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혁신-재창당안에 대한 코멘트

정규직/노조의 편향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채진원(2008.6.8)

1. 민주노동당의 혁신-재창당?
민주노동당이 오는 6월 13일 중앙위원회에서 오랫동안 준비해온 ‘민주노동당 혁신-재창당안’을 안건으로 다룬다. 안건은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다. 민주노동당의 혁신-재창당위원회는 지난 17대 대선 실패와 탈당-분당사태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거듭 나려는 의지의 표현이자 상징으로 해석된다.

민주노동당이 과연 혁신과 재창당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 아니면 무늬로만 끝날 것인지 궁금하다. 이같은 혁신-재창당안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코멘트할 수 있는 여러 의견들이 있겠지만, 민주노동당을 탈당한 무당파적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민주노동당 혁신-재창당안을 보면서 드는 고민꺼리를 적어본다.

혁신-재창당안을 읽어보면, 주요한 방향으로, “활동 방식을 혁신하여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당이 된다.”, “‘종북주의’ 불식과 패권주의 극복하겠다”, “여성, 환경, 생태, 소수자 등의 21세기적 가치를 확장시키겠다,”, “내부혁신과 외연확대를 통해 재창당을 추진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특징적인 것은, “노동자, 농민 등 기층 민중성을 강화하고, 잠재적인 당원과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해 공직, 당직 선거에 다양한 방식의 ‘개방형경선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혁신-재창당안의 진전된 문제의식과 방안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불분명하거나 빠진 부분이 있어 의문이 든다. 아마도 상황이 이렇게 된 배경에는 민주노총이라는 이해당사자 그리고 당내의 주요 정파인 NL정파의 이해를 설득하는 데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명’ 개정이 장기적인 과제로 넘어간 것이 대표적인 예이고, 민주노동당 대의기구에서 비정규직-비노조원이 아닌 정규직과 노조원의 편향성이 강한 ‘노동부문 할당제도’를 근본적으로 폐지내지 축소하지 않은 것은 개혁의 한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2. 민주노동당 지지층 확대의 한계
혁신-재창당안은 민주노동당의 한계에 대해 인색한 것 같다. 한 가지 분명히 인정하고 인지할 것이 있다. ‘민주노동당의 한계’가 무엇인가? 민주노동당의 한계에 대해서는 그동안 나온 많은 여론조사 응답자들이 그리고 주요 선거의 유권자들이 낮은 지지율을 통해 답을 내놓았다. 민주노동당의 한계를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7대 총선이후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다가 이탈한 유권자층의 많은 경우, 상당수가 ‘비정규직 노동자’이며, ‘비노조원 노동자’로 분석되었다. 유권자들이 민주노동당을 이탈한 이유는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과 사회적 약자 등 포괄적인 서민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이 아니라 민주노총을 기반으로 하는 특정한 대기업․정규직․노조원만을 주로 대변하는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이같은 한계에 봉착한 이유는, 근인(近因)적인 차원에서 ‘당 운영방식과 리더십의 문제’로 보이지만, 그 핵심에는 ‘사회구조적인 변화’라는 원인(遠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순한 운영과 리더십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라 ‘정당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즉, 민주노동당의 노동자지지층이 ‘정규직-비정규직간의 균열 축’, 그리고 ‘조합원-비조합원간의 균열축’으로 분화되고, 이들간에 이익이 파편화된 사회구조적인 조건하에서 당의 운영방식이 이념성과 정파성 그리고 진성당원제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말해서, 민주노동당의 당 운영방식이 노동자가 단일한 계급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노동조합원과 비조합원으로 파편화되는 시대상황과 이에 따른 유권자들의 변화된 인식과 부합하지 못해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유권자들은 ‘민주노동당의 발전을 위한 제언’이나 ‘민주노동당의 문제점’으로 ‘노-노갈등 해소’, ‘노동계만 대변하는 편향성(편협성) 극복’ 또는 ‘정규직 노동조합만 대변’, ‘정책의 추상성(관념성)’, ‘지지기반의 확대’ 등을 지적하였다.

노동계가 분화되는 조건하에서 ‘민주노동당이 노동계를 대변하는 노동자계급의 당’이라는 이미지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따라 양분화 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대기업 노동자․정규직 노동자․민주노총 조합원 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는 반면, 영세기업노동자․비정규직 노동자․민주노총 비조합원들은 이것에 대해 ‘노동계의 편협성’이란 말로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3. 대중정당모델의 한계와 그것의 나쁜 이데올로기
대중정당모델은 소수 엘리트의 전유물이었던 정치를 일반대중에게 확대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분화, 조합원과 비조합원간의 분화 등 유권자의 이익이 파편화되는 시대적 상황은, 비교적 단일한 계급적 동질성에 뿌리를 내려 분명한 이념적․정파적 노선을 추구하려고 했던 ‘대중정당모델’을 불리하게 만들고 있다. 반대로 특정한 계급과 계층의 집단적 충성심에 의존하기보다는 '포괄정당'(Catch all-party)의 경우처럼, 포괄적인 이해관계자의 평균적인 입장에 맞춰 ‘실용적인 정책정당’을 추구하는 ‘원내정당모델’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원내정당모델의 시대적 적실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지적된 민주노동당의 한계는 민주노동당의 탄생이 대기업․정규직․조합원이 모인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탄생할 수도 있었지만, 역으로 대기업․정규직․조합원 이외의 비정규직과 사회적 약자 등을 포함하는 서민들의 포괄적인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못하는 ‘딜레마적 한계’이자 ‘태생적 한계’와 연관되어 있다.

