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당직공직금지 폐지이후 변화와 의미

정파들의 좌악소아병대신에 소통+정책능력 갖춘 의원들이 중심

민주노동당이 창당 때부터 그리고 특히 2004년 원내진출을 앞두고 의원들의 의회주의적 성향 및 원내정당화를 견제하고 대중정당모델을 굳건히 지키고자 도입한 당직공직겸직 금지제도가 2007년 2월 25일 전당대회에서 폐지된 이후 약 1년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당직공직겸직제도의 폐지 이후 어떠한 결정적인 변화가 있었을까? 첫째는 지난 7월 25일 민노당 원내대표인 강기갑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된 점이고, 둘째는 9월 23일 원내부대표인 이정희 의원이 당 정책위의장으로 선임된 사실이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핵심적인 것은 민주노동당의 원내정당화와 관련이 있겠다. 이 원내정당화의 핵심에는 대중정당모델의 핵심적인 권력기반이었던 당내정파들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당내권력구조가 ‘원외 정파구조’에서 ‘원내 의원단’으로 재편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즉, 지난 10년간의 민노당의 경험은 2002년 대선때 만 하더라도 대중정당모델의 핵심골격으로 당원직선제를 신성시함으로써 있는 결코 수용할 수 없었던 즉, 원내정당모델과 친숙한 ‘개방형국민경선제도’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결정적인 변화사례처럼, 당의 권력기반이 ‘당내 이념정파’에서 대중적 소통능력과 정책능력을 어느 정도 검증받은 ‘원내의원들’로 옮겨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원내정당화의 촉진은 일시적인 변화일까? 아니면 구조적인 대세일까? 후자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민노당은 이른바, 그동안 정규직과 대기업 및 노동조합원을 주로 대변하는 이른바 ‘민주노총당’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로 인한 대다수 비정규직과 비조합원 및 일반서민들의 지지층이탈과 지지율하락 위기를, 대중성과 명망성을 겸비한 원내 의원들의 영향력 확대와 이것을 통한 지지기반 확대로 극복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지지층 이탈의 위기는 곧 단순한 리더십과 운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변화에 순응하지 못한 ‘정당모델’과 관련이 되어있다. 즉, 민주노동당의 노동자지지층이 ‘정규직-비정규직간의 균열 축’, 그리고 ‘조합원-비조합원간의 균열축’으로 분화되고, 이들간에 이익이 파편화된 사회구조적인 조건하에서 당의 운영방식이 ‘이념성’과 ‘계급성 및 그리고 ’정파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즉, 일종의 ‘편향성을 동원’하여, 이것에 대한 반발이 지지층 이탈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먼저 ‘특정이념에 대한 편향성의 동원’은 민주화와 탈냉전 이후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는 유권자들의 다양한 가치정향 및 생활세계에 대한 관심과 배치될 수 있다. 둘째로 ‘특정계급에 대한 편향성의 동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분화, 조합원과 비조합원간의 분화 등 유권자의 이익이 파편화되는 시대적 상황을 드러내지 못함으로써, 민주노총의 기반이 되고 있는 대기업과 정규직 및 조합원 중심의 이익만을 과잉 대표하고 상대적으로 조직적인 힘이 약한 비정규직과 비노조원을 배척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할 수 있어 유권자로부터 비난받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 ‘특정 정파에 대한 편향성의 동원’은 같은 정당 소속의 당원이라고 하더라도 이념적․정파적 성향의 차이를 드러내지 못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이념적․정파적 성향이 강한 소수 정파활동가들의 이익만이 과잉 대표됨으로써 비민주적인 운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것은 민노당이 채택하고 있는 이른바, ‘진성당원제’의 문제점으로 등장할 수 있다. ‘진성당원제’는 명분적으로는 ‘당원이 중심이 되는 정당’을 지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당내 이념적․정파적인 편향성이 강한 소수의 정파활동가들에 의해 당과 당원들이 포획되어 있기 때문에, 정당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유권자들의 평균적인 선호를 대변할 수 없는 왜곡된 후보선출이나 정책결정을 함으로써 유권자로부터 비난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말해서, 민노당의 당 운영방식이 노동자가 단일한 계급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노동조합원과 비조합원으로 파편화되는 시대상황과 이에 따른 유권자들의 변화된 인식과 부합하지 못해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은 현재 생존의 중대한 결절점에 와 있다고 생각된다. 대중정당모델의 다른 표현인 ‘이념정당’과 ‘계급정당’을 계속해서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원내정당화를 더욱 촉진할 것인가? 즉, 그동안 민노당을 위협해온 ‘편향성의 동원전략’으로부터 벗어날 것인가? 아니면 고수할 것인가? 필자는 후자가 전자보다 생존할 가능성이 크고 그럴 때, 소수 정파활동가들의 정당이 아니라 보다 많은 유권자를 포괄하는 ‘현대적인 대중정당’이 된다고 본다.

즉, 만약 이같은 ‘편향성의 동원’들을 줄이기 위해, 당내 정파들의 좌익소아병(이념을 강조하는 사회주의, 사민주의)대신에 일상인들의 생활속에서 소통능력과 정책능력으로 무장한 원내의원들 중심의 원내정당모델로 전향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계속된 유권자들의 지지이탈에 대한 압력속에서 정치적 존립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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