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전교조에서 이어지다 (4)
[논평]'민주노총 김**성폭력 사건 형사재판 결과에 대한 피해자 지지모임 입장서'에 대하여
27일 ‘민주노총 김**성폭력사건 피해자 지지모임’(이하 지지모임)은 지난 7월 24일 민주노총 김**성폭력사건 가해자 김**에 대한 선고공판과 관련하여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의 입장을 논하기 전에 먼저 이 사건에 대한 관련자들의 혐의와 당시 검찰의 구형 그리고 선고공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결과를 보기로 하자.
■ 김 모 전 민주노총 조직강화특위 위원장 (범인도피 및 주거침입강간미수)
징역 5년 구형 --> 징역 3년 선고
□ 이 모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범인도피 총괄)
징역 2년 구형 --> 벌금 500만원 선고
□ 손 모 전교조 전 부대변인 (범인도피 주도)
징역 1년6월 구형 --> 벌금 500만원 선고
□ 박 모 전교조 전 사무처장 (이석행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을 하룻밤 재워줌)
징역 1년 구형 --> 벌금 300만원 선고
□ 박 모 민주노총 전 재정국장 (범인도피 관련)
징역 1년 구형 --> 벌금 300만원 선고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수 있었을까. 김 모 전 민주노총 조직강화특위 위원장을 구형 대비 60% 수준인 징역 3년 실형에, 나머지 인사들에 대해서도 벌금형에 처한 재판부의 파격적인(?) 양형 이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자료/ 참세상 기사 인용)
1. 가해자는 술에 만취해 기억이 없다고 하나 피해자가 가해자를 모함할 이유가 없으며, 진술이 구체적인 점을 봤을 때 피고인의 유죄가 인정된다.
2. 증거자료로 제출된 CCTV 영상에 대해 피해자가 일부 과장된 진술을 한 점은 인정하나 전체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수는 없다.
3. 가해자가 성폭력 전과가 없고, 범행을 반성하고 깊이 사죄하며, 계획적으로 의도한 범행이라고 의심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우발적 범행이라고 판단했으며, 실제 범행 미수에 그쳤고 강간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
4.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등을 취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
선고공판에 대한 지지모임의 반론입장 주요부분을 보자.(입장 옮김)
1. 재판부는 강간과 강간미수를 구분하여, ‘강간을 하려 하였지만 미수에 그친 점’ 을 고려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입장은 성폭력을 성기삽입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가부장적 인식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2. 재판부는 피고인 김**이 당시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나 술에 만취하는 등 심신미약의 상태의 있었음을 감형의 이유를 삼았습니다.. 피해자에게는 진술의 일관성, 신빙성을 그렇게 까다롭게 적용하면서, 가해자는 술만 먹었다 하면 처벌이 감경될 수 있는 관행은 매우 부당합니다.
3. 재판부는 성폭력사건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재판과정에서 손해배상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판과정 중에 합의를 하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으로 인정하는 판결 관행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합니다.
4. (4번은 재판부에 대한 반론이 아니므로 생략함)
지지모임은 입장에서 재판부의 양형 이유 중 자신들에게 불리한 대목은 언급하지 않거나 핵심을 비켜갔다. 즉, “증거자료로 제출된 CCTV 영상에 대해 피해자가 일부 과장된 진술을 한 점은 인정”한 부분과 “우발적 범행이라고 판단”한 부분이다. 이는 ‘사실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대목으로 이 사건에 대한 강간미수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지지모임은 2번에서 CCTV 영상으로 확인된 <과장된 진술>을 염두에 둔 듯 재판부에 “피해자에게는 진술의 일관성, 신빙성을 그렇게 까다롭게 적용하면서” 상대적으로 가해자에게 관대(술만 먹었다 하면 처벌이 감경될 수 있는 관행)한 게 아니었나 하는 취지의 볼멘 불만을 표한다. 또한 술과 ‘심신미약’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면서 “술에 취해 성폭력을 저지르면 오히려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항변한다. 지지모임에게 ‘우발적 범행’이란 있을 수 없는 개념인 듯 하다.
또 지지모임은 1번에서 재판부의 강간과 강간미수 구분을 “성기삽입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가부장적 인식”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의 주장은 강간과 강간미수를 구분하지 말고 처벌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지모임은 막연하게 “진보진영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무감함”만 고장난 녹음기처럼 반복할 게 아니라, 복잡한 내용이 담긴 성폭력을 전 국민을 상대로 단 하나의 개념으로 정립하는 관련법 개정 운동에 당장 돌입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이들 논리대로라면 성폭력 미수가 성폭력(강간)으로 간주되는 만큼 조만간 언어성폭력도 이 범주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미수’라고 해서 모두 ‘기수’보다 가벼운 건 물론 아니다. 현행법상 강간의 경우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형법 제297조)하고 있지만, 강간미수라 해도 '계획적'이고 매우 악질적인 사례에서는 강간보다 훨씬 중형인 징역 7년에 처한 경우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김**의 강간미수를 '우발적' 범행으로 판단했다.
지지모임은 2번에서 재판부의 손해배상 책임 언급은 유의미하지만, 이러한 합의를 인정하는 판결 관행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합의도 피해자에게 고통으로 남는 만큼 가해자에게는 더 엄중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인다.
합의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손해배상도 피해자에게 2차 가해 혹은 3차 가해로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가해자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지지모임의 주장을 만족시키려면, 어떤 경우에도 지구상에는 모든 형태의 성폭력이 발생해선 안 되며, 만약 발생한 경우에는 어떤 경우에도 가해자에게 현행법을 넘어선 최고형을 집행해야만 한다.
지난 검찰의 강도 높은 구형에 관하여, 지지모임 쪽 사람들은 그럭저럭 봐줄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선고공판은 그들의 예상을 뒤엎었다. 사실상 재판부가 김 모 전 민주노총 조직강화특위 위원장을 주거침입강간미수에 ‘범인도피’ 혐의를 추가해 징역 3년에 처한 것은 현행법상 거의 최고형에 해당하는 양형이었다. 또 시국사범 도피 관련자들에게 벌금형을 처한 것도 결코 가벼운 형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지모임은 결코 만족할 수 없었다. 왜 그랬을까. '(형)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근대법의 원칙을 '최대한의 도덕'으로 무한 확대하려는 그들의 본디 저의는 무엇일까. 그들의 모종의 의도로 인해 실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외면상 그들이 돕고자한다는 다름아닌 '피해자' 바로 그 사람이 아닐까. 피해자는 혹시 어떤 의미의 '정치적 희생자'가 아닐까.
지난 2003년, 많은 논란이 있었던 100인위가 공개한 성폭력 가해자 명단에서 어쨋든 '사실관계'는 구체적이었지만, 2009년 216명이 모였다는 지지모임에 이르면 당시 입을 열어 공개한 '사실관계'는 오늘 지지모임이 주장하는 '피해자 중심주의' 앞에서 순식간에 '2차 가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해괴한 역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사실관계'를 비밀주의로 은폐하고 회피하려는, 그리하여 '미수'와 '기수'를 마구 섞어버리는 이 요술방망이 같은 '피해자 중심주의'와 '2차 가해'에서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는가. 100인위보다 지지모임 216인위가 훨씬 퇴행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참조]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위원회
가해자 명단 http://go.jinbo.net/commune/list.php?board=wom100-1&page=1