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김촛불이 폭력시위대가 되기까지

김촛불이라고 한다. 오늘 법무부 장관의 대국민 담화라는 것을 보고 너무 열받아 오랫만에 글을 써본다.

폭력시위로 변질했다고? 그렇다면 당신들, 그간 우리가 지키기 위해 애써왔던 비폭력시위에는 얼만큼 귀를 기울였는가?

우리가 거리로 뛰쳐나가기 시작한 것은 5월 24일. 촛불집회가 시작되고 23일 만이었다. 처음 촛불집회에 나가게 된 것은, 쇠고기 협상 내용을 듣고 이대로 두어서는 큰일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무런 힘도 조직도 없는 일개 개인인 나는, 퇴근하고 몇시간이라도 머릿수를 보태 애타는 마음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광장에 앉아 촛불을 흔들며 노래를 불러도, 우리는 존재감이 없었다. 그때 높으신 나으리들은 우리를 지나가는 가십거리 정도로 취급했다. 그래서 마침내 우리는 거리로 나선 것이다.

그때부터였다. 우리는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 특히 잊을 수 없는 그 6월 1일 새벽. 나는 오한이 오를 정도로 찬물을 뒤집어 쓰고, 온몸이 욱신거릴정도로 짓밟혔다.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재협상, 그 한마디 뿐인 우리 주장 어디가 그렇게 대역죄인가? 국민이 뽑은 인물들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는 커녕, 버러지만도 못한 존재로 취급했다. 지들 가야 할 길에 걸치적 걸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가 낸 세금으로 사들인 살수차와 곤봉, 방패, 소화기로 나를 밟고 지나갔다. 지들 좋아하는 비폭력 평화 군중을. 그날밤 우리가 저지른 잘못은 청와대 지척에서 모여 있었다는 것 뿐이었다. 분통이 터진다. 그때 전경차를 두드리던 사람, 넘어가려는 사람들을 뜯어말려서는 안되었는데.

그날부터 나는 전경차를 부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또 한달. 지금 사람들은 열을 받을대로 받을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단 한가지. 우리가 대통령이라고 뽑아놓은 그 인물이 자는 집 앞으로 몰려가 지금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매일 거리에 발이 묶여 있다. 두들겨 맞고 있다. 서울 중심가에 차벽에, 컨테이너에, 그리고 곤봉과 방패, 소화기에 이젠 다시 살수차와 최루탄도 등장한단다. 이건 완전히 국민을 상대로 한 전쟁이다. 무기는 지들이 다 가지고 있으면서 우리를 매도한다. 그래, 이 땅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인 폭력수단은 니들이 독점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전경차라도 두들기지 않으면 원이 풀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싸우는 사람들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할수만 있다면 나부터가 그 차벽을 넘어 청와대로 가고 싶어 미치겠다. 내용도 없는 대국민 사과하면 우리가 얌전히 집으로 돌아갈 줄 알았던가? 현실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데, 우리가 립서비스 몇마디에 굽신거릴 무뇌아들인가? 평범하기 짝이 없던 나는 시간이 갈수록 투사가 되어가고 있다.

지금의 사태가 어떻게 끝이 날까 잠시 생각도 해봤다. 국회는 애초에 믿지 않았다. 사실 나는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도 하지 않았다. 진보나 보수 양쪽 모두에서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이라고 혀를 끌끌 찰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결코 나는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다. 매일 같이 뉴스 사이트를 섭렵하며 나름의 정치적 입장을 다져왔다. 다만 투표를 통해서 선출하는 작자들이 나의 대표랍시고 어떤 짓거리를 벌이는 걸 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어떤 인물을 뽑아놓아도 무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특히 미국하고 관계가 그렇다. 내가 태어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나라는, 박세리와 월드컵때 내 긍지를 한껏 높였다가 미국만 떴다하면 그걸 시궁창에 꼴아박는다. 효선이 미순이 때 그랬고 FTA 체결 때 그랬고,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농업을 죽여 자동차를 살리자고 했을때, 농업과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나로서는 똑똑한 사람들이 알아서 계산했겠거니 생각했다. 그게 내 지갑과 내 식탁의 문제가 되기 전까지는. 나는 이처럼 이기적인 인간인지 모르겠지만, 그 이기심이 마침내 오늘 나를 "폭력 시위대"의 일원이 되게끔 하였다. 무능한 국회의원들을 통하지 않고 거리에서 직접 외쳤다고 나는 폭력 시위대요 범법자가 되었다.

요즘은 좀 지친다. 체력도 바닥났고 개인적으로 바쁜 일들도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거리에 안나가기도 했었다.
나가봐야 매일 세종로에 묶여 무슨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고 저들이 우리 목소리를 들을 거라는 기대도 완전히 버렸다.

요새는 거리에 깃발이 좀 보이던데, 그간 소위 운동권들이 우리를 관망하고 있었던 것, 잘 알고 있다.
다른 촛불들처럼 나도 운동권에는 좀 거리감이 있다. 소위 386이라는 정치인들에게서 느끼는 염증이 일차적이고, 솔직히 약간의 심리적 거부감도 있다. 주사파나 민주노총에 대한 이미지가 세뇌된 것이라 할지라도 당신들에게서 나의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관심하기 때문에, 말해지는대로 당신들을 생각해 왔다.
그러나 지금의 거리를 지키는 것이 당신들이라면, 어떤 촛불들은 싫어하겠지만, 나는 반갑다. 같이 전경차를 넘고 싶다. 당신들에게 그런 결의가 있기를 기대한다.

명박아.
지금 전경차를 부수는 사람들이 비폭력을 외치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그건 완전히 네 착각이다.

니들이 전경들과 KBS와 YTN을 동원하고 다음을 평정해서 우리를 폭력적으로 진압하여,
마침내 거리의 촛불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면
............. 좋을 것 같지?

그렇지 않을걸.
앞으로 어느날 내가 거리에 나가기를 멈춘다면 그것은 너에게 동의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직장에서, 학교에서 분노의 칼을 갈고 있을 것이다.
두고 보라. 거리는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정치적 공간이 되었다.
기회만 되면 또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쇠고기 재협상만 외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권의 뿌리까지 뽑아 버리지 않고서는 속이 시원하지 않다.

그러니 내키는대로 말해봐라. 근본 없는 야만적인 새끼들.
이게 무슨 자유민주주의 국가냐?
태그

폭력시위 , 촛불집회 , 촛불시위 , 비폭력 , 정부담화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촛불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