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등록금 폭탄에 맞서, 교육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투쟁을 벌여내자!
올해도 어김없이 대다수 대학들은 큰 폭의 등록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부산 부경대가 “등록금을 30% 올리겠다”고 발표한 것을 비롯해 국립대는 대부분 두 자리 수의 인상률을 내놨다. 사립대 또한 경쟁적으로 6~10% 인상안을 제출했다. 대학은 언제나 그렇듯이 ‘물가인상’, ‘국가보조금 감소’, ‘시설투자의 필요성’ 등을 핑계로 등록금 인상의 불가피함을 토로하고 있다.
대학들이 등록금 폭탄을 퍼붓는 동안 대통령 인수위(이하 인수위)는 무엇을 했는가? 인수위는 “대학들의 자율적 등록금 책정을 정부가 규제할 수 없다”며 대학들의 막가파식 등록금 인상을 철저하게 방조했다. 다만 등록금 인상에 대한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과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저소득층 대상 국가장학금제도’, ‘학자금 대출 이자율 4% 제한’ 등의 미봉책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인수위는 ‘교육’을 ‘상품’으로, ‘대학’을 ‘교육이라는 상품을 공급하는 판매자’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 등록금 책정의 문제는 ‘구매자(교육소비자)와 판매자간의 거래’일 뿐이며, 이러한 당사자들의 거래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기 때문에 ‘공정한 시장거래를 방해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추진해왔던 국·공립대 법인화와 각종의 교육 시장화 정책들이, 이명박 시대에 들어 한층 강화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인수위가 등록금 인상을 염려하는 듯한 입장을 표명하고, 이런저런 정책을 내놓지만, “교육은 상품이며, 그 비용은 상품 소비자인 개인의 몫”이라는 전제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결국 ‘교육’이 일정한 지불능력을 갖춘 특정 집단의 것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문제는 등록금(교육비)만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이명박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줄곧 “대학을 시장에 맡겨 경쟁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연구비 공개경쟁체계 구축’, ‘대학 재정지원 축소’, ‘시장자율기구를 통한 대학 평가-인증-퇴출 시스템 도입’ 등을 주장해 왔다.
이명박 당선인의 구상대로 라면 결국 대학들은 기업들이 선호하는 학문, 즉 취업경쟁력을 갖춘 학문만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기초학문의 폐지와 통·폐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대학들의 퇴출로 이어질 것은 자명하다. 이로 인해 대학들은 경쟁적으로 살아남기를 강요받으면서, 그 비용 마련을 위해 기업들의 기금 유치에 나서거나, 수익사업을 하거나, 이것조차 여의치 않은 대학들은 살인적인 등록금을 해당 대학들의 학생들에게 부담시킬 것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교수, 교직원들 또한 무한적 경쟁체계 속에 편입되어 전반적인 고용불안과 노동조건의 하락, 비정규 교수와 교직원들의 증가들이 뚜렷해 질 것이다. 그 결과 ‘자본력과 경쟁력을 가진 몇 개의 대학’과 ‘소수의 지불능력을 갖춘 특정계급을 위한 질높은(?) 교육’만 살아남고, 전반적인 교육은 양적·질적으로 크게 하락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등록금 문제의 해결책은 “낮은 이자율의 학자금 대출”, “등록금 후불제” 따위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교육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태도와 인식을 바꾸는 사회적 투쟁을 함께 전개해야 한다. 교육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인 만큼, 그 비용은 기본적으로 해당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는 ‘무상교육’ 원칙이 통용되어야 한다. 교육의 내용 또한 개별기업과 대학들의 돈벌이와는 상관없이 해당 사회 구성원들의 보편적 가치들이 공유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재구성해야 한다.
대학들의 살인적인 등록금 폭탄에 대항한 대학생들의 저항과 시민·사회단체들의 공동대응이 모색되고 있다. 이러한 의미 있는 저항과 실천들이 단지 ‘교육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혹은 ‘어떻게 비용의 절감을 실제적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라는 실용적 접근의 태도로 제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이 이미 ‘사회적 양극화’와 ‘부익부 빈익빈’의 고착화된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경로로 전락하고 있는 지금, 무엇보다 ‘교육시장화’에 맞서 교육의 사회적 의미를 획득하기 위한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노동자의힘도 이러한 싸움에 힘차게 함께 할 것이다.
2008년 2월 15일
노동자의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