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인 영국판 성특법 추진, 빅토리아 시대로 회귀하려나

기독교 근본주의자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매춘금지 조처 주도



[한국인권뉴스 2008. 11. 21]

[칼럼] 시대착오적인 영국판 성특법 추진, 빅토리아 시대로 회귀하려나

최덕효(대표 겸 기자)

기독교 근본주의자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매춘금지 조처 주도

영국정부가 prostitution(매춘, 성매매)을 엄격하게 단속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과 함께 실효성 논란 등 영국사회에서 성노동자들을 비롯 매춘 금지주의에 반대하는 시민들과의 사이에 큰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근착 외신(BBS)에 의하면, 영국정부는 매춘업주 밑에서 일하는 여성과 관계를 맺은 성 매수자에 대해 형사처벌과 1천파운드(약 217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명단을 공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매춘 금지주의 법안을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는데,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매춘여성을 돕는 대신 곤경에 빠뜨리는 일”이라면서 “영국의 시계를 빅토리아 시대로 돌리려 하느냐”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 영국판 성매매 특별법안이 집권당인 노동당이 과반수 의석인 63석을 보유하고 있는 까닭에 다음달 의회 승인을 받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부시행정부의 매춘 금지주의에 동조하는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에 이어 유럽에서 또 하나의 우군을 얻게 됨으로써, 미국을 축으로 한 매춘 금지주의와 다수 국가들의 비범죄주의(혹은 합법주의)로 나뉜 국제사회 매춘정책의 지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 매춘 금지 조처의 실무책임자는 영국의 첫 여성 내무장관인 스미스 장관이다. 스미스는 영국에 약 8만명의 여성이 매춘에 종사하고 있다면서 이들 대부분이 "자기 의지에 반해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잉글랜드매춘여성연합의 니키 애덤스의 발언은 스미스의 주장을 일소에 붙인다. 애덤스는 대부분 매춘여성들은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아니며 더욱이 “정부의 계획은 안전한 고객들을 쫓아버리는 결과를 빚어 매춘 여성들을 더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ECP, IUSW 등 영국 성노동자단체 조직적 저항 거셀 듯

특히 영국에서의 성노동자들의 활동력은 이념적인 토대를 지니고 있는 '영국매춘단체' (English Collective of Prostitutes, ECP)와 성노동자 노조인 국제성노동자연대(International Union of Sex Workers, IUSW)에서 활발한데 이들의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이들은 매춘의 원인인 '빈곤'에 주목해 지난 1975년부터 전현직 매춘여성에 의해 조직한 대표적인 사회주의적 여성주의 모임으로 그중 IUSW는 2002년부터 영국의 민주노총격인 영국일반노조(GMB)의 가입 승인으로 성노동자 운동을 펼치고 있어 이번 매춘 금지법안은 이들의 조직적인 저항에 직면할 전망이다.

한편, 매춘 금지 조처를 맨 위에서 주도하고 있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장로교 목사의 아들로 성장했다는 점은 그가 이미 술과 담배에 ‘죄악세’(sin tax)를 부여하고 마약을 금지하는 강력한 법률을 만드는 방안을 적극 지지해 온 사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외신은 그가 총리가 되기 전부터 “내 아버지는 성직자였다. 부모님이 주신 영감은 내 도덕적 나침반”이라고 말해 왔다고 밝혔는데, 이는 '매춘'에 대한 그의 기독교 근본주의적 혐오감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기존의 '성범죄법'도 금지주의 관점, 성노동자들에 위험 가중시켜

영국은 그간 독일, 네델란드, 뉴질랜드, 호주 등 매춘 합법주의의 길을 걷고 있는 나라들과 달리 매춘과 관련된 호객행위, 광고, 매춘장소 제공, 매춘 알선 등의 행위를 처벌하는 등 사실상 금지주의 기조를 고수함으로써, 이와 무관치 않은 일련의 대형 사건들이 발생한 바 있다.

예컨데 평소 심심찮게 발생하는 매춘여성에 대한 폭력사고나 살인사건이 그렇고 특히 13명이 살해된 이른바 "요오크셔 리퍼 사건"과 5명이 살해된 "입스위치 사건" 등 사이코패시(psychopathy)들의 연쇄살인사건에서 주로 매춘여성들이 살해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성범죄법’이 성노동자들에게 사실상 ‘금지주의’와 같은 효과를 강제함으로써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음성적 매춘 공간에서 일하게끔 유도해 위험을 가중시켰다고 비판 받은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을 먼저 인식한 리버풀 시의회가 지난 2005년 1월 주민들에게 ‘매춘 특별관리구역’의 설치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83%의 찬성을 얻음으로써 소위 '관용구역'이 정책으로 결정되기도 했다. 또한 영국 정부도 ‘성범죄법’ 전면개정 착수로 음성적 매춘으로 인한 성노동자들의 피해 문제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근본주의자인 고든 브라운 총리를 만나 정책이 180도 뒤바뀌게 됐다.




성적 도덕주의 가족이데올로기로 노조운동 제압한 빅토리아 여왕

매춘 금지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빅토리아 시대" 운운하며 이번 조처를 조소하는 것도 역사적 연원이 깊다. 실제로 1837년 영국여왕에 오른 '알렉산드리나 빅토리아 하노버'(일명 빅토리아 여왕)는 대영제국의 최전성기에서 노동자계급들이 치고 올라와 유산자들이 위기에 처하자, 중류계급과 함께 보수적인 성 문화를 엄격한 도덕주의의 상징으로 만들고 이런 내용의 가족이데올로기로 노조운동을 제압한 여성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권위적인 성적 근엄함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이 시기에는 누구든 성적인 대화를 금지했으며, 유년기에는 당연히 성적 관심을 억눌러야 했다. 또 청소년의 자위를 사악하고 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봤으며, 부인이 남편과 관계할 때 전희는 물론 옷을 벗는 것조차 허용치 않았다. 지금 우리가 보면 가히 엽기적인 코메디 감이라 할 수 있는데 현실을 보면 그게 간단치 않다.

빅토리아가 계급간 모순 앞에서 성적 도덕주의를 정치적 무기로 훌륭(?)하게 돌파한 사례가 20세기 미국에 와서 금주령으로 재생산 되는가 하면 오늘날에도 부시 대통령과 같은 각국의 부르주아 정치가들에게 매춘 금지주의로 부활해 두고두고 훌륭한 '전범(典範)'이 되니 무서운 일이다.

급진적 여성주의자 편승, 진보진영도 성(性)정치 구조에 발목 잡혀

더욱이 21세기에 와서는 이 정치 기술에 '급진적 여성주의자'들이 편승했는데, 이로 인해 진보진영의 많은 이들 또한 성적 도덕주의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며 부르주아 정치의 하위 파트너인 '성(性)정치=성주류화전략' 구조에 발목이 잡혀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적극 지지해 '부시의 공식 애완견' 이라는 예찬(?)을 받은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 부시 행정부의 매춘 금지주의를 전격 수입 배포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고든 브라운 영국 현 총리, 그리고 한국. 이 모든 관계를 우연으로 보기에는 '자본'과 '성(性)정치'가 전세계 노동자민중들에게 미치는 고단함이 너무 처절한 오늘이다.

저승의 빅토리아가 미ㆍ영ㆍ한 3국의 매춘 금지주의 앞에서 포복절도(抱腹絶倒)하며 저작권을 요구할 만 하다.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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