 기여할 뿐 그들을 구하는데 아무런 쓸모가 없다. 뜻이 있다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과 같은 형법을 강화하면 된다.
장하진 장관은 법 개정을 위해 법무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국민이란 존재를 매우 가볍게 여긴 발상이다. 만약 법 개정을 하고 싶다면 이 땅의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공청회나 여론조사 등을 통해 먼저 물어 봐야 할 일이다. 우리는 민의를 외면한 채 주류여성계가 주도한 법으로 국민위에 오만하게 군림하기 위해 권력끼리만 논의하려는 그의 이번 발언을 단호하게 규탄하며,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뜻을 같이 하는 국민들을 비롯하여 진보적인 성담론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성특법 폐지와 집창촌 사수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2007. 11. 2
민주성노동자연대 (민성노련)
http://cafe.daum.net/gksdud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