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결국 99명의 지점장이 옷을 벗게 되었다. 이전의 5명을 합치면 총 104명의 지점장이 해고됐다. 그래, 차라리 만우절의 장난이었으면 좋겠다.
정말 악랄한 자본이다. 노동자가 노조가입 하겠다는데 잘라? 결국, 노조의 주장처럼 숨겨진 구조조정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아닌가? 아! 숨이 막힌다. 이것이 그냥 진실의 전부라면 차라리 좋겠다.
그러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란 영화가 있다. 마지막에 형에 의해 총살형에 처해지는 동생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같이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싸웠건만 노선의 차이가 결국 형제애마저도 저버리게 되는 현실…..운명의 바람이 지나간 자리…….지랄 같은 현실이다.
초국적 금융자본치곤 알리안츠는 좀 특이하다. 1999년 구 제일생명을 인수하면서 현재까지 한화 1조원이 훨씬 넘는 자본을 투자하고도 아직까지도 안정적인 이윤창출구조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부정한 방식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겨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론스타와는 판이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 속 깊은 이유가 상당히 궁금하지만 일단 여기선논외로 하자. 어쨌든 중요한 것은 현재의 알리안츠생명이 임금총량을 줄이는 비용절감의 방식이 아니고서는 안정적인 이윤창출이 어려운 절박한 국면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다. 노동투쟁의 격발은 불가피 했다.
문제는…… 이 절박한 국면을 자본이 어떻게 견뎌 왔냐는 것이다.
알리안츠는 한국에서 보여준 아주 실망스러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1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유럽자본이다. 통상적인 미국자본이 보여주는 경박함은 없다는 것이다. 보자. 한국에서의 자본축척은 계속되는 경영실패로 위기에 봉착한다. 이에 제2기 사장 재직 시 위기돌파의 방안으로 대규모의 직접적인 구조조정(명예퇴직) 실시한다. 이어 제3기 사장이 부임하면서 임금총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성과급제 도입을 결정한다. 그리고, 3년여의 시간 동안 노조와 합의를 통해 성과급제를 도입하기 위해 시간을 보낸다. 사측 입장에선 금쪽같이 아까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본축적의 위기국면에서 노사간의 기묘한 동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한 쪽에서는 불륜이라는 생각조차 갖지 못한 채 벌이는 로맨스였을지도 모른다.
이윤율 저하를 막기 위해 노동측의 임금총량을 줄이는 것은 불가피한데 노동측의 저항이 생각보다 완강하다. 노조를 중심으로 견고한 진지가 구축되어 결사항전의 자세로 미래의 임금삭감에 저항하는 것이다. 꽉 막혀 버렸다.
근데. 정녕 그런가. 아.니.다. 숨.통.은. 있.다.
마술의 요체는 설계사 임금이다. 보험산업의 실질적인 노가다층을 형성하는 설계사들. 일견 화려해 보이지만 노동조건에서 철저히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지하층 사람들, 그래, 우선 이들부터 철저히 성과급제하자. 이들이야 노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노조가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도 아닌데 이들의 수당제도 변경쯤이야 누가 뭐라 하겠냐. 그래, 우선 이들의 임금총량부터 줄이자.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고정성 수당을 점차 축소했으며, 결정적으로 선수당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이 작업은 거의 완결된다. 설계사들은 그야말로 철저한 성과급제의 칼바람 앞에 벌거벗은 채로 서있게 된다. 임금구조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대신 소수의 상위 설계사(스타 설계사)의 임금은 상승했다. ‘스타’ 몇 명 만들고 띄워주니 누가 뭐 특별히 시비 ! 걸지도 않고 목적을 쉽게 달성했다. 얼싸! 자본의 유토피아가 조금 더 가까워 지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설계사 조직은 이 사태가 의미하는 바를 감성적으로는 인지하더라도 이성적으로 인식하기는 힘들다. 이들은 조직화 되어 있지도 못하고, 더더욱 지점장들에 의해 철저히 관리된다.
지점장? 그래, 바로 지금 해고된 지점장들!(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사실이다.)
우리의 노조는 이 때 무엇을 했나! 우리의 지점장들은 이 때 무엇을 했나!
설계사 조직에게 설명했나? 선동했나?
너희들은 지금 성과급제의 늪에 빠졌다고. 결국 성과급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들은 구조조정 당할 거라고. 저항하라고 외쳤는가? 아니, 그대들 모두는 철저히 침묵했고, 일부는 오히려 성과급제를 찬양했다!
그리고, 2008년 1월!
알리안츠자본은 더 이상 설계사의 임금삭감만으로는 견디기 힘든 시점에 다다랐음을 알게 되었다. 노동의 임금총량을 줄이는 일을 더 이상 미루기 힘들만큼 경영상의 압박은 심해진 것이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이윤확보를 위해서 말이다.
사측은 일방적으로 성과급제를 시행하고, 역사적인 알리안츠생명의 파업이 시작된다. 노조의 깃발아래 조합원들의 대규모 파업참여가 이루어지고, 비조합원이었던 지점장들 까지도 조합원 가입신청서를 가슴에 품고 파업대오에 합류한다. 장엄한 서사드라마가 시작된다. 결연한 노동탄압 분쇄를 외치며.
아! 다시 가슴이 막힌다. 더 이상 써야 하나……..
이제 와서 설계사 협의체를 만든다고.
아! 알리안츠 노조의 뻔뻔한 조합주의여!
‘진정한 연대’의 가치가 사라진 파업이 주는 교훈은 도대체 무엇인가?
정말로 많은 알리안츠 노동자들의 정당한 분노가 왜곡되고 있다.
지점장들의 정당한 분노조차도….
누가 이 파업을 지도하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