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전 전방부대에서 겪은 이야기

정신무장된 사병들과 장교들

48년전 전방부대에서 겪은 이야기
<부제: 정신무장된 사병들과 장교들>

내가 1960년5월 부산에 있던 공병기지창에서 전방부대로 전출명령이 나서 겪은 일들이 어제같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1960년 여름 비상경계명령이 발동되어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데 캄캄한 밤중에 보초가 “누구야 거기 서 암호” 라고 크게 소리쳤지만 암호를 말하지 못한 병사가 보초의 총탄에 희생되기도 했으며, 북한군 중좌1명이 휴전선을 넘어 우리 사단지역에 침투해서 우리사단과 이웃에 있는 사단들도 비상경계령이 발동되어 수색작업을 철저하게 해서 체포한 일도 있었다.

나는 대대본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파견나가서 정보과장의 지시대로 부대 주변과 내부 등을 살피고 있는데, 밤중에 별안간 본부로 빨리 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할 수 없이 캄캄한 밤 별들만 반짝일 뿐인데 카빈총에 실탄이 가득한 탄창을 끼우고 안전장치를 푼후 총구를 앞세우고 수풀을 헤치며 앞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괴한이 침범하면 먼저 발사할 자세로 가는데 더워서 그런지 긴장해서 그런지 땀이 비오듯 했다.

본부의 정문으로 거의 갔을 때 “누구야 거기 서 암호” 라고 큰소리가 들려와서 “정보과 김만식병장이다”라고 응답했더니 “암호를 대라 그렇지 않으면 쏜다” 고 더 큰소리가 들려왔다.

그때서야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암호를 큰소리로 외쳤더니 “통과” 라는 말이 들려와서 정문을 통과하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많은 병사들이 돌아가며 보초를 설뿐만 아니라 내가 전방부대로 발령난지 얼마안되어 모든 병사들이 나를 알 수도 없고 안다고 하더라도 암호를 반드시 말하는 것이 원칙이며, 더구나 암호는 매일 변경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병사들은 명령에 따라 경계를 철저히 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졸병들을 훈련하고 교육하는 장교들이 먼저 정신자세가 바로 잡혀야 강한 군대가 된다.

1960년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쌓여 천막사무실에 걸려있는 온도계는 영하30도였으며, 중앙방송국(지금의 KBS)의 방송에서는 우리가 있는 지역이 영하28도라고 했을 정도로 몹시 추워 잉크스탠드에 잉크를 부어놓고 펜대로 글씨를 쓸려고 해도 얼어서 쓰지 못했다.

마침 그때 나는 CPX심판단본부 정보처에 파견명령이 나서 가보니 정보처 천막막사에는 처장 중령과 보좌관 대위, 나를 비롯한 사병5명 등 7명이 다음날부터 3박4일간 전쟁대비훈련을 하기 위하여 준비를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다음날 아침 정보처장이 모두 모이라고 하더니 “김만식병장을 제외하고 대위와 사병4명은 모두 원대복귀하라” 고 명령을 했다.

그 지시가 떨어지는 순간 “나 혼자 어떻게 하라고 저렇게 하나” 라는 걱정이 밀려왔다.

그들이 모두 가버린 후 정보처장은 “저런 것들은 게으르고 비밀이나 누설시켜 필요없어, 김병장 나와 함께 고생하자” 고 하더니 한반도 지도앞에 앉아서 훈련에 들어갔다.
나를 처음 만난 그 장교는 무엇을 보고 나를 믿었을까
지금도 알 수가 없다.

깊은 산속 여기저기 천막들 사이로 함박눈이 계속 내리고 난로속에서는 조개탄이 시뻘겋게 타오르고 있었다.

처장이 한반도지도를 보며 계속 지시하면 나는 정보문서를 만들어 발송대장에 올린 후 즉시 발송했는데, 하루에 120건 내지 130건이나 되었으니 쉴틈이란 있을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처장과 나는 3일 밤낮을 쉬지도 못하고 눕지도 못하고 긴장상태로 듣고 쓰고 했다. 진짜 전쟁같이 하려고 했다.

그렇게 3박4일 훈련이 끝나고 헤어지는데 정보처장은 “김병장, 수고 많이 했다” 며 악수하고 헤어졌다.
훈련하는 동안 사적인 대화는 한마디도 없었으며 말할 시간도 없었다.
진짜 대한민국의 장교를 보는 순간이었다.

군대나 국민들이 모두 살기 어렵던 그 시절이지만 그렇게 최선을 다하는 병사들과 장교들이 있었던 덕분에 대한민국의 국방이 안전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모두 어렵던 그 시절 그 병사들과 그 장교들이 그리워진다.

2008년 7월 15일 김 만 식
(사)평화통일시민연대 지도위원
(사)동아시아역사시민네트워크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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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글은 정말 보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