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13일 제주 해양경찰서는 마라도 남서쪽 65㎞ 해상에서 고기를 잡던 전남 여수선적 저인망 어선 제2002 동일호(37t)가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선장 하승주 씨를 포함한 7명의 선원과 어선 전체가 그 어떤 부유물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진 것. 마라도에 과연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국토 최남단 마라도와 이어도 해양 지역은 돌돔, 조피볼락, 붉바리 등 고급 어종이 서식하는 대형 어장으로 소문나 있다. 물반 고기반이라는 독도에 못 미칠지 모르지만, 남한에서 손꼽히는 황금 어장인 셈. 당연히 어선들의 출입이 잦았고, 마라도의 고약한 파도인 삼각파도가 배를 전복시키지 않는 이상 어민들의 호주머니는 두둑이 채워졌다.
완벽하게 종적을 감춘 어선들
그런데 이상한 일이 2004년부터 일어났다. 그해 1월 부산선적 안강망 어선 701 백진호(69t)가 마라도 해상 남서쪽 55㎞ 해상에서 종적을 감춰버린 것. 기름띠나 부유물 등 침몰 단서가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문자 그대로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
어민들의 마음을 흉흉하게 달구던 백진호의 종적은 이어 2005년 1월 마라도 남쪽 190㎞ 해상에서 조업하던 여수선적 근해 통발어선 2003 신화호(79t)가 또다시 종적을 감춰버리자 더욱 불안감을 키웠다. 그리고 12개월이 지난 후 같은 지역에서 동일호가 사라져버렸다.
이 같은 일련의 현상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뚜렷한 게 없었다.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항공기를 보내는 등 수색에 박차를 가했지만 시신은 고사하고 어구 같은 부유물 하나 발견하지 못했던 탓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가?
어선이 사라진 원인은 무엇인가?
전문가들 역시 각가지 해석에 해석을 덧붙였다. 무엇보다 마라도 특유의 파도인 삼각파도를 손꼽았다. 진행방향이 다른 둘 이상의 물결이 겹쳐서 생기는 불규칙한 물결인 삼각파도는 배에 호깅(배의 선수와 선미가 파도에 걸리면서 중간 부분이 내려앉는 것)현상이 일어나 사고 위험이 크다고 한다.
그러나 오래부터 바다생활을 해온 어민들은 삼각파도가 원인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강한 의혹을 갖고 있다. 비상 신호를 남길 틈이 없었다고 할지라도 침몰되었다면 침몰 흔적이라도 있어야한다는 게 어민들의 상식적인 주장이다.
그러던 중 전문가 일부에서 해저에서 발생한 대량의 메탄가스가 배를 침몰시켰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메탄은 저온과 수압에 의해 안정된 상태로 바다 속에 가라 앉아 있지만, 어떤 원인에 의해 다량 발생하게 되면 가스를 내게 되고, 가스와 물의 밀도 차이로 인해 배가 가라앉게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메탄 가스가 어선을 바다 밑으로 끌고 들어갔다면...
메탄가스설은 사라진 동일호, 백진호, 신화호의 행적을 밝혀 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마라도 부근에는 메탄 하이드레이트(고압 저온의 얼음 상태로 있는 메탄)층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
전 세계적으로 황금 어장과 천연 가스, 원유 매장지, 메탄 하이드레이트층은 긴밀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이곳에서는 유황성분이 발생하고, 이 때문에 새우가 모이며, 새우를 잡아먹기 위해 작은 고기가, 작은 고기를 따라 큰 고기가 몰리는 먹이사슬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또한 러시아, 캐나다, 일본 등이 공동 연구하여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하이드레이트는 캐나다 북쪽의 비포트해를 비롯, 베링해, 오호츠크해, 울릉도 및 독도 부근 해저에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곳은 모두 유명한 황금 어장이다.
2002년 해양조사원은 마라도 부근 해역에서 메탄가스를 측정했다고 발표했으며, 이 점에서 메탄가스 -어선 침몰 현상이 마라도 해역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은 상당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
주된 열쇠는 해수 상승과 잦은 지진
문제는 왜 다른 지역도 아닌 마라도 해역에서만 어선이 침몰했냐는 데 있다. 이 점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이 놓치고 있는 두 가지 중요한 현상이 있다.
