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반부패연대’는 노동자 민중의 선택이 될 수 없다!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기존의 대선판을 뒤흔들만한 주요한 변수들이 등장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출마 선언과 ‘삼성 비리의혹’을 둘러싼 파장이 그것이다.
이회창의 출마선언은 이명박 독주체제에 일정한 균열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명박과 이회창은 지지율 1, 2위를 다투며, ‘한국사회를 책임질 진짜 보수가 누군지를 가리자’는 코메디를 연출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정치지형에서, 꼴보수의 정치적 대표체인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진정한 ‘보수’가 아니라 ‘경제실리주의’를 추구하고 있으므로, 보수의 진짜 대표인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게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의 변이다.
이를 통해 기존 ‘보수-중도-개혁-진보’의 대선구도는 ‘보수 對 보수’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反이명박 전선에서 중도-개혁-진보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이 이명박과의 대척점에 서 있는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어쨌든 후보단일화를 통해 ‘보수 對 진보’를 구축하면 일정한 승산이 있다고 계산했다. 또한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대선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 내년 총선에서 일정한 의석을 차지할 만한 살림밑천을 장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출마 선언으로 대선판의 구도 변화가 불가피해 졌다. 이로인해 ‘보수2강’ 구도가 확고히 구축되면, ‘본선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판이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중도-개혁-진보 후보와 정당들에게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때마침 제기된 김용철 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삼성 비리의혹’에 대한 양심고백과 연이어 참여연대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주축이 되어 진행한 검찰고발은, 중도-개혁-진보 후보들에게 결집의 근거이자, 촉매가 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반한나라전선’, ‘반이명박전선’의 새로운 버전인 ‘반부패연대’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중도세력의 대표주자인 정동영은 지지철회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과거의 지지층을 다잡기 위해 급격한 좌선회를 시도하고 있다. 비정규직 투쟁의 현장을 방문하는 한편, 입시폐지 공약과 같은 급진적인 요구들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또한 노무현 참여정부와의 선을 긋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문국현 후보는 ‘천박한 신자유주의’를 거론하며, ‘인간중심의 진짜경제’를 외치며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에게서 이탈한 표심을 잡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반부패연대’에 대해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존재하기 보다는, 이를 위한 ‘연석회의’나 ‘후보회동’이 후보단일화의 경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을 경계하며 ‘삼성 특검을 요구하는 국회내 5개당 연대’를 제기하고 있다. ‘가치의 연정’과 같은 애매모호한 태도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경계를 누그러 뜨리고, 전선을 왜곡하며 좌충우돌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광풍이 만들어 낸 노동자 민중의 삶의 위기와 절망,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저항과 투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결과가 대중의식지형의 우경화를 낳았다. 노동자 민중에게 ‘무엇이 차악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만큼 절망적인 것은 없다. 대선시기를 관통하는 반신자유주의 투쟁 전선의 설치가 어느때보다 긴급히 요구되고 있다.
2007년 11월 8일
노동자의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