왜냐하면, 민주노동당이 그 탄생에서부터 대중정당모델을 지향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즉, 민주노총의 이해관계는 민주노동당의 이념에서부터 민주노동당의 대의체계(중앙위원회, 대의원대회, 최고위원회)에 ‘부문할당’이란 방식으로 항상적으로 관철되고 있다.

대중정당모델의 나쁜 이데올로기가 있다. 첫째, 분화된 노동계급의 차이를 드러내지 않는 다. 대중정당모델은 결과적으로 비정규직과 비노조원들의 이해를 무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규직 조합원 노동자의 이해와 기득권만을 대변할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나쁜 이데올로기의 둘째는 진성당원제도이다. 대중정당모델은, ‘진성당원제도’가 가지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여론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경직성과 폐쇄성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숨긴다. 왜냐하면, 민주노동당에서 ‘진성당원제’는 명분적으로는 ‘당원이 중심이 되는 정당’을 지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민주노동당내 이념적․정파적인 편향성이 강한 소수의 정파활동가들에 의해 당과 당원들이 포획되어 있기 때문에, 정당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유권자들의 평균적인 선호를 대변할 수 없는 왜곡된 후보선출이나 정책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7대 대선후보결정일 것이다.


4. 방향: 민주노동당의 원내정당화(포괄정당화)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한국에서 유의미한 제도권 정당으로 정립되기 위해서는, 이탈했던 지지층을 불러들이고, 다양한 수준의 비정규직과 사회적 약자 등 포괄적인 서민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대중정당모델에서 벗어나 원내정당모델(포괄정당화)로의 개혁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그 방향의 핵심은 원내의원들의 개인적 자율성을 기초로 하는 의정활동의 영역을 활성화되어야 하며 당원이 아닌 일반 지지자와 유권자들도 당의 공직 후보자선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즉, 민주노동당의 원내정당화는 종전과 다르게 ‘(정파/정규직/노조원) 조직으로서의 정당’(Party as organization)을 약화 또는 이를 대신해서, 정당의 다른 측면인 ‘정부 내 정당’(Party in government의원)/과 ‘유권자 마음속의 정당’(Party in the electorate/다양한 수준의 유권자가/비정규직)이 상대적으로 살아나고 강화되면서 이 둘의 길항적 관계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한 기본적인 개혁방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의원들과 의원총회의 정책능력, 소통능력, 정책결정권한을 강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이것을 지원하기 위한 원외 당 정책위원회의 기능을 단계적으로 원내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개방형국민경선제’(open primary)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의 핵심은 정파 또는 이념의 영향력에 있는 당원보다 당파성이 적은 일반유권자의 투표참여비율이 절대적으로 크면, 클수록 그 순기능을 발휘하는 제도라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개방형 국민경선제’의 성격과 정반대인 이른바, 이념적․정파적인 편향성이 매우 강한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단체가 주요하게 참여하는 ‘민중경선제방식’은 철저하게 지양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민중참여경선제는 한편으로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등 ‘운동권’ 조직을 묶는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일반 유권자들과 당을 단절시키는 방식이고, 다른 한편으로 조합원 교육의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조합원 대중을 단순 동원대상으로 삼는 방식으로, 시대착오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셋째, 민주노동당이 포괄적인 서민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서 정규직노동자와 노조조합원의 편향성에서 벗어나, 다시말해서 이들의 기득권을 축소하고, 비정규-비노조원, 농민, 상공인, 여성, 장애인 등 다양한 사회 각 부문이 골고루 균형있게 반영되도록 당내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당의 대의기관인 대의원과 중앙위원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정규직과 노조에 편향적인 ‘부문할당제도’를 폐지하고, 각 부문의 이해도 동일하게 반영되도록 부문비율을 동일하게 조정해야 할 것이다.

넷째, 당내 정파들의 ‘이념적․정파적 편향성’을 약화시키는 대신 ‘정책과 소통능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정파등록제’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서 이념적인 편향성이 강한 정파들은 원내정당모델에 부응하는 원내정파모델로 전환할 것이다.

다섯째, 당의 이념과 당명 및 이미지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념도 민주-반민주, 자본주의-사회주의, 진보-보수 등의 이분법적 이념구도에서 벗어나 이념의 다원화와 다차원성(세계주의-민족주의, 생태주의-개발주의, 여성주의-남성주의, 공화주의-자유주의/포퓰리즘)을 추구하고, 아울러 당명과 이미지도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편향성에서 벗어나 비정규직과 사회적 약자 등 포괄적인 서민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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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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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소리하는 너는 누구냐?
    기회주의 개량주의를 열심히 주장하는 주둥이를 드만 다물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