하나는 2004년과 2005년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집중적인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지난 40년 동안 제주 바다 수온은 매년 0.03도씩 증가해 현재 1.2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해저가 석회조류로 덮이는 갯녹음 현상이 심화되는 등 제주 바다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안정성을 깨고, 가스를 통해 대량으로 뿜어져 나오게 하는 주된 기폭제가 바로 지진 등 지각변동과 해수 온도 상승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또한 발생된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력한 온실 효과를 만들어내며, 현재 진행되는 해수 온도 상승 속도로 가면 향후 50년 안에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지난 40년 동안의 지구 온난화와 2004년, 2005년 제주도 인근 해역을 뒤흔든 잦은 지진이 마라도 해역에서 대량의 메탄가스 발생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같은 시기 조업 중이던 어선 세 척이 밀도 차이로 인해 부력을 잃고 순식간에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버렸다는 게 사건 해결의 주된 열쇠일 수 있다는 것이다.
리차드 맥이버 박사의 주장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마라도에서 있은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외국에서도 종종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지역이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와 푸에르토리코. 이 버뮤다를 잇는 삼각형 모양의 버뮤다 삼각 지대.
수십 척의 배와 비행기가 흔적도 없이 침몰해 논란의 대상으로 남은 이 지역은 해저 탐사 결과 다량의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분포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버뮤다 해역의 하이드레이트층 시추에 참가했던 엑슨 모빌의 리차드 맥이버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지역의 하이드레이트층이 갑자기 붕괴된다면 가스가 포함된 저밀도의 진흙이 분출돼 모든 가스가 점점 작은 기포로 변해 수면으로 올라온다. 이때 분출되는 가스의 속도가 빠르고 지엽적이면 그 효과가 해양 시추시 폭발에 버금가는 위력을 나타낸다. 즉, 이 지역을 지나는 모든 선박은 부력을 잃게 돼 급격히 가라앉는다. 또한 방출되는 가스의 양이 많으면 상당량의 가스는 수면 위로 올라가서 그 위를 지나는 항공기에 엔진 고장을 일으켜 추락 원인이 될 수 있다."
제주도의 잦은 지진은 일본에서 불어 닥친 지진 폭풍
더 큰 문제는 2004년, 2005년에 제주도 해역을 뒤흔든 지진이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인 지진 폭풍이란 점에 있다.
2004년 1월 17일 진도 2.9의 지진이 제주 북서쪽 약 70km 해역에서 시작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30일, 12월 10일, 12월 12일 연달아 지진이 발생했으며, 이 시기는 공교롭게도 백진호, 신화호의 실종과 같은 시기다. 이외에 2004년 제주도 해역은 총 12번이나 지진이 발생했다.
2005년에는 총 5번의 지진이 있었으며, 동일호가 실종되었다. 이후 제주도 해역에는 지진이 감소되어 2006년에는 3번, 2007년에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2008년 들어 2월 29일 진도 2.3의 지진이 제주시 북서쪽 17km 해역에서 발생했다. 2006년 들어 잠잠해지던 지진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는 신호이며, 올해 일본에서 있을 지진의 강도가 높을 수록 제주도에 미칠 지진 폭풍의 여파 또한 잦아지면서 2004-2005년 어선 실종 사건의 재현이 반복될 가능성마저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게 예측된다.
실제 지난 2월 27일 일본 보닌섬 치치시마 남동쪽 34km 해역에서 진도 6.4의 강진이 발생했으며, 제주도는 이틀 뒤인 2월 29일 지진이 발생했다는 걸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정부 기관에서 더 늦기 전에 해야 할 일
중대 사건이란 단일 요소만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적어도 수십 가지의 복합적인 요소가 있으며, 이 요소들이 모아져 응집될 때 마침내 사건이 격발된다. 마라도 해역에서 발생한 어선 실종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 상승, 메탄 하이드레이트 분포, 잦은 지진의 발생 등 중대 사건이 일어나기에 충분한 중요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마라도 해역에서 실종된 어선이 도대체, 왜 사라졌는가는 반드시 알고 이해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재난재해를 단지 ‘알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으로 간과한다면, 마라도 인근 해역 뿐만 아니라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대량으로 분포되어 있는 독도 등 해수가 상승하는 바다에서 조업 중인 어선도 무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관련 정부 기관 및 전문가의 적극적인 관심 및 추가 대책이 꼭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