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 '2차 가해' 관련 침묵 요구와 파쇼 가능성 [민주노총 성폭력 의혹 사건]
성폭력을 당한 사람에게 '2차 가해'는 상처 입은 그의 삶에 또 한번의 생채기를 남기는 것이기에 우리는 '피해자 중심주의'의 원칙 아래 다양한 유형의 2차 가해를 매우 우려하고 금기시 하는 입장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성폭력 의혹 사건의 피해자 측은 이해할 수 없는 몇 가지 행동을 취함으로써 '피해자 중심주의'가 정치적으로 오남용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남겼다.
1. 성폭력 의혹 사건과 피해자의 형사처벌(범인은닉) 경감 기대부분이 마구 혼재돼 있다.
2. 전교조 조합원인 피해자 측은 명백한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차 가해를 이유로 전교조의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을 중단시켰다. 이는 민주노총에 대한 입장과 극도로 모순된다.
3. 사건의 피해자 대리인인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11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진상조사를 결정한 노조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주시하겠다"며 "노조의 조사결과를 검토해 수사의뢰 등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동안 어떤 시민단체도 경찰서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
4. 12일 검찰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간부의 조합원 성폭력 의혹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다음주부터 고소인 조사를 시작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민주노총을 얼마나 '주시'했는지 모르지만 기자간담회 다음날 이 사건을 즉각 검찰의 손에 안겨 주었다.
아무리 문제 많고 허접한 민주노총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시민단체를 포함해 제도권의 파상공세에 시달리는 건 공정한 수순인가.
최근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진상조사위에서 드러난 사항을 밝히고 싶어도 '2차 가해' 문제로 인해 밝힐 수 없음을 안타깝게 토로한 바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가 중요한 덕목이긴 하지만 한 쪽의 목소리만 들린다거나 혹은 유관한 공익단체의 입을 원천봉쇄함으로써 민중들의 알 권리조차 막아버린다면 이를 파쇼 현상으로 보는 건 무리인가.
민주노총 성폭력 의혹 사건은 어느덧 민주노총 자체의 문제로 발전했고 이젠 피해자 측의 요구에 의해 사법적 심판만 남았다. 이쯤되면 이번 이슈는 프라이버시를 넘어 정치적 사건으로 보는 게 온당하지 않을까.
(* 여기서 '성폭력 의혹 사건'이란 용어는 검찰의 발표에서 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