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한국여성민우회 등 7개 여성단체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의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통폐합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연 등은 "여성가족부가 개편된 지 만 3년도 되지 않은 지금,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여성가족부가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여성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양성평등을 전담하는 부서의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연 등의 이러한 요구는 주류여성계가 그동안 김대중 정권에서 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남성 권력자들과 연계해 구축한 정치적 기득권을 방어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이들이 선거 과정에서 매우 흔한 후보자들의 ‘표심 제스츄어’를 가지고 붙들고 늘어지는 것은 여성가족부 존치 논리가 얼마나 궁색한지 잘 말해준다.
인수위가 여성, 보육, 가족 등 여성가족부의 업무를 보건(질병관리)과 복지 정책을 주업무로 하는 보건복지부와 업무와 합치려는 것은 정부조직이 지나치게 중복ㆍ분산돼 있음으로써 발생하는 비효율과 예산의 낭비를 억제하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인수위가 애초 이 통폐합안에 노동부를 포함시키려 한 것은 오류다. 노동부와 이들의 업무는 성격상 판이한 것으로, 특히 기업들이 문제가 많은 비정규직법을 악용해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는 현실을 보더라도 노동부의 역할은 독자성을 유지하는 게 마땅하다.)
- 김근태가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정치적인 선물’로 여성가족부 비대케 해
여성가족부는 여성부 출범 당시 예산 3백억 원 대에서 출발해 최근 1조 원 시대로 접어들고 있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보건복지부 업무를 가져간 것과 관련이 깊다. 특히 김근태는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부서의 소관 업무를 ‘정치적인 선물’의 성격으로 여성가족부에 나눠주어 이 조직이 필요이상으로 비대해지게 해준 중심인물이다.
즉 예전 여성부의 전담인 여성발전기본법과 성매매 특별법 등 관련업무, 예컨대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사업’ 같은 것을 제외한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강가정기본법· 모부자복지법 등 관련사업은 보건복지부에서 모두 이관 받은 것으로 이번 통폐합안은 상당부분 효율성 증대를 위해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별 문제가 없다.
여성가족부의 성매매 특별법 관련 업무는 예산낭비의 가장 전형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집창촌 성매매피해여성 자활예산으로 2006년까지 지난 3년간 무려 580억원 이상 집행하면서 여성가족부가 유일하게 자랑하는 것은 “남성들에게 ‘성매매가 범죄’라는 사실을 알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 실제는 완전히 다르다. 해당 여성들은 전국으로 흩어져 음성부문에서 여전히 유사한 일에 종사하고 있고, 남성들이 이를 (도덕적) 범죄로 여긴다는 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 반면, 연간 성폭력 발생건수(경찰청 조사)가 성특법 당시인 2004년 1만4089건에서 2006년 1만5326건으로 증가한 것이나 특히 아동 성폭력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은 이들의 예산집행이 정책에서 완전 실패했음을 잘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인수위가 제안한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의 통폐합안은 여연 등의 반대가 있다고 해도 그대로 관철시켜야 한다.
다만 한 가지, 새로 통폐합 될 조직에서는 '가족'을 기존의 결혼제도의 틀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독신이나 성소수자(이주노동자, 동성애자, 성노동자 등)까지 포괄하는 선진적 개념으로 확대함으로써 예산이 보다 폭넓은 사회적 복지부문에서 유용하게 쓰여져야 할 것이다.
- 주류여성계의 '국가 부르주아 여성주의'는 폐기대상
여연 등 여성단체들이 지금까지 해오던 '성주류화 전략'이라는 이름의 여성운동 방식은 바로 40년 전 미국의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이 벌이던 투쟁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들의 영향력은 급기야 여성가족부라는 정부조직마저 접수하기에 이르러 그 폐해가 심각한 지경이 됐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민중을 억압하는 '국가 부르주아 여성주의'로 폐기대상인 것이다.
주류여성계는 '베티 프리단'의 충고를 받아 들여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지난해 사망한 미국 여성운동의 대모인 '베티 프리단'은 투쟁적 여성운동을 '남녀 윈-윈' 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그는 여성과 남성, 노인과 청년으로 사회계층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양극화를 초래하며, 이를 극복할 새 비전을 제시 못한다면 여성과 남성 둘 다 희생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 인종, 연령, 계층, 남녀 차별 없는 새로운 지역공동체를 건설하자고 역설한 바 있다.
17대 대선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진보진영은 다시금 몸을 추스려 일상으로 돌아와 사회를 재디자인하는 일에 신속하고 세심하게 개입해야 한다.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를 통합하는 작업은 긴요하므로 단지 이명박 정권의 소관이라는 이유로 모르쇠할 사항이 아니라는 말이다.
진보진영이 이번 통폐합안과 같이 민중들과 관련된 소중한 작은 일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차분하게 비판적 대안을 제시하며 디딤돌을 쌓아 나갈 때 진보의 지평은 그만큼 넓어질 것이다.
2007. 1. 5
한국양성평등연대 (평등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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