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일하는 세상, 과연 노동자가 살 만한 곳일까?

[신간]교대제, 무한이윤을 위한 프로젝트

아파트 경비원, 자동차 공장 노동자, 편의점 알바, 버스와 택시 운전사, 간호사, 지하철 노동자, 식당과 유통 서비스 노동자….
  몸, 일상, 꿈을 향유하는 노동자가 되자! <교대제, 무한이윤을 위한 프로젝트> [출처: 메이데이]

우리 삶과 주변에서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하는 일만 다를 뿐 모두 교대 근무 (노동)를 하고 있다. 우리 자신이 교대 근무를 하지 않더라도 가족이나 친구, 이웃 가운데 교대 노동을 하지 않는 이들을 찾아보기란 오히려 힘들다. 이렇듯 교대제는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노동부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기업 가운데 교대제를 실시하는 곳은 대략 40%에 달한다. 특히 300인 이상 대기업은 약 절반이 넘는 곳에서 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다.

24시간 공장이 돌아가고 편의점, 병원과 식당, 대형마트가 연중무휴 영업하는 것이 어찌 보면 편한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교대 근무란 지옥과 같을 것이다. 더구나 장시간노동이 일상화되어 있는 한국 사회 교대 근무 노동자들의 일상은 더욱 심각하다.


더 이상은 못하겠어요. 지금도 한 달에 일하는 시간이 450시간이 넘거든요. 한 달에 쉬는 시간이 3~4일밖에 안 되니까요. …… 주말은 거의 없다고 봐야지요. 5~6번 출근을 하니까요. 어떤 땐 쉬고 싶지 일하러 나가고 싶지 않아요. …… 녹초가 되어서 피곤해서 자기 바빠요. …… ‘나중에 좋은 날이 오면 즐겁게 재미있게 살겠지’ 그랬는데 그날이 없네요. 항상 부족하고 힘들고, 살아가는 게 너무 재미없이 살아가요. 매일 특근, 잔업, 야간근무 이렇게 살다보니 언제 봄이 오는지 언제 여름이 가는 몰라요.…… - 본문 48~54쪽, 교대근무 노동자들의 말

유한킴벌리 사장을 역임하고 ‘뉴패러다임’으로 잘 알려졌으며 최근 대선 후보로 나선 문국현 씨는 공약으로 5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며 그 방안으로 장시간 과로 체제를 평생학습체제로 전환, 4조 2교대제와 자발적 파트타임 제도의 도입을 제시했다. 유한킴벌리의 경험을 전사회적으로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바탕하여 그는 ‘과로사 없는 나라’를 선언하며 ‘사람입국-희망한국’을 부르짖고 있다. 과연 교대제를 바꾸는 것만으로 ‘일자리 창출’과 ‘과로사 없는 나라’는 가능할까? 《교대제, 무한이윤을 위한 프로젝트》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뉴패러다임을 도입한 기업들은 교대제 전환을 전후로 하여 인원 정리를 비롯해 조직 개편, 다기능화 등 총체적인 구조조정을 실행한다. 유럽에서 압축 주 근무를 도입하며 휴일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교대제를 개편하면서 다기능화를 추진한 것과 매우 흡사하다. …… 최소한의 인원만을 남겨 최고의 효율을 구사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완비하고, 노동자의 저항을 통제하는 것, 이것이 바로 뉴패러다임의 전제조건이다. 자본은 노동자에게 도전적으로 묻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을 원하나? 교대제 개선을 원하나? 그렇다면 구조조정을 받아들이고 저항하지 마라! 그래서 이윤에 흠집이 가지 않도록, 아니 이윤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되도록 협조하라! - 본문 120~122쪽

더구나 교대제는 자본에게는 무한 이윤을 주지만 노동자의 건강과 삶, 정신까지 황폐하게 만든다. 수많은 교대 근무 노동자들은 수면 장애, 심혈관계 질환, 모성 건강의 파괴, 교대 부적응 증후군, 천식과 당뇨 등 기존 질환의 악화와 암에 시달리다가 결국엔 사망하고 만다. 교대 근무는 단지 노동자의 건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을 공장과 회사의 시계에 맞춰 살다보니 노동자 자신의 삶과, 건강한 사회생활, 가족관계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 장시간 노동으로 휴식과 잠은 턱없이 부족하고, 생활이 불규칙하다보니 위장병을 달고 살아온 삶, 생체리듬이 파괴되어 언제 갑자기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질지 모르는 삶, 쉬는 날조차 밀린 잠을 자느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노동자의 삶이 과연 윤택할 수 있겠는가.

  ‘24시간 노동하는 사회’는 노동자가 보듬고 키워갈 만한 꿈이 아니다. [출처: 기관지 <노동자의 힘> 82호]
《교대제, 무한이윤을 위한 프로젝트》는 단순히 어떠한 교대제가 나은가를 주장하는 책이 아니다. 산업안전과 노동보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난 20여 년간 현장 연구를 계속해 온 전문 의사, 노동보건 활동가들이 ‘교대제’에 대한 연구와 경험을 집약한 실천적인 보고서이자 제안서이다. 연구자들은 자본주의 출현 이후 노동과정의 변화 속에서 교대제의 기원을 찾아내고, 교대제가 인간의 역사에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본의 시간 기획이 가져 온 결과, 즉 무한이윤을 위한 기획임을 밝히고 있다. 생산현장에서 교대제가 노동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교대제에 대한 국내외 규제 사례까지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나아가 《교대제, 무한이윤을 위한 프로젝트》는 ‘덜 가혹한 교대제 만들기’나 ‘교대 노동자 보호하기’ 수준을 넘어서, “1일 8시간 이하로 노동시간 단축하기”, “교대제 개선을 노동유연화 도입이나 구조조정 수용과 맞바꾸지 않기”, “생활임금 보장을 전제로 한 노동시간 단축과 근무형태(예를 들어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하기” 등으로 교대제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주장하고 있다.

《교대제, 무한이윤을 위한 프로젝트》는 이윤을 위해서라면 사람마저도 기계의 부속처럼 여기는 자본의 사회에 붉은 신호등이 들어왔음을 경고하고 있다. 또한 밤낮없이 일하는 노동자를 미화하고, 과로사를 감내하며 일하는 노동자들을 찬양하는 ‘24시간 노동하는 사회’는 노동자가 보듬고 키워갈 만한 사회가 아님을 강조한다. 아울러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을 중시하는 사회로 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심야노동과 교대제는 거스를 수 없는 숙명도 대세도 아니며, 다른 세상, 다른 삶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사라지는 노동자의 꿈을 찾아야 합니다

- <책머리에> 가운데

“교대제 노동은 일하는 이들의 몸과 삶, 꿈을 빼앗고 있습니다. 이 사회는 ‘밤낮없이’ 일하는 노동자를 미화합니다. 노동자들 스스로도 교대 근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곤 합니다. 낮은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나는 야근이 체질이야’라며 스스로 야간노동을 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상점이 생기기를 바라거나 동사무소가 연중무휴 문을 열기를 원하기도 합니다. 낮에 일하고 밤에 푹 쉬면서도 생활에 부족함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꿈, 물건을 사거나 동사무소 일을 편하게 볼 수 있는 낮 시간의 여유를 갖고 싶다는 꿈, 상점이나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밤에는 쉴 권리를 당연하게 누렸으면 좋겠다는 꿈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24시간 노동하는 사회’는 노동자가 보듬고 키워갈 만한 꿈이 아닙니다.”

덧붙이는 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1988년 문송면 군의 수은중독 사망사건으로 시작된 한국의 노동안전보건 투쟁은 1999년 자살한 산재노동자 이상관의 산재인정투쟁을 거치며 ‘산업안전’의 영역에서 벗어나 '노동보건'으로 변화ㆍ발전했다. 특히 2002년 시작된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을 기점으로 노동보건은 전체 노동운동의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지난 2002년 9월 근골격계 직업병 공동연구단을 전신으로 2003년 10월 24일 출범했으며 현장성, 전문성, 계급성을 기치로 노동자, 노동운동가, 의사 등의 전문가가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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